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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프라이즈에 글을 쓰지 않는 이유

by 격암(강국진) 2010. 1. 26.

나는 서프라이즈라는 인터넷 정치사이트에 몇년간 많은 글을 썼었다. 한동안은 서프에만 글을 올린 기간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곳에 글을 쓰지 않는다. 서프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서프가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요즘에 생각하는 일들이 서프라는 틀에 맞질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는 말을 각인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에게 반대하는 것이다. 즉 한나라당에게 반대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아 이게 뭔가하고 알게 된다. 극우민족주의는 외세에 반대하는 것이고 보수주의는 진보적 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해서 사람들은 흔히 유명인을 공격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많이 하게 된다. 


진중권을 붙잡고 공격하는 변희재씨는 진중권씨가 부인해도 진중권의 적수처럼 되어버렸다. 변희재씨의 평가가 어찌되건 말이다. 유시민이나 노무현을 공격하면 유시민이나 노무현 급이 되는 것이고 박정희를 공격하고 이명박을 공격하면 그들과 대립선상에서 그 급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그럼 나는 누구를 공격해 왔을까? 내가 말하는 것은 누구를 비판하는 것일까? 진보와 보수 양진영 모두다다. 대한민국의 국민 거의 모두다인것 같다. 나는 모두가 정말 모두가 생각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프에 서서 말을 하면 아무래도 한나라당은 공격하고 서프는 훌룡하다고 하는 것처럼 말하게 된다. 나는 모두가 다 똑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쪽은 대단히 잘못되어있고 한쪽은 그저 조금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단히 잘못되기는 모두다가 그렇다. 


이것은 전략적으로 말하면 자살적인 것이다. 논객이 말을 해서 지지를 얻으려면 세상을 거의 같은 크기의 둘로 잘라서 한쪽을 지지해야지 니들은 모두 틀렸다라고 말해서는 맞아죽지 않으면 무시당하고 조롱당하게 된다. 니가 뭐냐 니가 그렇게 잘났냐같은 소리를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 말할수 밖에 없고 따라서 서프에 글을 쓰지 않는다. 몇번은 글을 올려보기도 했으나 금방 후회하고 지워버리기도 했다. 어차피 그들은 듣지 않을 것이다.


요즘엔 정말 드믄일이지만 이런 저런 사이트에 가서 사람들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러면 여전히 그들은 세상을 죽죽 멋대로 편을 갈라 정교한 산수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영남 호남의 지역감정구도와 보수-진보의 구도 그리고 노동자 자본가 계급구도 등 몇개의 구분을 가지고 노무현은 혹은 이명박은 이러저러해서 실패했는데 이러저러했으면 성공했을 것이다라는 식의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 하나 하나를 보지 않고 그런 엉성한 잣대로 세상을 나눠 정치공학적 계산을 펼쳐봐야 좋은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같다. 오히려 그런 정치공학적 계산을 맹신하여 사람들에게 그것이 현실이며 그 계산에 매달리지 않는 사람들이 비현실론적 이상론자라고 공격하기 일쑤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오히려 세상을 더 험악한 곳으로 만든다. 공산주의가 세상을 구원하지 못했는데 그들은 훨씬 조잡한 계산을 가지고 세상을 구원할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그 홈메이드 이데올로기를 굳게 믿는다. 


보수라고 보통 말하는 사람들은 민주당에서 국민참여당까지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만 없으면 우리나라가 행복한 나라가 될거라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그럴까? 


반면에 그러면 나라 망할거라고 믿는 진보계열의 추종자들은 그 보수들을 보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는거 아닐까? 한나라당만 없어지면 유시민이나 그 누구가 정권을 잡아 개혁을 추진하면 정말 좋은 세상 오는 걸까? 아 우리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멋진 계산을 다 해놓았다고? 그게 문제다. 대한민국 사람 하나 하나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창백한 계산이 맞을거라는 생각이 문제다. 부동산 투기하는 나라가 좋고 부패한 나라가 좋다는 한국 사람도 잔뜩 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아닌가? 과연 계산대로 흘러갈까? 


개인적으로 어떤 종류의 장기적 정치적 계산에 대해서도 나는 신뢰를 보낼수가 없다. 경제학도 정치도 일기예보나 주식예측과 다를게 없다. 아니 훨씬 심하다. 우리는 예측할수 없고 계산은 틀리다. 우리가 의지할수 있는 것은 결국 집단화된 국민의 의지뿐이다. 결국에는 대한민국의 장래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결정한다는 자명한 명제로 돌아온다. 한나라당이 모든 핑계를 진보에 돌리고 민주진영은 한나라당에 모든 핑계를 돌리며 모자돌리기를 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정신은 오히려 더 썩는것같다.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서프에 글을 쓰지 않는다.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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