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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광주 문사장의 전세파문 편을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0. 1. 28.

피디수첩에서 전남 광주에서 일어난 어처구니 없는 전세파문을 보도했습니다. 이걸 보고 한동안 분통이 터져서 진정을 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리더군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전세로 들어간 세입자가 집주인이 돈없다고 해버리자 전세금을 떼이게 된겁니다. 왜냐면 그집에는 은행담보가 잡혀있어서 보통 하는 식으로 경매로 집을 처분할 경우 우선권을 가진 은행이 돈을 가지고 가면 돈이 얼마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일은 흔하지만 이 흔한 일이 흔하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은 문제의 규모때문입니다. 전남광주에서 임대업을 하는 문사장은 자기 주장에 따라도 처음에 2억만 가지고 임대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7년안에 아파트를 830채를 매입합니다. 이런 기적같은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은행에서 담보로 빌리는 돈과 전세금을 합치면 아파트의 거래가를 넘는 거래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요 거대한 화약창고를 만들어 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셈입니다. 본래 자본이 없는 사람이 빚으로 -전세금도 엄연히 빚입니다- 거대한 제국을 만들어 놓았으니 본래 이렇게 목돈 만들어 돈빼돌리고 사기치려는 나쁜 사람이라면 -이럴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입니다만- 말할 것도 없을 것이려니와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해도 약간의 자금압박이면 대참사가 일어날 것은 뻔한 일입니다. 도미노처럼 830채의 전세금이 동시에 지급불능이 될테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아파트들은 서민들이 사는 20평규모의 아파트로 하루일당 만원, 팔천원 운운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몇천만원을 날리게 되었으니 이는 그야말로 가구당 4인으로 보아도 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사가 오고가는 문제로 번지게 된것입니다. 


일단 이보도를 보면서 이런 법의 허실이 있으며 사고가 이번만 일어난 것이 아니고 전에도 일어난 적이 있는데 왜 서민들에게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불씨를 제거하는 노력을 관공서에서 하지 않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법적으로 따졌을때 이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세입자들에게 있다고 해야 할것입니다. 전세금을 떼이면 생계가 막연해 질정도로 돈이 없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위험한 집에 사는가 하는 것입니다. 전세금과 집값의 차이가 얼마되지도 않아서 그 집을 사서 그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쪽이 훨씬 안전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물론 그답은 두가지일것입니다. 하나는 단돈 천원, 만원이 없어서 일것입니다. 위험을 무릅쓰는 쪽이 조금이라도 거주비가 적게 들기 때문일것입니다. 두번째는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할만큼 현명하지 못해서 이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부분에 대한 경고와 정보제공이 왜 이렇게 늦었는지 매우 답답했습니다. 


법은 뒤로하고 도덕적으로 보았을때 용서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쁜 사람은 물론 문제의 문사장입니다. 이 사람은 방송국과 통화도 했는데 기본적으로 미안하게는 됬지만 나는 잘못한것 없다는 태도이더군요. 동네에 거대한 화약고를 만들어 두고 그게 폭팔해서 동네가 다 파괴되도 본래 터뜨리려고 한게 아니니 나는 큰 잘못없다는 식입니다.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은 문사장이 어떤 법적 처분을 받는지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면죄부를 쉽게 받는다면 자신들도 그런 위험을 무릅써도 나중에 같은 처분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방송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역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악의 근원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세제도를 2억짜리집을 1억만 줘도 살수 있게 만들어주는 서민을 위한 제도쯤으로 생각합니다. 비싼 월세를 피할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제도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세제도는 사실은 1억이면 사서 들어가 살수 있는 집을 2억으로 만들어 버리는 제도입니다. 부동산 투기를 돕기 때문입니다. 비싼 월세도 부동산투기가 없어서 집값이 반토막난다면 어느정도 내려가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본래 집값이 싼데 어떻게 월세가 비싸겠습니까. 


전세제도가 본래 말이 안됩니다. 2억짜리 집을 사놓고 왜 1억만 받고 그집에 살게 하겠습니까? 그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전혀 말이 안되는 바보짓입니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돈은 없는데 집값이 오를 것을 믿고 집을 여러채 사려고 하는 사람에게 필수적인 제도입니다. 은행이 시가의 100%까지 담보잡고 돈을 빌려주지 않지요. 그런데 전세와 은행융자를 합치면 위에서 든것처럼 경우에따라서는 집값보다도 더 큰 돈을 집에서 꺼낼수가 있습니다. 문사장처럼 양심없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전세제도때문에 집에서 돈을 꺼내서 소액의 돈으로 여러채의 집을 소유하는 것 즉 부동산투자의 벽이 훨씬 내려오는 것입니다. 


일본에도 미국에도 유럽에도 전세제도는 없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전세제도는 집값이 안정화되면 필연적으로 없어질수 밖에 없는 괴상한 한국적인 제도입니다. 그리고 집값은 당장이 아니더라도 안정화될수 밖에 없습니다. 집은 한번지으면 몇십년 심지어 백년도 가며 집은 계속짓고 있는데 그만큼 인구가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말은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전세금이라는 빚을 그때까지 토해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게 먼 미래가 아닙니다. 소위 역전세난이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2006년에 비해 집값이 떨어지자 전세사는 사람들이 계약이 끝나면 더 싼 전세금을 가지고도 같은 집에 살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이 안됩니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헐값에 처분될수 있습니다. 따라서 집주인이 전세금의 일부를 돌려주고 재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풍경이 벌어지는가.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몇천만원씩 돈주면서 살아달라고 부탁하는 모양이 되는 것입니다. 집가진게 원수가 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진짜로 심해지면 집값 대폭락의 원인이 될수 있습니다. 집가진게 원수라면 집을 팔아야지요. 집을 팔려고 매물이 많이 나오면 집값이 내려가고 그러면 역전세난은 더더욱 심각해져서 집가진게 더더욱 불리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악순환이 계속되면 집값은 대폭락할것입니다. 


물론 미래는 알수 없으며 부동산 시장을 결정하는 것이 전세값 한가지요인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세값의 자금규모를 생각했을때 과연 이런 파국적 효과가 무시할만하게 작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말하지 못할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보수적으로 봐도 1-20년안에 전세제도는 거의 사라질것이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그때까지 전세금을 집주인들이 토해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피할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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