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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비범이 평범이고 평범이 비범이다.

by 격암(강국진) 2009. 5. 5.

이 세상에 수많은 성자와 현인이 살았는데 그들은 왜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하며 인간의 삶의 의미란 이런 것이라고 최종적인 정답을 찾아주지 못했을까? 장자에 나오는 옛사람의 찌꺼기라는 이야기를 보면 한가지 답을 얻는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제나라 환공이 글을 읽는데 편이라는 수레바퀴를 깍는 노인이 그게 무슨 글이냐고 묻는다. 죽은 성인들의 말이라는 대답을 듣고 그는 다시 말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옛 사람의 찌꺼기를 읽고 있는 것이군요. 이 말에 환공이 화를 내며 다시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다음처럼 말한다. 자기도 자식에게 수레바퀴 깍는 방법을 가르치고자 하였으나 그것을 전할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말로 전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죽은 성인들의 말이란 옛사람의 찌꺼기가 아니겠는가. 


이것은 단순히 진정한 가르침이란 말로 전할 수 없는 것이니 스스로 수련을 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세상에 흔한 말이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성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없는 곳에 가서 혼자 산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섞여 살며 말도 했다. 반대로 뒤집으면 진짜 중요한 삶의 진리는 이 세상에 넘쳐흐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요하면 할 수록 우리는 그 말을 자주 들을 것이다. 다만 그 말의 뜻을 알지 못하기에 우리는 이제 그런 평범한 이야기 말고 비범한 곳에 모르는 진리가 있지 않을까하고 헤매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런 말들을 아주 많이 듣는다. 건강이 중요하다. 책을 많이 읽어라. 꿈을 가져라. 이런 말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아니 유치원만 다녀도 많이 듣는 말이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것들은 삶의 진리나 비밀같은 엄청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뻔한 이야기들의 진실을 나이가 40이 되어서야 이제 겨우 알게 되기 시작한 것같다. 


건강이 중요하다. 이 말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말고 이게 왜 중요할까를 생각해 보자. 이게 당연히 옳다면 빈둥빈둥놀면서 몸관리만 하면서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우리는 실은 몸을 상해가면서 목숨바쳐 어떤 목표에 -돈이든 출세든 과학적 성취든 예술적 성취든 - 미쳐 살아가는 사람이야 말로 훌룡하다고 생각지 않는가? 


우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작해야 돈많이 벌려면, 공부많이 하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건강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장거리 운전을 하기위해서는 차를 잘 돌봐줘야 한다는 식의 태도다. 


그러나 건강이라는 것을 육체에서 정신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고 인생의 목적이란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다면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은 다르게 들린다. 알콜에 쩔어 흔들리는 육체나 스트레스로 초초해진 정신은 유혹에 잘 넘어가고 신경질도 잘 내며 실수도 잘 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인생의 목적일 수 있다. 진정한 건강이 무엇인가는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이렇게 단어의 뜻을 확대하는 것은 속임수가 아닌가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분리해서 육체의 건강만 따지는 것이 속임수가 아닐까? 그런게 가능한가. 진실일 수 있는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신적, 정서적 훈련을 위해 필요하다. 꿈을 가진다는 것은 어떤가. 그건 자신의 정신 세계를 정리 정돈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살아가는데 여러가지를 한다. 나는 그걸 왜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좁은 의미로 정의했을 때는 건강도 독서도 꿈도 어떤 것을 위한 수단이 되고 말지만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중요한 것은 그저 수동적으로 건강과 독서와 꿈이 중요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왜 그것들이 중요할까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답하는 것이다. 


건강과 지식은 지갑속의 돈같은 것이 아니다. 시장을 보러가서 돈을 너무 쓰면 가난해 진다. 돈을 쓰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없다. 건강과 지식이 돈같은 것이라면 사람은 그저 분주히 잃어버린 것을 찾다가 평생이 가고 말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그걸 찾으려고 모든 걸 희생하고 건강해 지면 다른 것을 얻으려고 건강을 희생한다. 적당한 중간을 지키는 것도 답이 아니다. 


올바른 삶이란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은 사람이나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걸 설명한다는 것은 아무리 길게 설명해도 한계는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것이고 가능하다면 그런 삶을 직접 목격하여 체험하는 것이다. 


성자에게 길을 물으면 성자는 아주 뻔한 답만을 말하거나 아예 아무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예수는 신약을 쓰지 않았고 소크라테스는 책을 쓰지 않았으며 부처는 불경을 남기지 않았다. 그들은 길고 긴 진리는 굳이 기록하려 하지 않았다. 최고의 기기묘묘한 비밀이 있다면 그들이 그걸 숨기고 남기지 않았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장 많이 들은 교훈들이다. 성자들은 우리 귀에다 귀가 아프도록 반복해서 진리를 소리치고 있다. 평범이 비범이고 비범이 평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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