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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인공지능과 네트웍 효과

by 격암(강국진) 2025. 4. 17.

서론: 네트워크 효과의 힘

네트워크 효과는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다. 카카오톡이 한국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이유는 기술적 우월성뿐 아니라, 다수의 사용자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의 힘 때문이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사용자가 합류하고, 이는 다시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인다. AI에서도 이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하지만, 현재는 단일 AI 모델(예: 챗GPT)의 성능 향상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 나는 AI의 진정한 잠재력이 단일 슈퍼AI가 아닌, 특화된 AI들의 연결과 사회적 인프라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단일 AI의 한계: 슈퍼AI는 환상이다

2022년 챗GPT의 등장으로 AI에 대한 기대가 폭발했다. 많은 이들이 단일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세상과 연결될 것이라 상상했다. 그러나 이는 뇌 안에 "호문큘루스"(단일 전지전능한 주체)가 존재한다는 착각과 유사하다. 인간 뇌는 860억 개 뉴런의 복잡한 네트워크로 지능을 구현하며, 단일 주체가 아닌 분산된 협업으로 작동한다. AI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놀라운 성과를 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예를 들어, 챗GPT는 언어 처리에서 뛰어나지만, 바둑에서는 알파고 같은 특화 AI를 이길 수 없다. 알파고는 바둑에 최적화된 강화학습으로 설계되었고, AlphaFold는 단백질 구조 예측에서 LLM을 압도한다. 2025년 기준, 단일 AI의 학습 비용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며(예: GPT-4), 성능 향상은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의 한계로 둔화되고 있다(예: 스케일링 법칙의 감소 수익). OpenAI의 챗GPT-5 발표가 지연된 것도 이 한계를 암시한다.

더 나아가, 단일 AI가 스스로 세상과 연결점을 만든다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연결은 표준화된 소통 프로토콜(예: API, ONNX)에 의존하며, 이는 단방향 노력이 아닌 상호 협력의 결과다. 마치 자동차 운전법을 AI가 스스로 배우지 못하듯, 연결도 명확한 규칙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연결성의 잠재력: 네트워크 효과의 폭발

AI의 진정한 가치는 특화된 AI들이 서로 연결되어 집단 지능을 형성할 때 발휘된다. 이는 인터넷의 확산과 유사하다. 1990년대 초 인터넷은 단순한 웹사이트 연결로 시작했지만, TCP/IP 프로토콜과 사용자 증가로 소셜 미디어, 전자상거래, 클라우드가 탄생했다. AI에서도 유사한 네트워크 효과가 가능하다. 메칼프의 법칙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연결된 노드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특화 AI, 시스템, 인간이 연결되면 AI의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구청마다 행정 특화 AI를 배치한다고 가정하자. 이 AI는 건축 허가, 세금 신고, 민원 처리에 최적화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갖춘다. 개인 AI(예: 스마트폰 앱)가 OpenAPI를 통해 구청 AI와 소통하면, 사용자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몇 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일부 구현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마트 시티는 교통, 의료, 행정 AI를 연결해 시민 서비스를 개선하며, 테슬라는 자율주행 AI를 차량, 클라우드, 센서 네트워크와 통합해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한다.

LLM의 성공도 연결성에서 비롯된다. 챗GPT는 언어를 매개로 인간과 지식을 연결하며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단일 모델의 성과라기보다는, 인터넷 데이터, 사용자 인터페이스, API 통합이 결합된 네트워크 효과다. 예: OpenAI API는 챗GPT를 CRM, 교육 플랫폼과 연결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특화 AI와 사회적 인프라: AI 대중화의 열쇠

AI가 세상을 바꾸려면 대중화와 사회적 인프라가 필수다. 현재 AI 투자는 고비용 단일 모델(예: GPT-4 학습 비용 약 1억 달러 추정)에 치중되어 있지만, 이는 소수의 대기업에 국한된다. 반면, 특화 AI를 사회 전반에 배치하고 소통 인프라를 구축하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구청, 병원, 학교에 특화 AI를 배치하고, 이를 표준화된 프로토콜(예: FHIR for 헬스케어, OpenAPI)로 연결하면 시민의 삶이 혁신적으로 변한다. 병원 AI가 환자 데이터, 연구소, 보험사를 연결하면 진단 정확도가 높아지고, 학교 AI가 학생, 교사, 교육 콘텐츠를 연결하면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진다. 2024년 기준, 한국은 네이버 재팬의 라인(LINE)이 일본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사례처럼, 특화 AI와 인프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제(예: GDPR, 한국 개인정보보호법), 표준화 지연, 인프라 비용은 주요 장애물이다. 예: 2023년 EU는 AI 표준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글로벌 합의는 2026년 이후로 예상된다. 한국도 공공 AI 인프라 예산(2024년 약 1조 원)과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기회: 인터넷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한국은 1990년대 초고속 인터넷과 PC방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선도했지만, 글로벌 중심이 되지 못했다. MP3 플레이어, 싸이월드는 세계 최초였으나, 자본과 시장 한계로 구글, 애플에 밀렸다. AI 시대에는 이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같은 로컬 플랫폼과 한글 기반 AI(예: 네이버 하이퍼클로바)로 경쟁력을 갖췄다. 특화 AI와 소통 인프라에 투자하면, 글로벌 AI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기회가 있다.

 

결론: 연결로 세상을 바꾸자

단일 슈퍼AI는 환상이다. AGI로 보이는 결과물은 다수의 특화 AI가 연결된 집단 지능일 가능성이 높다. 챗GPT의 성공도 언어를 통한 연결성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네트워크 효과의 힘을 보여준다. AI가 세상을 바꾸려면 구청, 병원, 학교에 특화 AI를 보급하고, 표준화된 소통 프로토콜로 연결해야 한다. 이는 데이터 규제, 비용, 인력 부족 같은 도전과제를 극복해야 가능한 목표다. 한국은 인터넷 시대의 교훈을 살려, AI 대중화와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연결이 소통을 부르고, 소통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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