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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에세이들/인간과 기계

인간과 기계 : 인간 개조

by 격암(강국진) 2009. 9. 25.

2009.9.25

인간을 개조한다고 하는 것이 인간이 인간이상의 힘을 내기위한것이라고 하면 인류발명의 대부분은 사실 인간개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자동차가 있어서 빨리 달릴 수 있고 비행기가 있어서 날아다니며 카메라가 있어서 인간이 볼 수 없는 곳까지 본다. 컴퓨터가 방대한 지식을 분석하고 배달해주며 에어컨이 신체의 온도조절능력을 대신한다. 이제 시대가 발전하여 뇌파로 움직이는 조정장치가 나오고 기계팔이나 입는 로봇이 나오고 있지만 실은 그렇게 보면 그런 종류의 인간개조란 항상 행해져온 것이다.

 

하지만 인간개조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런 기계팔 기계다리같은 종류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것이 있으면서도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이것은 정신의 개조다. 헉슬리의 멋진신세계나 오웰의 1984년같은 미래소설을 보면 그 미래사회의 핵심적 변화는 인간의 정신개조내지 세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자유라는 단어를 몰라 자유를 갈망하지 못하며 단단한 이데올로기에 빠져 기괴한 세계를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책들이 과연 미래를 올바르게 예측하는데 성공했는가 안했는가에 상관없이 한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오늘날 인간의 환경이란 실로 우리가 진화해왔던 우리가 최소 수만년간 혹은 수백만년간 익숙한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신이 변화한 것은 자연스러우며 우리가 일종의 인간 정신 개조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자연스럽다. 

 

우리가 언제나 깨끗한 공기를 주변에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공기를 의식할 필요가 작다. 하지만 더러운 매연속에서 살게 되면 그 반대다. 우리는  깨끗한 공기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이처럼 인간이란 존재가 전과는 다른 환경에서 살아갈 때 우리는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할 필요가 더더욱 많다. 물고기가 물밖으로 나와 말라죽어가면서 물고기란 애초에 물속에서 살게 되어 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금방 죽을 것이 아니겠는가.

 

현대사회가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얼마나 낯선 환경인가는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돈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진화했으며 주식이며 부동산 투기로 하루만에 평생 먹을 것 아니 그보다 몇백배의 돈을 벌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는 환경에서 진화하지 않았다. 우리는 고독한 아파트에서 살아가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칸막이로 갈라진 작업환경에서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도록 만들어 지지도 않았다. 이밖에도 복잡한 현대사회는 우리가 무수한 일에 대해 걱정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성추행문제나 인종차별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종 예절들을 알아야 하고 진로문제는 끝없이 복잡하다. 우리는 또한 지구반대편에서 끔찍하고 변태적인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매일 들으며 살아아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일한 만큼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지 몇년간 결과가 없다가 하루에 엄청나게 결과가 생기는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그 확율이 백만분의 일이라도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에 대한 공포에 떤다. 인간이란 길위에 그어놓은 선위로는 잘 걷지만 백미터위에서 같은 길을 걷기를 매우 힘들어 하는 존재다.  오늘날 서점에 가서 가장 인기있는 책이 뭔가를 살펴보면 우리는 자기개발서들이  가장 잘팔리는 책이라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미국에는 정신상담이 보편화되어있고 한국에는 종교가 난립한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세상이 왜 이 모양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해 하는 현대인이 있다. 우리는 근심과 고통으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개발서를 읽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가를 찾으려고 한다. 종교적 가르침은 우리가 도대체 누구인가, 왜 우리는 세상의 자잘한 파도에 안절부절할 필요가 없는가를 말해준다. 그런 도움없이는 세상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 살기 힘든곳이다.

 

이런 것이 인간개조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정돈하고 싶다. 인간은 오늘날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와 감정, 천성과 매순간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스럽게 사는 순간 그 자연스러움은 현대사회에서 위협이되고 자살적인 행동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태어난 그 대로의 인간이 아닌 어떤 다른 존재로 우리자신의 정신을 개조하여 인간의 천성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쉽게 안다.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천성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어떤 뉴스가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려도 그 공포에 따라 움직이면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 냉정히 그 뉴스의 의미를 따져야 한다. 우리는 주식을 팔고 싶은 욕망, 사고 싶은 욕망에 저항해야 하며 이 때문에 투자를 하고 1년은 일부러 투자의 결과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이 이야기의 끝은 이렇다. 많은 사람들은 현대사회가 폭발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일인당 생산성을 시간에 따라 그래프로 그리면 수천년간 천천히 증가하던 그래프가 산업혁명을 지나고 20세기를 지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그 그래프는 마치 지수함수처럼 발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사회의 변화는 인간의 본성에 저항하는 컴퓨터와 법인들에 의해 주도된다. 더 많은 돈을 위해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변화하는데 그런 사회에서 과연 보통의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까? 오늘날 전자화된 환경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겪는 절망은 대단한 것이다. 학습능력이 떨어져 세상의 변화를 쫒아가지 못하는 세대에게 세상이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장소이며 때문에 이런 노인들은 자식들처럼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끊어진다면 물밖에 나온 물고기 신세로 말라죽어가는 것을 피하기 힘들다.

 

자기개발서가 인기고 종교가 다시 인기를 얻는다. 이런 풍조는 훗날 인간개조라는 산업이 크게 부흥하는 시대의 시작을 말하는것일지도 모른다 . 우리는 지금의 우리인채로 살기는 어렵다. 강력한 정신의 조정이 아니고서는 폐인이 되버릴지 모른다. 세계의 피씨를 윈도우가 장악함으로서 빌게이츠는 세계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이렇다고 할 때 세계인의 머릿속을 채울 정신OS시장에서 승리한 자는 얼마나 많은 권력과 부를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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