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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고전 읽기

빅터 프란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by 격암(강국진) 2009. 9. 1.

빅터 프란클은 실존치료자라는 말로 불린다. 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후에 익명으로 쓴 글은 훗날 책이 되어 대단한 명저로 남았다. 이책은 한국에서 2004년에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다. 나는 영어책만 보았기 때문에 번역의 성실도는 알수 없으나 아주 좋은 책이라 자주 꺼내서 읽고 있다. 





이책은 그의 개인적 수용소 경험과 로고세라피의 설명 그리고 한 강연의 요약으로 이뤄져 있다. 오늘은 이 강연에서 나온 말을 되새김할겸 다시 읽었다. 


이책 전체에서 그렇지만 이 강연에서도 프란클은 삶의 의미를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현대에 아주 많다는 점 특히 자살자나 젊은이들, 마약중독자들 사이에서 이런 사람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할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인데 그는 삶의 의미는 세가지 방식으로 찾아지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한다. 


첫째로 업적에 의한 것이고 둘째로 사랑에 의한 것이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적 비극의 의미를 되새김으로서이다. 업적이나 사랑이 어떻게 개인의 삶에 의미를 주는 가는 우리는 쉽게 알수가 있다.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싶다던가 어떤 상을 받도 싶다던가 어떤 학교에 입학한다는 목표를 가졌을때 우리의 삶은 방향성과 의미를 가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졌을때 그 사람들과의 관계나 그런 사람을 위해 우리가 할수 있는 일들이 우리삶에 의미를 주는 것도 쉽게 알수 있는 일이다. 


프란클이 삶에 의미를 주는 마지막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개인적 의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가 불행하고 힘들때 그것을 극복할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인것 같다. 우리에게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사람에 대한 감정이 우리에게 충분한 열정을 줄수 없을때 우리는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수 있는가. 


여기서 프란클은 목이 부러져서 목아래가 마비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거론한다. 이 환자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울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개인적 비극이 괴로운 것이지만 그 괴로움을 통해 그는 어떤 내적인 교훈을 얻을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적 비극을 초극하여 비극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방식이다. 


우리의 삶을 돈이나 명성같이 사회적으로 객관화된 수치로 묘사하려고 할때 세상 대부분 혹은 모든 사람들의 삶은 실패한 삶, 무의미한 삶이 되고 만다. 왜냐면 우리의 성취를 돈으로 환산할때 그것은 엄청난 부자들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며 평생 그 하찮은 수준을 벗어날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아름다움을 객관화하여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한 것을 성취로 생각할때 남편도 그런식으로 객관화할때 실로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못해 실패한 결혼을 한 사람이 되고 만다. 이렇기 때문에 오히려 부자나라에서 사람들은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불행해 하는 반면 훨씬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사는 경우를 우리는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나의 삶은 성취와 행복한 순간은 물론 비극과 실패의 순간까지도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삶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른 삶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은 가질수 없는 어떤 교훈, 깨닮음, 경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쓰디쓰고 아픈 삶은 그만큼 우리에게 그렇지 않으면 배울수 없었던 어떤 것을 배울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를 가질때 어떤 개인적 비극도 어떤 불행이나 실패도 비극이나 불행이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회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물론 삶의 비극에 방관자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된다. 그러나 삶의 굴곡에 대해서 지나치게 기뻐하고 슬파하는 대신 그것들을 하나하나 나만의 기회로 알고 하루 하루 한순간 한순간을 살아야 한다. 그럴때 우리는 훌룡한 삶을 살수가 있다. 가장 우울한 순간 이 우울한 상황이 하나의 기회라는 생각을 하라는 것이 빅터 플란클의 메세지인것같다. 


그는 실제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수용소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라고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직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아주 작지만 그러나 우리에게는 작아도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미래가 있다. 과거도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재산이다. 최악의 경험도 우리의 과거를 가져갈수는 없다. 우리가 경험했던 여러가지 생각과 순간들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했던 선택과 그 결과들은 바뀌지 않는다. 현재가 최악의 순간이라고 해도 이 나쁜 순간들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증명할 기회다. 친구와 아내와 신이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는 매순간 행동하고 선택함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 과거, 현재 모두에서 희망과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프란클의 글은 자주 되새길만한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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