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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키워드 여행

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 주말 캠핑 여행을 다녀와서

by 격암(강국진) 2011. 8. 16.

우리 막내 아들은 그다지 친구가 없다. 그래서 제일 친하다는 친구가 요코하마로 이사를 갔을때 매우 섭섭해 했고 주로 그덕분에 우리 가족은 가끔 그 가족과 만남을 주선해서 이런 저런 행사를 가지곤 한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언제 한번 둘이 만나게 해줄까하여 전화를 했더니 그쪽에서 말하기를 캠핑장으로 숙박하는 여행을 1박2일로 다녀오면 어떠냐고 묻는다. 그런 사유로 우리 가족은 경호의 친구가족과 하루 캠핑 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귀찮은걸 싫어하며 짐이란 늘리면 하염없이 늘어나는 법이라 캠핑장비를 사는걸 꺼려해 왔다. 텐트를 사면 테이블이며 차양이며 의자를 사게 되고 그러면 정식으로 사게 되는 장비가 그뒤로도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텐트를 사지 않을수가 없어서 텐트를 사고 의자와 테이블을 빌렸다. 


마침 일본은 오봉이라는 명절이라 차는 막히고 막혀 5시간이 걸려 도착한 캠핑장은 아내 말마따나 일본 거품시대에 개발하기라도 한듯 낡았지만 아주 거대한 규모를 가진 곳이었다. 놀이시설과 수영장은 물론 RC카 경주장에 여러가지 레스토랑이 따로 있고 그와 따로 붙어서 여러가지 숙박시설을 갖췄다. 우리가 예약한 숙박장소는 오토캠핑장으로 주차장처럼 크게 바닥에 금이 그어져 있고 한쪽켠에 수도시설과 샤워시설 그리고 화장실이 갖춰져 있었다. 


때가 휴가철인지라 거대한 장소라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올수 없는 곳이고 내텐트 가져와 자는 것이지만 하루에 우리돈으로 15만원은 내야 잘수 있는 곳이다. 한국이라면 수영장 딸리 펜션에 가도 이돈 절반에도 잘수 있을지 모른다. 같이간 일본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들이 간 다른 곳은 그 캠핑장보다 더 쾌적하고 깨끗하며 놀이시설이 좀 없을 뿐인데 절반값이라고 하니 일본의 캠핑장이란게 값이 천차만별인가 보다. 


차를 주차시키고 휴대용 테이블을 펴고 의자를 폈다. 텐트까지 자동차 옆에 치고 버너를 꺼내고 먹을 것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꺼내니 한편으로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자연을 느끼고 숙박을 하는게 캠핑일것인데 온갖 편한 캠핑 장비를 설치하다보면 마치 빈땅에 집을 짓고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홀가분하게 훨훨 살아가는것이야 아이없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고 이 여행자체가 아이들때문에 시작된것인데다가 아내의 눈치도 봐야하니 투덜거릴 처지는 아니다. 사실 나도 홀가분한걸 좋아할뿐 열악한 진짜 자연환경을 잘참아내는 사람은 아니다. 빌려간것이긴 하지만 천으로된 의자에 퍼지듯 앉으니 좋기는 좋았다. 


그런데 덥다. 그것도 미친듯이 덥다. 나중에 더위를 참지 못해 수영장으로 가니 오늘의 날씨는 38도라고 써있었다. 텐트를 치는데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마치 물풍선 어딘가에 구멍이 나서 물이 새는 것처럼 땀이 흘렀다. 게다가 차한대세우고 테이블설치하고 텐트치고나면 거의 차는 공간이 촘촘이 2-30개가 붙어있는데 어느 곳도 빈터가 아니고 다 사람이 채웠다. 나중에는 캠핑기분이 나는게 아니라 무슨 난민촌에 온 느낌이엇다. 여기저기 개짓는 소리에 애우는 소리에 난리도 아니다. 


나가노의 캠핑장은 이렇지 않았다면서 그 장소를 고른 일본인가족이 미안해 한다. 그곳은 고원지대라 땀도 안나고 쾌적했다고 한다. 화장실도 그곳이 더 좋았다고 한다. 화장실은 뭐 그냥 그랬다. 하지만 뜨거운물이 콸콸나오는 플라스틱 박스식으로 된 샤워시설은 내가 기대한것보다 더 좋았다. 뭐 샤워만 제대로 할수 있다면 반은 문명사회에 있는 것이다. 


캠핑장이 너무 커서 처음엔 수영장까지 다시 나가기 귀찮았으나 더위에 굴복하고 모두 수영장으로 갔다. 아무래도 아이끼리 친한 것이고 어른들은 좀 어색한 사이인데 수영장에 가서 비치볼 장난을 좀 치니 서먹함이 좀 가시는 것도 같았다. 


캠핑에 대해 내가 특별히 기대한 것이 있다면 그건 하나. 불장난이다. 애들만 불장난을 좋아하는게 아니다. 나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기회만 되면 뭐가를 이글이글태우고 싶어한다. 새로산 바베큐 기계에 석탄을 넣고 불을 붙여서 불길이 이글이글 올라오면 왜 그리 기분이 좋은지. 필요한 화력보다 4-5배는 더 많은 연료를 가져갔다. 그중에서 나무장작은 조금만 태웠지만 석탄들은 아낌없이 썼다. 나중에는 화력이 너무 세서 음식을 못해먹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저녁이되니 아무래도 더위가 가신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도시는 인간이 만들어낸 열로 더운 것이다. 에어콘이 펑펑 열을 내고 냉장고도 안만 시원하지 바깥쪽은 열판이다. 각종 전자장비로 빼곡히 들어찬 좁은 아파트는 여러가지 열원들때문에 덥다. 


바베큐로 구운 음식들을 먹고 의자에 앉아서 재즈음악을 듣는다. 뭐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 다만 이걸 즐기기 위해 중간과정에 쏟은 에너지를 생각하면 현명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쨌건 이 여행에서 나의 선택권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막내가 좋아 죽겠다는데 매몰차게 안된다고 할수는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텐트들이 거의다 같은 브랜드다. 다들 비슷한 텐트에 비슷한 의자에 비슷한 바베큐세트를 가지고 비슷한 음식들을 먹고 있다. 이런 규격화된 오락에 대해 뭔가 골치아픈 소리를 할수도 있지만 나는 적어도 소용없을때 그런 소리를 자제할 정도는 배웠다. 


아이들은 일본에서 인기좋은 불꽃놀이를 했다. 뻥뻥터지는 게 아니고 빛나고 불꽃튀는 그런거. 어른들은 맥주를 마셨다. 내가 가져간 복분자주도 한잔했다. 나는 틈틈이 가져간 책을 읽는 시간도 가졌다. 숲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가롭게 책을 보는 시간이 나의 이상형이었기에 길게 하지 못해도 잠깐은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다음날은 개인적으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아이들이 쓰러질것처럼 더위를 이기며 뛰어다니는 동안 어른들은 시간을 때우거나 같이 더위를 견뎌야 했는데 그다지 재미없었다. 사실 아이들은 그런 걸 좋아하지만 나는 서양의 놀이공원을 흉내낸듯한 놀이공원에 별다른 흥미를 느낄수가 없었다. 뭐랄까 창의성이란게 거의 보이질 않는다. 이젠 식상해진 할리우드 영화, 그것도 제대로 안만들어져 놀랄부분도 없는 할리우드의 영화의 복제판을 보는것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좋았다. 한국은 어떤지 모른다. 한국도 캠핑 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것같다. 아내는 항상 조용하고 사람없는 곳만 찾아다니는 나의 선택에 불만이 많다. 그러니 한국에 산들 사람으로 버글거리는 캠핑장의 캠핑은 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곳을 다녀왔으니 불만이 좀 줄었는지 모르겠다. 그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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