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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스크랩] 일본의 주차장 문화, 다르긴 다르다.

by 격암(강국진) 2009. 12. 9.

 * 동네를 걷다보면 가끔 어떻게 주차했는지 신기한 경우를 만난다. 누가 살짝 들어서 갖다놓은 거 같다.

 

 *  주차장도 주인이 정해져 있다. 주차장 번호로 자기 자리를 기억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예 자동차 번호를새겨 놓기도 한다.

 

외국 살다보면 한국에서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주차장 문제도 그렇다. 차를 사면 적당히 비어 있는 동네 주차장에 세우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어디에 주차할 것인지 경찰서에 주차장을 등록하지 않으면 아예 차를 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연구소 안 숙소에 살고 있었으므로 연구소 안 전체가 우리 주차장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 곳은 신고할 수 없는 주차장이라서 우리 집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동네 주차장을 계약하여 신고해야 했다. 결국 그 주차장을 사용하는 8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세운 적이 없었지만 우리 자리는 그 어떤 차도 주차하지 않은 채 항상 비어 있었다. 

 

주차장을 계약이라니, 도대체 어디에다 알아봐야 하는지조차 까마득하였는데  알고 보니 집 계약하는 것하고 다를 바가 거의 없었다. 우선 부동산에서 모든 계약을 대행하고 있었고, 한 달치 분을 부동산에 중개비로 주고 2~3달 치를 보증금으로 미리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주차장 월세는 은행으로 자동 이체를 시켜야 하는데 자동 이체시 수수료는 우리 부담이었다. ㅠ.ㅠ 도쿄 변두리와 맞닿아 있는 우리 동네의 경우 한 달 주차료가 만오천 엔 안팎이다.

 

*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가 선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정확한 거리는 모르지만

확실히 한국보다 차간 간격이 넓어서 문을 열고 나오기가 쉽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를 가지고 싶은 사람에게 주차장은 자동차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이다. 집을 지을 때도 적어도 한 대 이상의 차를 세울 공간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아파트 계약을 할 때도 아파트 주차장의 여분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기 아파트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멀리 있는 계약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집까지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꽤 많다. 개인 주택이지만 주차장 공간이 아주 작아서 거의 예술의 경지로 주차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일본 주택가를 이리저리 걷다보면 그 경이로운 주차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친구나 친지 등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은 주차 공간이 없으니 가능한 한 차를 가지고 오지 않거나 차를 가지고 오게 되면 인근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와야 한다. 아파트에 따라서는 방문객용 주차장을 몇 개씩 준비해 두기도 하지만 그것도 하루 전 이상 미리 신청해야 하거나 시간 제한 등이 있어 사용하기가 그리 편하지는 않다.  

 

 

 * 바닥에 적혀 있는 번호나 대략적인 위치로 자기 자리를 구별하기도 하지만 밤에는 헷갈리기 쉽다.

번호 앞에 붙어 있는 색색의 형광판이 자동차 불빛에 반짝이면 자기 색깔을 찾아가면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런 시스템이 좀 귀찮게 느껴졌지만 좀 지나고 보니 이런 제도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어디쯤에 자리가 있을까 찾아봐야 하는 수고가 없고 불법 주차 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다툼도 생기지 않아서 생활이 훨씬 여유로워지는 것이다. 주차할 공간도 주차비가 만만치 않으니 웬만하면 자전거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되어 경제적으로나 환경친화적인 면으로 보아도 이득이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러한 주차 시스템이야말로 하나의 제도가 문화를 만들고, 또 그 문화가 그 사회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한 예인 것 같다. 옆차와의 간격을 염려하여 중간의 선을 이중으로 하는 것이나 그마저도 못 미더워서 뒷문을 슬라이딩식(승합차처럼)으로 한 승용차가 많은 것도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일본인의 얼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출처 : 아무나 못 보는 일본 이야기
글쓴이 : 길 위에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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