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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가장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서의 인간학

by 격암(강국진) 2010. 2. 5.

2010.2.5

아직도 우리가 컴퓨터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컴퓨터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농업혁명의 시대나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는 이제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2000년정도부터 피씨의 성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윈도XP를 아직도 문제없이 사용하고 계십니다. 그것은 백배쯤 빠른 컴퓨터나 화면이 몇배더 큰 컴퓨터가 이젠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컴퓨터는 날로 싸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윈도우 값이 컴퓨터 값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피씨를 제조해서 파는 것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지 못합니다. 

 

보통 컴퓨터 제조업체로 알고 있는 애플이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기기업체라고 말하는 것을 기억하십시요. 그들이 자랑하고 돈버는 산업이 컨텐츠 산업이며 피씨가 아니라 모바일 기기인 아이폰, 아이포드나 아이패드 같은 것이 그들을 대표한다는 것을 보십시요. 

 

실은 이 무선통신 혁명의 시대도 이젠 끝나버렸는지 모릅니다. 물론 피씨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듯이 핸드폰 혹은 휴대용 사무기기도 앞으로 발전할 것이지만 어쩌면 이제는 피씨처럼 점점 싸지기만 하고 그다지 고부가가치가 안되는 제품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 미래는 뭐가 등장할까요? 나노산업제품, 기억력 증진같은 것을 해주는 기적의 약, 로보트, 증강현실기기 뭐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뭐가 실제가 될지는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꿈이 이뤄진 경우도 많지만 달콤한 미래에 대한 약속은 대부분의 경우 약속에 멈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예로 상온초전도체에 대한 연구와 핵융합연구를 들수가 있습니다. 그런 연구는 아직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주목받을때 그들이 약속한 것만큼 그렇게 결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류의 생활을 확실히 바꿔내기는 커녕 아직도 연구단계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슬슬 그 핵심을 인간이 쓰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 그자체에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것같습니다. 예를 들어 TED에서 물라인나탄이란 사람은 이런 예를 듭니다. 우리는 수많은 돈을 기계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쓰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는 매우 발달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편지를 썼습니다. 당신은 이러저러한 만큼 에너지를 사용했으며 다른 사람보다 에너지를 더썼다던지 덜썼다던지 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런 편지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절약하라는 말이 없어도- 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준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경쟁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단순한' 도덕문제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혹은 착한 사람이되자 같은 단순한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지가능한' 이라는 단어를 요즘 접합니다. 유지가능한 사회, 유지가능한 세계 이런 식입니다. 왜냐면 환경, 자원, 인구 이런 문제를 보면 세상이 유지가능하지 않을 것같기 때문입니다. 당장내년에 세상이 망하는 것은 아니라도 말이죠. 

 

우린 보통 외부로부터의 변화라는 개념에 익숙합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를 생각해 봅시다.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마이클 잭슨이 주동되어 노래를 부른 위아더 월드를 기억할 것입니다.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자는 것이죠. 그러니까 후진적인 아프리카에 기술을 제공하고, 먹을 것을 제공하고 하는 식으로 아프리카를 살기 좋게 만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건좋은 일입니다만 내부적변화 인간의 변화가 없을때 오히려 재앙이 될수 있습니다. 그런 변화없이 먹을 것을 제공하면 인구만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럼 더 많은 원조가 필요하죠. 그렇게 해서 계속 인구만 늘다가 어떤 기후나 정치적 요동이 있고 더 큰 힘으로 외부에서 간섭이 들어가지 않으면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인종청소나 수백만이 굶어죽는 대소동이 벌어지는 것이죠. 

 

우리는 그것을 아프리카 사람의 일로만 볼게 아닙니다. 인류 전체로 봐도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내적 변화를 이룩하지 않으면 발전해 가는 기술속에서 대참사가 벌어질수 있습니다. 실은 지금 전세계의 부자나라들이 전부 빚더미에 앉아서 비틀거립니다. 그 대참사는 코앞에 있을수 있습니다. 

 

아 그러니까 우리가 좀더 착한 사람이 되자는 거 아니냐고 그게 다가 아니냐고 생각지 말아야 합니다. 이건 심리학, 신경과학, 철학, 종교 모든 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아주 큰 것입니다. 5천년쯤 전에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정착해서 농사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고 누가 말했다고 해봅시다. 그때까지 사람들이 원시적인 농업을 안했던게 아닙니다. 씨를 어딘가에 뿌려놓으면 나중에 돌아와서 수확을 할수 있다는 식의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단지 수렵보다 농사에 전념하자는 것, 그리고 사람수를 늘려서 규모있는 경제를 만들자는 생각에 따라 사는 것에는 어떤 비약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비약이 좋건 나쁘건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는 방식이 달라졌고 가치관이 달라졌고 사회적 환경이 전혀 달라졌습니다. 

 

21세기에 현대과학기술을 버리고 다시 원시인처럼 살자고 제안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과연 자본주의 문명과 경쟁해서 이길수 있을까요? 이길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문명일까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가 바로 인간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인류학, 역사학, 사회과학, 철학, 심리학, 의학, 뇌과학등이 모두 연결되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가능하게 할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컴퓨터를 파는 것이나 아이포드를 파는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철학같이 돈안되는 이야기를 하니 이게 무슨 산업이냐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재미좋은 산업중의 하나는 관광산업입니다. 관광산업은 단순히 자연이 아름다워서 되는게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만족감을 가지며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비싼돈주고 베토벤이나 모짜르트 생가를 가거나 헐리우드 영화제작장소를 가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많은 사람들이 요즘은 정신상담을 필요로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양삼아 여행을 떠나거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오락물로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150킬로로 달리는 것도 위험한 도로밖에 없는 현실에서 비싼 스포츠카를 삽니다. 많은 사람들이 허영을 위해 옷이나 아파트에 돈을 씁니다. 

 

만약 화성인이 지구인을 관찰하고 있다면 그들은 수천억을 들여 아바타를 만들어 보고 즐기는 인간들을 미쳤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물론 누군가 나쁜놈이 아프칸에 도망갔다고 거기에서 전쟁을 10년동안 벌이는 짓은 미친짓입니다. 

 

우리는 돈을 벌기위해 철학을하고 정신적 도약을 꿈꾸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들은 이런게 돈이 된다고 하면 주목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 봅시다. 세계의 문화적 리더가 되고 정신적 리더가 되는 것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이 있냐고. 

 

해리포터나 아바타같은 상품은 기술로 만드는게 아닙니다. 겨울소나타 한편의 드라마로 얼마나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썼는가를 생각해 보십시요.  

 

오늘날 가장 미개척의 분야이며 가능성이 큰 분야는 바로 문명과 문화와 정신과 철학의 분야입니다. 바로 21세기를 만족스럽게 살아갈수 있는 가치판단 패키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21세기가 끝날 무렵쯤되면 우리가알고 있는 기술들이 엄청나게 발전한 미래를 그립니다. 그러나 200년전에서 과거인간들이 오늘날에 온다면 가장 놀라는 것은 기술이 아닐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당연한것이라고 생각했던 가치가 사라지고 바뀐 것일 것입니다. 결혼의 형태, 여성의 지위변화, 왕이 없는 세상 같은 것이 가장 믿기 힘든 것일 것입니다. 기술과잉의 시대에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기술이상으로 정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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