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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미국 이스라엘

일본인이 사는 모습 : 사이타마현 와코시의 경우

by 격암(강국진) 2010. 2. 13.

사이타마현 와코시


우리 가족은 일본 사이타마현의 와코시에 살고 있다. 일본인이 사는 모습내지 우리 가족이 사는 모습을 설명하자면 우리가 사는 도시를 좀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와코시는 동경 서쪽에 있으며 동경과 경계선을 맞대고 있는 작은 도시다. 동경의 이케부쿠로에서 전철로 15분쯤 되는 거리에 있다. 이 도시는 그 크기가 동서와 남북으로 각각 2.5킬로와 4.5킬로밖에 되지 않으며 인구는 2008년 9월 1일기준으로 76829명이다. 작은 도시지만 와코시에는 초등학교가 8개, 중학교가 3개 그리고 고등학교가 2개 있으며 장애인학교도 2개가 있다. 동경 경계선에 가까운 시라고 하는데 작다고 놀란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실은 일본은 이렇게 작은 시들이 아주 많다. 일본은 몇 개의 도와 부를 빼면 43개의 현으로 나뉘어져 있고 현들은 다시 시나 군으로 나뉘어지는데 와코시가 있는 사이타마현의 지도를 보면 작은 시들로 잘게 나뉘어 있는 것을 볼수가 있다. 물론 와코시보다 큰 도시도 많이 있다. 


와코시의 북쪽에는 아라카와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아라카와 강주변의 부지를 개발하여 만든 곳으로 산책로와 야구장, 축구장, 연못과 놀이터등을 만들어 놓았다. 아라카와 공원은 경관이 뛰어나며 강에서 오리며 물고기를 구경한다거나 갈대밭을 즐길수도 있다. 이 공원에 있는 야구장, 축구장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야구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9개나 된다. 이것도 강을 따라 공원이 계속되기 때문에 몇 개가 더있는지 모른다. 일반인이며 초중고 야구팀들이 여기에 나와서 연습을 한다. 이런 걸 보면 환경이 이렇게 다른데 WBC같은 데서 한국대표가 일본을 이기는 것은 참 기적처럼 느껴진다. 


아라카와라는 것은 한문을 우리나라 말로 읽으면 황천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공원으로 가는 길을 황천길로 부른다. 주말에 황천을 건너 공원에 가면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텐트를 치고 바베큐 굽는 장치를 설치해서 북적거린다. 멀리 가지 않고 동네의 공원에 아이들을 데려와 풀어놓고 바베큐 같은 것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주말을 공원에서 보낸다.


일본에는 공원이 많다. 아주 많다. 와코시가 특별히 시설이 좋아서 와코시에만 공원이 있는게 아니다. 작은 도시지만 우리집 앞에도 따로 큰 공원이 더 있고 차를 타고 돌아다녀보면 일본은 도시마다 공원을 조성해놓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공원이 아니라도 꽃길을 조성해 놓은 곳도 사방에 있다. 철이되면 사방에서 꽃축제가 열린다. 일본을 처음보고 일본이 생각보다 부자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한국 사람들이 종종있다. 맨하탄의 고층빌딩처럼 높고 휘황찬란한 것만 부자나라의 증거는 아니다. 사방에 만들어 놓은 공원을 돌아다녀보면 부자나라라는게 건물만 좋은게 아니라 이런 시설을 잘해놓은 곳이 부자나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차를 타고 갈수도 있지만 우리 가족은 가끔씩 전부 자전거를 타고 이 공원까지 간다. 물론 오르막길 때문에 아이들은 힘들다고 말할때도 있지만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내 개인적으로는 아이들과 자전거타는 것이 즐겁다. 그리고 물론 공원에 도착하면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재미도 그만이다. 


우리 가족은 자전거가 모두 한대씩있다. 미국에서는 한대도 없던 자전거였지만 하나둘씩 사다보니 일본에서는 그렇게 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이다. 와코시의 중앙에는 와코역이라는 기차역이 있는데 그 근처에 가면 사방에 세워 놓은 자전거가 엄청나다. 커다란 자전거 전용 주차장도 있다. 아침이면 사람들은 역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출근을 한다. 거리에서는 종종 자전거의 앞뒤로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일본 엄마들을 발견할수 있다. 비오는 날이면 아이를 태우고 한손은 우산을 쓰고 자전거를 모는 사람도 쉽게 발견한다. 처음에는 서커스처럼 신기하게 여겼으나 이젠 나도 우산쓰고 자전거를 탈때가 있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가고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간다. 자전거는 일본에서 거의 필수적인 교통수단이다. 


와코시의 도심이랄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와코 역전이다. 여기에는 각종 술집이나 음식점들이 있고 이토요카도라는 한국의 이마트 같은 종합쇼핑센터도 있고 시닥스라는 노래방도 있다. 물론 오락실이나 빠징코가게도 있다. 하지만 역전에 있는 곳은 대개 전국체인망을 가진 가게들이라 와코시의 특징을 보여주는 가게들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시닥스도 전국체인을 가진 큰 노래방으로 주차장이 딸린 큰 건물이 전부 노래방이며 술과 음식도 파는 가게다. 술을 팔지만 아이들도 여고생도 마음대로 드나든다. 퇴폐업소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일본은 그 구분이 확실해서 술을 판다고 반드시 청소년 유해업소가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쪽저쪽 구분이 확실하달까. 


이 와코역에서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드문드문 밭들이 있는 길이 나온다. 밭에 있는 흙이 참 곱다. 일본흙은 우리와 다른가 보다. 와코시는 실상 사방에 밭이 있다. 그리고 수확한 작물을 파는 가게도 있다. 시골은 아닌데 아직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고 낮은 단층건물들이 즐비한 도시가 와코시다. 실은 이 근처의 많은 일본의 도시가 이렇다. 차를 타고 달려보면 저층 건물들이 대부분인 주택가며 거리가 끝도 없이 연이어 펼쳐져 있다. 시와시의 경계는 항상 애매하다. 항상 어떤 공터가 나오거나 하는게 아니라 그냥 주택가가 연이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밭옆으로 난길을 따라가면 옛집을 보존한 신창향토민가원이 나온다. 대단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옛 초가집을 보존해놓은 곳으로 일본의 옛날 생활모습을 볼수가 있다. 들어가보면 집의 한 중앙에는 솥이 걸려있고 장작불을 피우는 장소가 있다. 일본은 온돌이 없어서 중앙에 불을 피워서 난방을 했었다. 실은 지금도 대부분의 집이 우리나라 같이 온돌이 없고 단열이 부실하다. 그래서 일본의 집은 한국 사람들에겐 대개 춥다. 일본은 각지에 크고 작은 문화 보존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작은 신사나 절, 박물관등이 참 많다. 옛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뚜렷히 보인다. 인구 8만이 안되는 도시이며 만들어진지 40년이 안되는 도시이지만 도서관에 가면 이 지역에 대한 연구며 이 지역을 즐기기 위한 산책로에 대한 책들이 나와 있다. 한국으로 치자면 양천구 신월 5동을 즐기기 위한 산책로나 수원 영통지구의 역사라는 책인 셈이다. 민가원이란것도 대단한 유적이 아니라 그냥 옛날집을 유지해 놓고 살았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아라카와 공원에서 와코역을 지나 계속 남하하여 와코시의 상점가를 따라 올라오면 유명 체인점이 아닌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는 자전거가게, 커피숍, 전자제품 상점에서 핸드폰 가게까지 줄줄이 늘어서 있다. 이 가게들은 대부분 체인점이 아니니 이 거리야 말로 진정한 와코시의 가게들이 있는 거리라 할만하다. 일본에서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수 있는 가게는 야끼도리라고 하는 닭꼬치집과 라면집이다. 다른 가게도 있지만 여기도 라면집과 야끼도리 집이 몇 개나 있다. 그중에서도 한 건물의 구석에 있는 닭꼬치집이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집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하는 이 닭꼬치 집은 자리가 없다. 사람들은 탁자없이 길에서 서서 닭꼬치를 먹는다. 술은 팔지 않지만 바로 옆에 술 자판기가 있다. 그러니 퇴근할 때 술하나를 뽑아서 한 개 천원쯤하는 닭꼬치를 안주삼아 한잔하고 들어가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말해 생선요리와는 달리 개인적으로 접해본 일본의 고기요리는 그다지 볼품이 없었다. 아뭏튼 오랫동안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않던 나라다. 그러나 닭꼬치는 다르다. 아주 맛이 좋다. 저녁이면 사람들은 이 앞에 줄을 서서 떠들고 술과 닭꼬치를 먹는다.


계속 남쪽으로 내려오면 우리집이 있는 와코시 남부가 나온다. 이근처에는 이화학연구소와 혼다연구소가 있다. 우리집은 이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 있다. 아파트 단지라고 하지만 한국에 흔한 고층아파트는 아니고 7층짜리 아파트일 뿐이다. 한국식의 고층아파트는 일본에선 드물다. 아파트 단지의 동쪽으는 와코시의 시청이 있다. 일본에서는 시마다 동네마다 하는 축제를 마쯔리라고 부른다. 시청앞 광장에서도 해마다 시청주최의 마쯔리가열린다. 


우리 집에서 남쪽으로 가면 혼자서 혹은 아이들과 산책을 나가는 수림공원이라는 공원이 있다. 큰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책하기 기분좋게 오래된 나무가 울창하게 많은 공원이다. 이 공원은 두개의 산책과 조깅 코스가 각각 1킬로 정도로 나있고 시립체육관이 있다. 그 이외의 공간은 잔디밭과 나무로 채워져 있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동네의 중요한 휴식공간이다.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곳 중에는 우리 집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종합아동센터라는 곳이 있다. 일본의 각 시마다 몇개씩 만들어 놓은 아동센터는 말하자면 몇층짜리 건물에 아이들이 놀수 있는 시설을 갖춰놓은 것이다. 보드게임이라던가 탁구나 농구, 배드민턴 같은 것을 할수 있게 해놓고 어린 아이들이 놀 만하게 유아용 시설도 해놓았다. 작은 독서실도 있다. 시민들에게 공짜로 개방되어 있는 아이들 놀이용, 가족 놀이용 건물이다. 우리 아이들도 친구들과 여기가서 종종 논다. 비가 오는 주말이면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곳이다. 와코시에 있는 시립수영장도 이 아동센터에 붙어 있다. 어린아이들은 백엔, 어른은 3백엔에 들어갈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주 유용하게 쓰는 시설이다. 


이밖에도 와코시에서 언급할 만한 곳에는 공민관이란 곳이 몇곳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강좌를 열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클럽활동을 지원하기도 하는 곳이다. 연만드는 강좌를 한다던가 한국어나 일본어강좌를 연다던가 한다. 일반인들이 여러가지 취미 클럽활동을 이 공민관에서 하기 때문에 발표회를 해마다 하기도 한다. 노래방 클럽이나 악기 클럽, 붓글씨 클럽 같은 곳에서 모여서 자신들의 성과를 발표하는것이다. 일본 사람들의 취미 활동은 우리나라보다는 좀더 활성화된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이것이 해마다 열리는 공민관 마쯔리다. 전통악기 클럽들도 있기 때문에 대개 아마추어 수준이기는 해도 일본의 전통음악을 경험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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