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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일본에 앉아 피디수첩을 보니

by 격암(강국진) 2010. 1. 15.

어제는 미분양 부동산에 대한 피디수첩을 보았다. 한국 사람들이 빚을 얼마나 내서 아파트를 사며 아파트들이 미분양사태가 일어나고 개발이 예상한대로 되지 않아 어떻게 고생하는가 하는 가를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일본에 앉아서 피디수첩을 보다가 아내에게 문득 이런 말을 하였다. 이걸보고 있으니 한국에 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나는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서 집사는데 융자끼고 사는 건 누구나 하는 거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집사는데 융자 낼수도 있다. 문제는 그걸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한국에서 그런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있는한 그것과는 다른 생각을 할수 없게 되기 쉽다는 점이다. 즉 판단이 주변사람들의 의견에 크게 영향받을수 밖에 없는데 한국 대중의 판단이 별로 합리적이지 않아보인다. 


한국은 선진국 문턱에 겨우 도달한 나라다. 국민소득으로 봐서 일본의 절반도 아니고 3분의 1정도에 가까운 정도다. 그런나라에서 사람들이 3억쯤 돈을 빌리는 것을 우습게 안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체의 88% 입주자는 전월세를 살고 있고 집주인들은 평균 3억정도 돈을 빌렸다고 한다. 전세금도 빚이다. 게다가 이건 빚의 최저선이다. 집주인들이 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빚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러니 5억씩 6억씩 빚을 지고 있는거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들은 집값이 10억씩 하므로 자신이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별로 없다. 


이 무감각은 한마디로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무감각이다. 모든 투자는 은행에 저금하는것 보다 위험하니까 고배당을 얻는다. 전혀 위험하지 않으면서 은행이자보다 훨씬 이익이 큰 투자가 있다면 그건 시장이 잘못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건 바보가 아니면 다 알수 있는 상식인데 다수의 한국 시민들에게는 상식이 아니다. 


나는 아내에게 또 이런 이야기를 했다. 20년쯤 뒤, 15년쯤 뒤에는 한국 부동산 버블붕괴는 2006년에 시작되었다고 기록될지도 모른다고. 일본부동산 버블이 꺼져서 8분의 1이나 4분의 1로 집값이 떨어졌다.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게 그게 확떨어진걸로 알고 있는데 실은 그 하락세는 10년에 걸쳐서 떨어진것이고 주식이 그렇듯 중간에 다시 부활할것처럼 잠시 잠시 피크를 보이던 때도 있었다. 


사람들은 부동산이 다시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다시 올라서 2006년가격을 넘어 계속 올라갈것처럼 착각하지만 상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안다. 앞으로도 값이 올라가는 부동산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처럼 부동산불패같은 단순한 신화는 통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보합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다. 


보합세라는 것은 가지고 있는 그집을 소비재로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게 무슨말이냐 하면 예를 들어 월수입 3백만원정도 하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샀다고 하자. 부모가 그집을 사줘서 빚도 없었다. 이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이 사람은 잠정적으로 수입에 과분한 소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1억짜리 전세집에 살고 9억을 은행에 넣으면 이자로만도 매달 수백씩 받을 것인데 그런집에 살고 있으니 매달 수백만원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라는 이야기다. 


하물며 이 사람이 빚내서 은행이자를 물면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보합세면 어찌되겠는가. 집값이 수평선을 그린다고 할때 10억짜리 집에 살수 있는 사람은 연봉이 1억이라도 과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월급수준과 집값수준을 보면 집값이 수평선을 그린다면 우리나라 집주인들은 대부분 과소비를 하고 있다. 빚을 내서 집을 샀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건 피라미드 다단계판매다. 붕괴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서로 서로에게 잘못된 신념을 심어준다. 그래도 부동산이 안전하다. 그래도 부동산이 있어야 돈을 번다. 한국 부동산이 더 올라가려면 한국 사람들 소득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은행이 더많이 융자를 해서 부동산 가격을 지지해주기에는 이미 너무 은행빚이 많으니까. 부동산 가격이 10년을 평행선을 달리면 붕괴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국민소득이 10년안에 정말 일본이나 유럽의 부국수준이 될까? 


파국이 코앞에 다가온게 아니라 파국은 이미 시작되어 한참 진행중이 아닐까? 빚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지금 너무 용감한거 아닐까? 우리는 여러모로 파국을 외면하고 임시처방으로 버티고 있다. 그런만큼 진짜 파국은 더더욱 괴멸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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