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세이부 백화점이 문을 닫는 다는 기사가 신문을 장식하고 JAL이 파산했으며 토요타가 리콜사태를 맞이 하고 있습니다. 이에 때맞춰 한국의 신문들은 일본의 경제난에 대한 기사들을 싣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황이 있다던가 없다던가 하는 식의 말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며 무엇보다 중요한 일본의 불황은 한국에 뭘 의미하는가를 오해하게 만들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미리 말하면 저는 일본경제를 미화하거나 한국을 비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숫자는 중요한 경제지수이지만 그 의미는 문맥에 따라 달라질수 밖에 없는데 일본에 사는 사람으로서의 한가지 시점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요즘 일본경제가 나쁘다는 말은 많이 나왔으니 아무래도 그것에 반하는 어조로 말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 아시아경제의 일본불황 기사를 보니 일본 불황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으로 첫째 디플레이션 즉 소비자 물가하락 둘째 주택착공의 수가 급감하여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국가채무가 G7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심각하고 나쁜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몇가지 의문이 듭니다. 소비자 물가가 전년에 비해 1.3%하락한 것이 그렇게 걱정이 됩니까? 그렇습니다. 경기하락은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 지난 3년평균 소비자 물가가 3.3% 상승한 한국은 희소식일까요?
일본의 엔화는 몇년전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기억하는지 모르지만 참여정부때는 100엔이 800원수준 심지어 700원대 까지 갔다가 지금은 12-300원수준으로 환율이 급변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국민소득이 달러기준으로 급락했지요.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일본은 지난 10년간 거의 물가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물가가 크게 올라서 돈값이 떨여졌지요. 최근에는 국민소득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상황입니다. 양극화의 심화로 가난한 사람들 살림을 걱정하는 나라사람들이 남의 나라 소비자 물가가 오히려 1.3% 떨어진 것을 위기라며 걱정해 주는 것이 옳을까요?
주택착공의 수가 급감한다는 소식이 물론 좋은 소식일리는 없습니다. 일본은 아직도 부동산 거품붕괴의 여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명품소비와 남아도는 주택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명품브랜드를 다량으로 소비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입니다. 요몇년사이에 그런 것이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일본사람들도 명품소비가 줄고 실용적인 옷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결과 명품브랜드 매장이 문을 닫고 고급 백화점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아직도 호시절에 지어진 건물들이 전국에 널려있어서 한국돈으로 몇천만원에 별장이 나와 있는 것을 본적도 있습니다. 혹자의 말에 의하면 그래서 일본에는 열채중 한채의 집은 비어있다고들합니다. 실제로도 여기저기에 비어있는 상점이나 집들을 수도권에서도 쉽게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집을 짓지 않는가. 왜 명품을 파는 백화점이 문을 닫는가. 일본의 경제는 역시 나빠졌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까요? 한국도 2006년 기준으로 집값이 꼭대기를 친후 집값이 하락하였습니다. 그리고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은 아직 관성이 남아서인지 사방에서 아파트짓기를 엄청나게 해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이제 아파트를 짓지 않는 일본에 비해 이것이 과연 희소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는 아파트 펑펑지어대고 있으니 일본보다 무조건 좋다고 해야 할까요? 이건 국민의 관점이라기 보다는 건설회사사장의 관점처럼 보입니다.
저는 미국과 일본에서 모두 살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느끼는 것은 국민소득이나 경제난에 대처하는 나라의 반응은 미국과 일본이 크게 다를 것이라는 것입니다. 두나라 모두 선진국으로서 맘에 안드는 점도 있지만 존경할 만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만해도 전세계 최고부자 1,2등을 다투는 워렌버핏과 빌게이츠가 모두 전재산 사회환원을 외치며 살아가는 사회입니다. 다시말해 공동체 의식이 강하며 따라서 경제난이 닥쳐도 냉정한 시장논리를 넘어 이겨나갈 힘을 가지고 있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제가보기엔 공동체 정신에 있어서 일본은 미국의 그것을 훨씬 상회합니다. 삶의 수준, 경제적 만족도에 있어서 숫자로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 미국보다 일본에 훨씬 크게 존재합니다. 물론 수치적 근거를 대는 것은 어려우나 느낌으로 보면 대단한 경제난이 와서 국민소득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할때 미국은 괴멸적 삶의 질의 변화를 겪거나 나라가 분리될지도 모릅니다. 카테리나 태풍이 뉴올리언즈를 습격했을때 사람들은 폭도로 변하고 총격전이 벌어졌지요.
비슷한 일이 일본에 일어난다고 할때 일본의 삶의 질은 미국에 비하면 훨씬 적게 떨어질것입니다. 왜냐면 일본인의 삶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비자본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이며 공동체적인 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켜온 전통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자급자족적인 경제라고 할까요. 물자가 귀해진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것이 스톱될 사회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아이들을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고 해봅시다. 물론 미국에서도 자원봉사자가 나올것이지만 보다 중요한 부분은 다량의 기부금이 등장하고 전문가를 불러서 돈으로 그일을 할것입니다. 일본은 거의 하나부터 마지막까지라고 해도 좋은 만큼 자원봉사자들이 게임이든 먹을 것이든 모든 걸 만들고 직접 합니다. 미국쪽의 그것은 경제행위로서 국가총생산에 포함되겠지만 일본의 그것은 숫자에는 별로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부분들을 숫자로 어떻게 평가해서 정량적으로 어떻게 재는가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며 저는 단지 제가 각각 4년간 5년간 미국과 일본에서 살았던 것을 토대로 느끼는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는 일본의 경제난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둘러본 세계에서는 요즘에 어느나라도 심각한 문제가 없는 나라가 하나도 없습니다. 말하기 나름에 따라 전부 나라망하기 직전인것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숫자나 통계를 너무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거기에는 커다란 맹점들이 있습니다.
몇몇 한국사람들은 일본에 와서는 일본처럼 부자나라가 부자티가 안난다고 말합니다. 저역시 그중의 하나였습니다. 이제 일본에 5년을 살고 다시 한국과 일본을 봅니다. 부자가 뭔가, 삶의 질이 뭔가를 생각하면서 다시 보면 가진 것에 비해 진짜로 가난하게 사는 쪽은 -일본과 비교해서 그렇다는게 아니라 가진것에 비교해서 삶을 질을 봤을때- 한국입니다. 우리는 숫자로 봐도 경제문제가 있지만 삶의 질로보면 그것보다 훨씬 커다란 경제문제가 있습니다. 전통은 파괴되고 문화는 빈약한 복사품만 넘칩니다. 숫자로는 부자가 되었지만 부실하게 크기만한 자동차, 빚을 얻어산 아파트, 은행융자 빚값느라 돈버느라 너무 바뻐서 여행도 외식도 제대로 못하며 사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부동산 거품만해도 우리는 폭파직전입니다. 그런데그게 꺼져서 이제 회복하려고 하는 나라를 보고 저 나라는 아직도 불황이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일본은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착각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문제없는 나라가 없고 우리나라 문제가 남의 나라보다 더 심각합니다. 그러니 심각하다는 말을 상대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일본심각하다고 말할때가 아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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