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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4

4. 또 다른 삶 (끝) 4. 또 다른 삶 뻐꾸기 밥솥은 어느 날 작동을 멈췄습니다. 현정은 수리를 문의했으나 그 모델은 벌써 나온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부품이 없어서 수리를 하기가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설사 수리를 한다고 해도 그 비용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간에도 밥솥은 작동은 했습니다만 왠지 안전하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을 받은지 오래되었습니다. 오랜동안 이 뻐꾸기 밥솥에 애정을 가져왔던 현정도 이제는 밥솥을 보내 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현정은 대학생일 때 이 밥솥을 샀습니다. 자취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밥솥을 구하러 매장에 갔습니다. 갈 때는 소박한 것을 생각하면서 갔지만 정작 매장에 들어서니 왠지 욕심이 생겨서 그녀도 당시에 인기있었던 뻐꾸기 밥솥을 사고 싶어졌습니다. 하지.. 2018. 4. 16.
3. 우물 안의 개구리 3. 우물안의 개구리 사실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오븐들의 매출이었습니다. 오븐들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빵만들기가 인기가 생긴 것은, 그래서 사람들이 너도 나도 그걸 위해 오븐을 사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 인기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집에서 신선한 빵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여준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멋진 배우의 외모와 그가 보여주는 집안의 인테리어를 따라하고 싶었습니다. 아침에는 직접 구운 식빵을 먹고 아이에게 케잌을 구워주는 부모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븐을 사들였습니다. 거품기와 반죽기도 사들였습니다. 서구식으로 사는 것이 세련된 것으로 보였기에 그들은 북유럽풍의 원목 탁자위에 갓 구운 빵을 올려 놓고는 사진을 찍.. 2018. 4. 16.
2. 내가 하는 일의 의미 2. 내가 하는 일의 의미 일단 밥이라는 것을 거부하지 않게 되자 설명서는 갑자기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변했습니다. 설명서는 밥이란 단어로 가득 차 있었는데 뻐꾸기 밥솥은 그걸 열심히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뻐꾸기 밥솥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러자 밥을 만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훨씬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자 밥솥은 자기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밥솥의 외로움은 크게 줄어 들었습니다. 밥솥은 이제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전처럼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밥만들기가 빵만들기 같이 인정받고 있는 일은 아.. 2018. 4. 16.
1.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1. 매장에 잘못 놓여진 밥솥 어느 전자상가의 2층에는 오븐매장이 있었습니다. 이 매장에 있는 여러가지 오븐들은 반죽을 발효할 수 있고, 다양한 빵들을 구울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식빵을 만들 수 있고, 버터링 쿠키를 만들 수 있었으며 치즈를 잔뜩 넣은 스콘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매장에 놓여진 기계들이 으레 그렇듯 자기를 더 많이 파는 일에 익숙한 오븐들은 언제나 자기를 한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용량을 가졌는가라던가, 자신의 계기판이 얼마나 보기 쉬운가를 말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자렌지기능이라던가 토스트를 만드는 광파 기능을 자랑했습니다. 어떤 오븐들은 자신의 예쁜 얼굴을 자랑했습니다. 일단 자신을 사서 부엌의 한쪽에 설치하면 그 집은 완전히 새.. 2018.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