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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희망과 추억과 기회

by 격암(강국진) 2009. 9. 2.

희망과 추억과 기회, 이들은 멋진 단어들이다. 어린 아이들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은 가장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학창시절이 어떠할것인가, 무엇을 전공해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며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하는 아직 결정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래서 젊음은 아름답고 희망에 차 있을 수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한두번은 나는 자라서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이고 그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은 젊은이들을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된 나이든 사람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인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가진 미래에 대한 희망의 양은 훨씬 적지만  그들은 추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어린 시절 가능성이기만 했던 미래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었고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같지만 과거는 사실 바꿀 수 없다. 그들은 이미 이러 저러한 삶을 살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추억으로 바뀐 것이다. 


추억에는 희망보다도 훌룡한 점이 있다. 희망은 아직 결정되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것이므로 우리를 지치게 하고 가슴아프게 하지만 추억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자산이다. 어린 아이나 청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근거로 삶의 동력을 얻지만 우리가 나이가 들면 추억은 우리의 삶을 지켜준다. 


추억을 되새기며 산다는 것은 때로 비하되는 일이다. 소극적이라는 말도 들을 수 있다. 우리가 현재를 포기하고 골방에 쳐박혀 추억을 되새기며 사는 일에만 골몰한다면 그런 지적도 옳을 것이다.  그러나 추억의 소중함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인생을 일종의 수단처럼 생각하게 되기 쉽다. 즉 온갖 곤란을 극복하고 치욕을 참고 삶을 희생해서는 뭔가를 이뤄낸다는 것을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삶이란 뭔가를 이뤄 낼 자본이고 희생시켜야 할 대상이다. 우리는 되도록 삶에 집착하지 말고 애정을 가져서는 안된다. 어차피 그건 희생시켜야 할 것이 아니던가. 


미래를 위해 참고 힘써 일하며 오늘을 사는 것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빈둥빈둥 노는 것보다 그런 삶이 우리를 즐겁게 하고 많은 추억을 준다. 그러나 정도문제라는 것이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는 완벽히 무시되는 것은 항상 옳은 것일까? 우리는 일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평생을 살았지만 이렇다할 추억이 없다. 그들의 인생은 텅비어있고 때로 그들은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잊는다. 가족과도 소통할 수 없다. 게다가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이 항상 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마치 입시에 100% 적응한 사람이 최고의 학자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시야는 너무 좁혀져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여러가지 것이 필요하다. 공허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뜻밖의 곳에서 실패하거나 해서 좌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좌절하면 다시 일어설 힘이 없다. 그들은 많은 방면을 무시했고 그래서 그 부분에서는 어린애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았건 추억할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는 것은 최고의 자산이다. 나이가 들어 은퇴할 때가 되어 이런 자산을 가슴 깊이 가진 사람은 만족한 삶을 살기가 쉽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현재를 가진다. 현재는 희망과 가능성을 추억으로 만드는 기회다. 오늘은 내일이 되면 추억의 시간이 된다. 오늘 한 일, 오늘 생각한 일, 오늘 만난 사람은 추억의 일이되고 추억의 생각이 되며 추억속의 사람이 되고 만다. 살다보면 삶에는 항상 굴곡이 있다. 그래서 내리막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때로는 그 내리막길이 끝나지도 않고 계속되는 것같다. 그러나 그런 하루 하루도 하나의 기회이다. 어떤 고통이나 슬픔도 하나의 기회이다. 세상에는 비참한 실패나 굴욕없이는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이 있다. 평생 아무런 실패도 슬픔도 없이 살아가는 밋밋한 인생이란 가장 재미없는 인생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이루기를 소망하는데 뒤집어 말하면 그것은 그것들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재로 우리는 때로 그것을 이뤄내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성공하는 삶이란 아무 도전이 없는 삶이다. 흑이 있기에 백이 있듯이 기쁨이란 슬픔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련과 고통은 내 인생에서 즐거움과 성공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며 내가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고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다. 


희망을 가지고,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자. 현재가 기회라는 생각을 잊지 말자. 하나의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듯 예술작품을 만들듯 인생을 써 나가자. 그러면 세상은 보다 아름다워 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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