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

by 격암(강국진) 2009. 8. 27.

내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은 뭘까. 시기마다 달랐을 것이나 지금은 먹고 사는 걱정이 가장 큰 것같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 거리에 나앉을 것같은 경제난에 시달린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먹고 사는 걱정만 없다면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직장이나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한 걱정없이 산다는 것은 멋진 일일 것이다. 일단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줄어든다. 나는 아이들이 자라나는데 적당한 경제적 원조를 해주지 못할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고액과외를 시킬생각도 없고 비싼 유학을 보내고 결혼할때 아파트를 사주는 그런 부모가 될 리는 전혀 없다. 그래도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고 그것만 해도 작은 돈이 아니다. 


아내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중에도 돈이 드는 것이 많이 있지만 아내가 행복감을 느낄수 있도록 몇가지 선물을 주고 싶은 생각도 있다. 호화판은 아니라도 잘꾸며진 집에서 사는 행복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 외국 생활을 하다보니 살림살이가 언제나 임시다. 아이들이 어려서 집을 어지르니 그렇기도 하지만 돈들여서 뭔가를 했다가 그걸 버리게 된다는 생각에 대충 살았다. 


유럽여행을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유럽여행을 가본적이 없다. 사실 우리집은 매년 여행을 다녀오는 데 돈을 많이 쓴다. 해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시간을 보내다 오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에 있는 가족과의 유대를 위해서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였지만 그 돈을 한국말고 다른 곳에 가는 것에 썼더라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여행을 했을 것이다. 선택은 주로 내가 내린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  


경제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고 해도 물론 나도 소속은 필요할 것이다. 돈문제가 아니라도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 나는 그런 걸위해 자원봉사같은 것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학도 괜찮고 밥퍼주기나 쓰레기 줍기도 괜찮다.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과 아내를 챙기고 사회에서 완전히 떨어져서 미아가 되는 문제를 챙기고 나서 내 맘대로 산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책을 잔뜩 챙겨서 산에 들어가 책을 읽고 싶다. 고시 공부하듯이 한동안 산속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산도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고시촌도 좋다. 독서실에서 입시공부하듯이 책을 읽어도 되겠다. 시작하면 지루해서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서계획을 세워서 책을 읽고 싶다. 


두번째로 하고 싶은 것은 국토 도보 횡단이다. 좀 걷고 싶다. 한동안 다시는 걷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만큼 지긋지긋하게 걷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슴에 있는 약간의 불만족을 해소하고 나면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독서와 봉사활동같은 것으로 시간을 보내며 조용히 살고 싶다.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같다. 세상에서 가지기 힘든 것은 좋은 가족과 이웃이며 좋은 생활습관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 셋중 하나는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그들은 돈을 얻었지만 그걸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호화판 생활을 하고 보다 더 부자가 되겠다고 투자를 하다가 망한다. 


나는 잘살 수 있을 것같다. 누가 당첨된 복권만 준다면 말이다. 다들 그렇다고? 하긴 누가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이 아니겠는가. 

'주제별 글모음 > 생활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과 추억과 기회  (0) 2009.09.02
희노애락의 체조  (0) 2009.08.28
자전거 타기의 철학  (0) 2009.07.21
비범이 평범이고 평범이 비범이다.  (0) 2009.05.05
간디를 다시 읽으며  (0) 2009.04.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