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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살고 싶은 마을

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 노인이 희망이다.

by 격암(강국진) 2013. 2. 28.

저는 전에 한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려면 젊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는 것보다 저를 포함한 세대인 4-50대가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blog.daum.net/irepublic/7888138). 인구구조상 베이붐 세대가 학생운동을 하던 시대에는 젊은 사람들의 힘이 세상을 어느 정도 바꿀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기 어렵기에 경제력과 사람숫자를 모두 갖춘 베이붐 세대가 사는 방식에 대해 다시 고민 하는 길만이 새로운 한국이 태어날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죠. 그들이 한국이라는 사회, 한국이라는 공동체에 대해 어떤 신뢰와 가치를 부여하는가가 한국의 미래의 모습을 결정할 것입니다. 그들이 법을 우습게 생각하고 불평등을 가볍게 생각하며 병역을 우습게 생각하면 그런 나라가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들이 사교육병과 부동산 폭등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4-50대 정도면 생활의 방식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며 역시 젊은이들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이 들으면 더더욱 황당할수 있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저는 해야 겠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희망은 노인이며 지방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절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제가 하는 말이 한국은 절대 잘될 수 없다는 말처럼도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희망은 노인들이라고.


노인이 희망이 되는 맥락


노인하면 보통 이제 은퇴하고 쉬면서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사람들이며 젊은 사람들이 돌봐주어야 할 대상으로 보통 생각하는데 저는 노인들이 한국개혁의 희망이라고 말하니까 이상하게 듣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제가 한국의 장래는 지방의 발전에 달려있다고 하면 좀 더 그럴듯 하게 들을지 모릅니다. 


서울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졌고 이미 너무나 많이 개발되어 있기에 사실 현상유지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걸 대표하는 것이 바로 요즘 항상 이야기하는 아파트 재개발 문제죠. 일산 분당같은 신도시들이 요즘 부동산 이 폭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온통 콘크리트로 만든 서울이 10년뒤에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까요? 아파트만 재개발이 어려운게 아니라 도시의 재개발도 어려울 것입니다. 현상유지만 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의 성장이 한국의 성장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뜻입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성장에서 소외되었고 관광을 포함한 서비스사업의 성장에 따라 기회를 가질 수도 있는 지방은 지금보다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많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지방의 성장이 한국의 주된 성장이 되는 시대가 올수 있습니다. 


지방 이야기하니까 왜 노인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한 분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고령화사회가 되어간다는 말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통상 그런 이야기를 할때 우리는 항상 평균으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평균적으로 보아서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지 몰라도 지방을 보면 이미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지 한참입니다. 60살 먹으면 청년인 것이 지방의 현실입니다. 


어떻게 말하면 지방을 꽉 잡고 있는것이 노인들입니다. 그리고 서울이 더 이상 양적으로 팽창할 수 없을 때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이 지방이 되는 것이고 결국 노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가 한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위로부터의 개발, 아래로 부터의 개발


뭐가 개발이고 성장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일도 참 많은 일들이 있을것입니다. 개발에 대해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이 가능하기에 적어도 어떤 분들은 개발이나 성장이라고 하면 4대강 공사로 강변에 공원 만들고, 그게 아니더라도 길만들고 다리만들면, 대형쇼핑몰이나 유원지 같은 것을 건설하면 그게 성장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것이며 그런거라면 결국 몇몇 리더나 중앙정부의 의지면 되는 것이지 현지에 사는 노인들이 뭘 할수 있다고 그들이 희망이라고 말하는가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런 부분도 물론 어느 정도는 있겠지요. 그러나 한 지역의 개발이나 성장이란 결국 허공에서 뭘 만드는게 아니라 지금 거기에 있는 것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을때는 개발비용이 엄청나서 성장이 불가능하거나 비극을 만들어 내는 개발이 되고 제 생각으로는 제대로 성장하기도 힘듭니다.


원주민이 만든 공동체, 커뮤니티, 역사적 문화적 특징에 기반하지 않은 개발이란 기본적으로 서울의 뉴타운 건설같은데서 지적되는 것처럼 결국 원주민을 몰아내서 빈터로 만들고 기존에 있는 것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외부인들이 들어가서 새로운 마을을 만드는 침략적 개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설사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원주민들이 모두 쫒겨나서 그렇게 되는 거라면 그것은 무엇보다 안될 일입니다. 더구나 사회적 역사적 부채를 남깁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는 진짜 제대로 성장하기도 어렵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땅은 그렇게 만들어지면서 결국 뿌리없는 고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카지노를 만들거나 공장을 만들어 누군가가 돈을 버는 일은 가능할지 모르나 진정 거기에 뿌리박고 그곳을 고향으로 사랑하고 키워갈 사람이 생겨나리란 보장은 별로 없습니다. 용산개발참사가 보여주듯이 지역민을 흔들어댄 개발붐은 붐이 꺼지고 나면 초토화된 땅을 뒤로하고 떠나기 쉽상입니다. 그러고나면 전보다 더 어려워진 지역만 남는 것이죠. 진짜 성장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위로부터 혹은 외부로부터의 개발이란 이래서 한계가 있습니다. 발전은 내부로 부터와야 합니다. 그런데 그 땅에 지금 있는게 노인들뿐이라는 겁니다. 그들이 시대에 저항하면 내부로부터의 발전은 없고 그러다가 결국은 외부로 부터의 큰손의 공략에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이런 비극이 일어나면 좋은 발전이 있기란 어려운 일이 되겠지요.


한국의 노인들


그럼 노인들이 뭘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뭔가가 결핍되어 있다면 그게 뭘까요. 그게 뭔지를 잘 알려주는 것이 선진국의 중소도시들이며 특히 일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 짤막하게 비교하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노인들이 가져야 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린 발전을 할수 있는 문화적 안목을 가지는 것과 외부로 부터의 인구유입, 특히 젊은 세대들이 늘어날수 있는 문화적 개방성을 가지는 일입니다. 개개인들로서 그 지역에 와서 정착하고 싶게 만들어야 발전하겠지요. 


추상적이지 않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마을을 상상해 봅시다. 여기 한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은 제대로된 식당이나 학교도 없고 문화시설도 없습니다. 단지 있는 것이라고는 여자가 시중드는 티켓다방이나 노래방, 술집입니다. 이 동네는 특히 텃세가 심합니다. 그래서 외부인들이 여기로 이사를 가면 온갖 트집을 잡아서 그 사람과 분란이 일어나고 결국 대부분은 그 마을로 내려가서 산게 된것을 후회하거나 그곳을 떠납니다. 


두번째 마을을 상상해 봅시다. 이 마을 노인들은 술을 먹고 음식을 먹어도 풍류를 즐기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멋있게 먹고 정성을 들여서 먹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술이란게 있고 지역의 음식이란게 남아있으며 지역의 음악도 있고 지역의 역사도 남아있습니다. 진짜 지역의 축제라고 할만한 것도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다른 소비를 합니다. 이들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구를 늘리려고 노력하며, 외지인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만한 안목을 가졌을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을 포용할수 있는 질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두개의 마을 중에서 어느 쪽이 제가 말한 내부로부터의 성장가능성을 가졌는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일본은 고령화 국가입니다. 일본도 사방에 노인천지입니다. 그래서겠지만 그나마 그 노인들이 주도하고 지켜가는 문화가 있기에 지금정도의 일본의 생활의 질이라도 지켜지고 있는 것입니다. 노인밖에 없는 도시에 노인들이 문화에 신경쓰지 않고 생활의 질에 신경쓰지 않는데 어떻게 살기 좋은 마을이 생겨날수가 있을까요. 서류상으로는 땅값 같은 것으로 부자지만 실질 생활로 보면 천박한 졸부생활이거나 그저 예전처럼 가난한 농부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가 지방을 보면 결국 정도의 문제이기는 하나 첫번째의 경우처럼 보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부정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얼마전에 난 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하는 사람의 10%는 지역민과 문제를 일으켜서 그 지역을 떠난다고 하더군요. 귀농 귀촌 까페에 가장 많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문제중의 하나가 그 지역민의 텃세입니다. 


저는 단순화해서 지역의 사람들이 아량이 좁다던가, 나쁘다던가 혹은 도시사람들이 그렇다던가 하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포용과 융합이 가능한가 안한가 입니다. 이건 착하냐 안하냐 같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문화, 어떤 질서를 개발하냐의 문제입니다. 지역민들은 살던대로 그대로 살고 싶다고 선택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전체로보면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일이 되고 시간적으로 보면 그 지역이 결국 낙후되다가 어느날 거대 자본같은 곳의 농간에 빠져서 한번에 망쳐지게 되는 일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마구 퍼주다가 외부인들에게 고향을 빼앗길까 두려워 움추리고 모든 것을 잡고서 문닫고 살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개방에 대해 언제나 생기는 문제입니다. 조선말엽의 쇄국론이 조선을 결국 통째로 빼앗기게 만드는 것을 막지 못했듯이 그저 살던대로라면서 주저하다가 더 큰 비극이 생기고 말 수 있는 것이죠. 


맺는 말


이런 맥락에서 보면 노인들이 공부하고 배우는 일이 참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구도를 보면 노인들이 깨치지 않고 후진적으로 살면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힘듭니다. 우스게소리로 예전에는 초등학교에서 아빠직업이 뭐냐고 묻던 아줌마들이 요즘은 할아버지가 땅좀 있냐고 묻는다더군요. 그만큼 노인세대가 중요한 시대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는 노인들, 본인들의 노력이 가장 필요한 문제입니다만 그 노인들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먹을 것있고 살집있으면 그만인게 아니라 그분들이 어떤 문화적 관심을 받는가가 사회전체에 큰 파급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생각이 바뀌면 한국이 바뀝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분들이 어떤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만세 만세 하면서 가진 것을 내다 팔면 팔리는 것이 그분들이 가진 것정도가 아니라 한국 자체가 팔려가게 됩니다. 


다른 생각을 가지신분들이 특히 개인주의적 입장에서 노인들을 비난하고 정치적으로 대립하여 이기려고 하는 것은 어느정도 자연스런 일입니다만 그러면 그럴수록 세대간의 불신은 커져가고 그들은 어떤 외골수적인 생각에 빠져들어서 한국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시작을 4-50대의 베이비붐 세대 이야기로 시작했는데요. 극단적으로 단순화 시키면 4-50대가 정신차리고 뭐가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하고 효도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부모님들이 되시는 노인세대가 믿고 의지할수 있는 효자 효녀가 되어야 합니다. 부모님들을 시대적으로 소외시켜놓고 선거철에 왜 이나라는 안변하냐고 외쳐봐야 소용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젊은 세대가 뭘 하는가 이전에 본인들의 의지와 생각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제목을 달았습니다. 노인이 희망이다. 노인분들이 다시 한번 진짜 희망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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