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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살고 싶은 마을

조용한 혁명, 마을 만들기 사업

by 격암(강국진) 2013. 3. 27.

마을 만들기 사업이란 것이 전국에서 열풍이라고 부를 정도로 퍼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추천하에 일이 진행되고 있고, 제주, 대전, 수원, 경기도등 여러곳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이 자생적으로 또는 관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 마을 만들기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잠깐만 둘러봐도 알수 있듯이 사람들마다 이것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르고, 당연히 어떤 변화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새마을 운동의 부활이냐면서 비아냥 거리기도 하고, 벽화를 조성하고 텃밭을 만드는 것이 곧 마을 만들기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마을 만들기란게 뭘까. 수원시 마을만들기 추진단의 민완식단장은 마을 만들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생활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며 그 궁극적인 목적은 주민들간의 소통을 통해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 만들기에 대해 문자 그대로 찬동하건 조금 다른 어감을 가지는 설명을 하건간에 공동체 복원과 생활환경개선이 마을 만들기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왜 지금 마을 만들기 사업이란게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으며,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다.


왜 지금 마을 만들기 사업인가.


마을 만들기, 공동체의회복등이 거론되는 첫번째 이유는 우리가 자치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이상 정부나 국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세세한 생활을 전부 살펴주기를 기대하고 그들에게 권력을 준다던가, 그들에게 실망한다던가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능력도 없고, 선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거의 아무도 그렇게 능력이 있을수 없으며 스스로의 무능을 고백하고 권력을 내려놓고 지금이 자치시대, 탈권위주의 시대라는 것을 말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다. 할수 없는 것을 할수 있다고 말하지 않기 떄문이다. 


지난 이명박 오세훈 시장의 두 임기동안에 혹은 그밖의 다른 지자제장들의 임기동안에 이것만 하면 마술처럼 우리 고장이 살아날수 있다면서 온갖 사업이 벌어지고 우리사회는 그 뒷처리를 못해서 고생하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몇천억 몇조 나아가 몇백조가 그런 사업의 비용으로 말해지는 것이다. 일례로 LH공사는 2006년에 부채가 50조였는데 2012년에 빚이 138조로 늘었다고 한다. 불과 몇년만에 빚이 몇십조씩 늘어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무능하기때문 만은 아니다. 애초에 단순한 거대공사로 성장을 기대하기에 한국은 이제 너무 복잡하고 민감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거대한 공사는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이런예는 거대한 주택단지의 개발같은 것이 경쟁력을 잃어서 여러가지 아파트 미분양사태가 벌어지는 것에서도 알수 있다. 


결국 작은 집단들이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돕는 소공동체들의 활성화가 있지 않고서는 생활의 질을 올리는데 한계가 크다는 것이 마을 만들기의 큰 이유다. 


두번째 이유는 단순화, 다양성 파괴로 인해 거대한 자본에게 사람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며, 마을 살리기가 곧 일자리 창출이고 수익의 창출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크게 보면 지방은 수도권의 종속변수에 불과했다. 지방은 그저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 중앙정부에서 결정하는 일에 따라 지방에 떨어지는 돈을 보고 사는 것이 과거였다. 하지만 지방자치 시대이후 지자단체들은 큰 규모에서 일종의 지방만들기를 해왔다. 더이상의 인구유출과 직장감소를 감내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문화운동이 되어, 지방 축제가 열리는 등 지방의 문화적 특색을 살리는 움직임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제 그같은 변화가 큰 지방의 단위 아래로 퍼져서 각 마을로 퍼지는 것이 바로 마을 만들기 사업이다. 성미산 공동체는 마을 만들기 사업의 모범사례로 자주 거론되는데 성미산 공동체를 보면 마을 만들기 사업이란 그저 마을 미화사업이 아니라 여러가지 가게를 열고, 공동 육아를 하고, 동아리 활동을 통한 문화활동의 증대를 통해 수입과 생활의 질을 동시에 증대시키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마을 만들기가 뒤쳐진 곳은 어떻게 되는가. 표준화 규격화된다. 그말은 거대쇼핑몰이나 프랜차이즈, SSM 같은 거대 자본이 만들어 낸 유통구조의 침입을 받기가 쉬워진다는 말이며 결국 다양성의 감소, 일자리의 감소, 외부 자본에 종속으로 이어진다. 이런 것이 경우에 따라 나쁜것만은 아닐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부분의 경우 좋은 것으로 추천할만은 것은 아니다. 


무엇이 마을만들기에서 중요한가.


일찌기 박원순은 2009년에 출간한 책,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에서 전국의 여러 공동체를 순회하고 그들의 현황을 보고한바 있다. 그 책에서 첫번째로 소개하는 마을이 한드미 마을이며 그 소개에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마을만들기에서 리더의 중요성이다. 


마을만들기에서는 한마디로 무수히 많은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문화적 비전을 가진 리더나 리더그룹의 존재다. 마을 만들기라는 것은 자생적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생활개선운동이라고 말하지만, 자생적인 것, 자발적이라는 것도 결국은 그 촉매가 되고 중심이 되어줄 계기가 없다면 어려울수 밖에 없다.


결국 마을만들기라는 것은 그 중심의 중심에는 우리의 삶에 대한 반성 그리고 자아찾기가 있기 떄문이다. 뭐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가에 대한 고민과 결과가 없이 그저 겉보기만 흉내내는 것만으로는 마을은 만들어 질수 없다. 모든 공동체는 결국 그 영혼이라고 할 문화적 정체성 혹은 정신이 필요하다. 그것이 공감대를 만든다. 그렇지 않고서는 많은 갈등과 선택의 상황에서 공동체가 찢겨져 나갈수 밖에 없으며 사람들은 그저 각자 서로 상관하지 않고 사는 것보다 오히려 더 괴롭다고 느끼게 될것이기 떄문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우리가 뭐 그런게 있어라고 자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 공동체 안에서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지 그런게 없어서가 아니다. 그 정신이니 문화니 하는 것은 흔히 상식이라던가 여기서는 원래 그런것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필요한 것은 마을만들기 전도사의 신학학교, 혹은 마을 만들기 학파의 학자들이다. 마을 만들기가 뭔지에 대해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는 철학적이고 근원적 가치의 차원에서 공감하는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마을 만들기를 진정한 혁명으로 만들것이다. 


맺는 말


나는 항상 한국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문화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이 마을만들기 운동이 그 운동이 될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이 운동의 목표는 단순하다. 다같이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행복해 지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그 고민의 끝에서 삶이 바뀌면 삶의 껍질도 바뀔것이다. 캠핑 붐이 일면 세단이 멋져보이던 사람들이 SUV 자동차가 멋져보이기 되듯이 마을 만들기가 본격화되면 기본적으로 반 공동체적인 아파트의 구조는 더더욱 인기가 떨어질 것이다. 서울이 모든 것을 독점하던 시대가 지고 지방시대가 열릴 것이고, 인문학과 예술의 가치에 대해 다시 평가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단순히 돈에 입각해서 접근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가치의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이 일반화 될수 있을 것이다. 동네 학교가 불안해서 아이를 멀리 유학보내고 가족이 잘라지는 일이 없어질 것이며, 노년이 되어 닥치는 외로움에 대해 덜 걱정하게 될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뿌리없이 자라기 보다는 고향을 가지고, 자기의 미래에 대해 덜 걱정하게 될수도 있다. 마을 만들기란 결국 일자리 만들기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혁명은 반드시 총칼로 하는게 아니다. 혁명은 생각을 바꾸는데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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