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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살고 싶은 마을

맹자와 마을 공동체 운동

by 격암(강국진) 2013. 5. 1.

맹자 양혜왕(梁惠王)에는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서 나눈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릴 적에는 이 이야기를 듣고 그저 고리타분한 도덕론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내가 어리석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왕에게 하는 충고 이지만 현대의 왕이라고 할수 있는 시민들이 내가 무엇을 봐야 하고 말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는데 기억해야 할 말인 것같다. 


유세를 다니는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양혜왕이 묻는다. 


선생님처럼 고명하신 분이 우리나라를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어떤 이익이 있겠습니까.


이에 대해 맹자가 대답한 말이 참 마음에 와닿는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만 말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으로는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만약 한나라의 왕이 어떻게 하면 나의 나라를 이롭게 할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그 아래에 있는 대부는 어떻게 하면 내집안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선비와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한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위아래가 다투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면 나라는 위태로워집니다. 


만승의 부유함을 지닌 나라에서 그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천승의 부유함을 지지닌 가문에서 나오게 마련이고 천승의 부유함을 지닌 나라에서 그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백승의 부유함을 지닌 가문에서 나오게 마련입니다. 임금이 지닌 만승의 부유함 중에서 천승의 부유함을 봉록으로 받거나 임금이 지닌 천승의 부유함 중에서 백승의 부유함을 봉록으로 받았다면 결코 적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만약 의리를 뒤로 돌리고 이익을 앞세운다면 더 많은 것을 빼앗지 않고는 만복해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됨이 어진데도 자기의 어버이를 버리거나 의로운데도 자기의 임금을 경시하는 자는 없습니다. 왕께서는 인의를 말씀하셔야지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 말씀하십니까?


다시 봐도 결국 고리타분한 도덕론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오늘날 우리는 워낙 문제는 경제야 라던가 돈이 어떻고 발전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에만 매몰되어 실은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논리와 증거를 들이대기 전에 사회적인 문제 국가적인 문제를 논할 때는 기본적으로 기억해 둬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은 하나 하나로는 약하고 무능하여 뭉쳐야 한다는 것이며 서구의 자유주의가 한 무리의 위선자, 한 무리의 욕심쟁이가 모여서 모두의 욕망을 충족시킬수 있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거짓이라는 것이다. 이기주의자들이 모여도 규칙만 지키면 모두의 이익이 달성되는 자유시장의 이상은 환상이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믿을 수 없다. 


사회적으로 말할 때 우리는 항상 각자의 이익을 돌보지 않을때만 부유해 질 수 있다. 우리는 나를 돌보지 않고 남을 돌보는 일에 몰두할 때 나를 온전히 키울 수가 있다. 이것은 따분한 이상론이 아니라 명백한 현실론이다.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와 사업을 논하는 것은 그 사업을 잘 논하자라는 말 이전에 왜 그런 사람과 사업을 하는가라는 더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 모두가 모여서 자기 이익만 살피고 돈 많이 벌고 내 배가 부른것 그게 최고지라고 떠드는데 어떻게 모두가 부유해 질수가 있을까. 결국 이익이 나면 누군가가 독식하고 손해가 나면 그 손해를 누군가에게 떠넘길 뿐이다. 


이런거 누가 모르냐고 하겠지만 두개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첫째로 대선이다. 우리는 점점 더 그 사람이 능력이 뛰어난데 도덕이 무슨 문제냐던가 하는 식의 주장에 빠져들어 왔다. 아파트값을 지켜준다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좋은 거 아니냐는 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능력은 둘째치고 그당시 대선 국면에서 그의 과거를 논할때 나는 단 한번도 공인에 어울리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누구나 아는 부자지만 이렇다할 기부를 한 것도 없고, 돈이 있을 만큼 있지만 한푼이라도 더 돈을 아끼고 모으겠다는 모습만 있었을 뿐이며 종종 그의 행위는 합법의 선을 넘어가는 것이며 의료보험비를 아끼겠다는 식의 치졸한 수준이었다. 만약 그가 그저 동네의 팔자좋은 남자로 남겠다면야 그것도 그저 그러려니 할수 있겠지만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인의 자리에 나오는데 도저히 논할바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되었다. 나는 거의 반년을 가슴아파하면서 지냈던 것을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1%가 아니라 0.1% 0.01%에 속하는 그가 도대체 어떻게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를 찍은 시민들이 야속했다. 


물론 사람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고 나는 그 모든 이유가 옳다 그르다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마디가 하고 싶을 뿐이다. 공인을 뽑고 그의 인생을 보는데 이익만을 생각하면 결국 오늘날의 왕이라 할수 있는 시민들에게 좋을게 없다는 것이다.


이런것도 안다고 생각하는 분에게는 아직도 잠깐만 기다라고 하고 싶다. 두번째 이야기를 듣고도 과연 우리가 이익 이익 하면서 사회적 단체가 번영하는데 있어서 그 기본이 뭔지를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를 자신할수 있을까.


요즘 전국에 마을 만들기를 하거나 공동체운동을 하거나 여러가지 협동조합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그럴때 거기서 이익을 노린다는 말 이외에 다른 이야기가 얼마나 나오던가. 예를 들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든다고 하자. 그럼 살기좋다는게 뭘까. 편하고 직장도 생기고 아이를 키우기도 좋고 그런 것만 나온다면 그것이 바로 이익만을 바라는 것이다.


나는 이익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문제는 그런 식일때 우리는 항상 망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은 전국에 있는 재개발 현장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이익을 넘어서 그 위에 있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지 않을 때 이익이 생기면 반드시라고 할만큼 더 큰 이익을 가지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사람이 나온다. 이명박대통령의 747공약같은 것처럼 말이다. 뻥은 뻥을 부르고 결국 가장 뻥이 센사람이 일을 주도한다. 그래서 미래는 도박판이 되고 그러다가 결국 한방에 많은 빚을 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이익을 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말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단순한 이익을 넘어서는 가치의 추구를 해야 한다. 그것이 고장에 대한 사랑이건 구도적인 깨달음에 대한 노력이건 인간에 대한 봉사로 삶의 보람을 찾는 것이건,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이건, 새로운 삶의 형식을 찾아서 보급해 보겠다는 이상이건 말이다. 심지어 미국조차 단순히 자신들의 번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계의 모범이 되겠다는 이상을 논했었고 논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저 나만의 이익을 논하고 나 편하자는 것만으로 뭉치면 그 뭉침은 오래가지 못한다. 왜 그런가는 바로 맹자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우리는 이익만 말하는데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소위 진보건 보수건 말이다. 


우리는 종종 너무 빨리 뭘 안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행동과 판단을 찬찬히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입만 벌리면 이익만을 바라면서 맹자의 말 같은 것은 무슨 소리인지 다 안다고 생각하거나 고리타분하고 비현실적인 이상론이라고 배척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빨리 이익을 논하는 이야기로 돌아가고 그것이 현실론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이다. 그러나 비오는데 우산 안쓰고 나가면 몸이 물에 젖는 것이 당연하듯이 집단과 사회를 말하면서 가치를 논하지 않고 이익만 논하는 것이 망하는 길이라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 아주 당연한 것이 오늘날은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사회에서 망각되어져 있다. 마치 모두가 술에 취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있지만 여러 매체가 자본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왕은 시민이다. 그런데 그 왕은 서점에서 내가 잘되는 길, 돈 잘벌고 취직 잘되는 길에만 종종 집중한다.  누가 가치를 말하고 철학을 말하고 인의를 말하고자 그 사람들에게 말문을 열면 당신이 말하는 것은 내가 이익을 보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겠습니까라고만 묻곤한다. 답은 기기묘묘한데 있지 않고 상식속에 있다. 그 상식은 이미 수천년전에 맹자가 말한 것이다. 왜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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