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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살인적 작업환경에 대한 단상

by 격암(강국진) 2010. 1. 27.

삼성전자의 부사장급 인사가 자살을 한일로 그것도 업무과중을 유서에 남기고 그렇게 한일로 한국이 시끄럽다. 한 사람의 예로서 일반화를 하여 삼성의 작업환경을 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물론 삼성전자만의 일은 아니겠지만-의 과중한 업무환경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종종 몇가지 이야기를 듣고는 했다. 


무엇보다 집안 사람이 삼성전자에 다닌다. 나의 형님은 신입사원일 무렵부터 이제까지 주말을 제대로 챙긴적이 별로 없고 입시공부하듯이 새벽에 나가서 오밤중에 들어오는 생활을 하고 계신다. 형제중 가장 건강한 체질이었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지 몇번이나 이것저것 수술을 하기도 했었다. 우리 형님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삼성전자에서 밀려나는 것에 항상 걱정을 하며 또한 제발 다른 편한일이 있으면 그걸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돈이야 재벌급은 아니라고 해도 벌만큼 벌지만 우리형님은 해외여행도 흔한 시대에 제주도에 가족과 함께 여름 휴가를 가보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벌써 몇년째다. 물론 해외출장은 자주 가신다.  


연구소에서도 삼성반도체쪽으로 취업을 알아보는 지인이 있었다. 박사학위를 가진 그 지인이 말하길 삼성에 취업이 된다고 해도 자신은 3-4년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박사급 인력이면 책상에 앉아 일할것같지만 자신이 취업이 되면 공장으로 배치되서 쉬는 시간없이 혹사당할 것은 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버티질 못하고 실제로 나온다고 한다. 


한국에서 삼성전자는 많은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인 직장이다. 물론 세상에 쉬운 직업이 없으며 잘사는 선진국에 비해 가진 것없는 한국 직장인들은 더더욱 시달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치열한 경쟁을 피할수가 없고 그러다보면 비극은 어쩔수 없이 벌어지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한가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것은 우리가 자랑하는 삼성, 한국은 어쩔수 없이 저기술 저부가가치 직종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작업강도가 높은 환경에서 직원들이 자기를 재교육할 에너지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일이 교육이되기도 하지만 결국 거대한 조직내에서 한 보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란 지극히 전문화된 일의 반복이기 쉽다. 자기 일만을 가지고 그것이 전체 사회나 새로운 변화에 대한 교육이 되기는 힘들다. 


그런데 반면에 세상은 얼마나 빨리 변하고있는가. 특히 전자기기쪽은 말이다. 세상의 전문화는 놀랍도록 세밀해 졌고 세상의 변화는 너무 빨라서 상황은 이런 식이다. 당신은 브라운관의 전자총의 끝부분에 있는 무슨 회로를 보다 최적화하는 일만을 연구해서 박사까지 받고 전문가가 되었다. 그렇게 되는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10년이 더지나고 나니까 이제 사람들은 LCD만 쓴다. LCD박사가 나오니까 이제는 OLED 티브이만 쓴다는 식이다. 


이런 빠른 변화를 생각하면 사람들이 거액의 연봉을 받고 발명과 특허에 거액의 보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왜냐면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평생 생산성을 유지할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같은 곳에서는 실제로 발명 한가지, 연구하나로 재벌이 된 사람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대학교수 월급보다 대개는 회사원의 월급이 더 세다. 대학교수는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대신 먹고살만큼만 돈을 받고 회사를 위해 정신없는 부속으로 일해주는 사람은 큰 보수를 받는다. 


이것이 전부는 아닐테지만 이것이 삼성이 미국에 갈수 없는 큰 이유다. 삼성이 애국심으로 한국민을 먹여살리기 위해 한국에 있는게 아니다. 미국가서 돈을 벌수 있다면 삼성은 미국에 간다. 그렇다고 한국에 무슨 특이한 자원이 있어서 삼성이 한국에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성의 주요주주는 사실 이미 외국인들이다. 삼성이 한국에 있는 것은 인력이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쥐어짜도 반항하지 않고 기꺼이 일해주는 인력이 있다. 그래서 삼성이 한국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현재의 상황이 삼성같은 재벌회사들에게 거대한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알수가 있다. 삼성이건 현대건 엘지건 한국이 가진것은 궁극적으로 인력뿐이다. 거대한 시장도 자원도 아니다. 그러므로 인력의 공급이 끊기는 순간 한국의 경제는 파탄나고 만다. 인건비는 필연적으로 오를것이고 핵심인력은 결국 미국같은 곳에서 수입하는데 미국 인력을 한국에 데려다가 쓰면서 사업할것같으면 미국에 회사가 있는 쪽이 더 싸다. 한국인이 한국에 있고 싶어하듯 미국인은 미국에 있고 싶어하지 한국에 있고 싶어하지 않으므로 월급과 복지비용이 더들어갈것이기떄문이다. 


한국은 유럽국가가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과 언어자체가 틀리므로 교육시스템을 공유하는 때가 적어도 당분간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을 선진국을 보내 돌아오게 한다는 계획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많은 수가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중고교나 대학까지 마친 사람이 미국에가서 공부하고 세계 최첨단 인재가 되어 한국에 되돌아와 삼성에 입사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한국의 경제성장과 재벌기업을 보면 자기 꼬리를 먹는 뱀이 생각난다. 어느 정도 재벌은 한국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한국을 소진 시켜 버리고 있다. 잘나가는 삼성반도체같은 산업도 얼마가지 않아 결국은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채어갈것이거나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었을때 한국에 인재가 남아나지 않는다면 누가 차세대 한국을 떠받칠 것인가. 재벌회사들은 망하거나 적은 확율이지만 다른 나라로 진출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재가 계속 많이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길게 쓸수도 있지만 짧게 한가지만 써보자. 옛날 중국에서도 추수할때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추수할 인력이 전쟁에 나가고 전쟁한다고 논밭을 짓밟으면 당장의 전쟁을 이겨도 그나라는 결국 인구가 줄어들고 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재벌도 살고 한국 사람도 산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정신이면 전쟁 몇번이기고 나면 살아있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고 한국은 유령의 땅이 될것이다. 이건 너무 뻔한 사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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