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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자료, 재미난 것들

(스크랩) 청년 주거 협동조합 모두들

by 격암(강국진) 2013. 11. 8.

한 생활협동조합 활동가가 이런 고충을 털어놨다.


"조합원 중에는 아이를 낳은 직후 생협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고등학교 진학할 때 쯤 되면 생협에서 탈퇴하는 분들도 많아요. 다 컸으니까 이제 아무거나 먹여도 된다는 거죠. 생협에 대한 관심이 협동조합보다는 안전한 먹거리에 있기 때문이죠."

협동조합 열풍이 불고 있는 2013년 대한민국. 사실 협동조합이 그리 먼 곳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농협, 신협 등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고 생활협동조합이라는 선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생협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핵심 배경이 '안전한 먹거리'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 '의식주(衣食住)' 중 '식' 영역에서는 협동조합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협동조합법이 발효된 이후 '주', 즉 집의 영역에서도 협동조합의 형태를 모색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구의 20%가 이사를 다니는 나라가 어딨습니까?"(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기노채 대표)

한국의 이사율은 연간 20%. 이웃한 일본과 대만이 7%, 높다는 미국도 12%다. 과장 좀 하자면 '유목민' 수준. 60~70년대 산업화 시절의 이촌향도 러시는 끝이 났지만 한국인들은 열심히 이사를 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하우징푸어', '전월세대란'이 일상화 됐다.

잦은 이사는 단순히 주거 불안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이촌향도로 인한 농촌 공동체 파괴를 겪었다. 도시라고 별다를 바 없다. 민주당 최원식 의원실 손낙구 보좌관의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민의 2/3가 평균 5년에 한 번 이사를 하고, 셋방 가구의 54%는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다. 본인이 사는 '곧 떠나야 할' 동네(이웃)에 관심이 없다. 풀뿌리 정치가 될 리 없다.

주택보급률 103% 시대. 집 문제가 단순히 '부동산'의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주택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프레시안>은 연속 기사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자취생이 서러울 때 1위? 12일 포털사이트에서는 한 취업 포털 사이트의 설문 조사 결과가 주목을 끌었다. 정답은?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25.9%가 '아플 때' 가장 서러움을 느꼈고, 그 다음이 '배고픈데 밥이 없을 때'(20.7%), '공과금이 많이 나왔을 때'(13.3%), '밥을 혼자 먹어야 할 때'(12.5%), '학업도 바쁜데 집안일이 쌓여 있을 때'(9.3%), '빨래해둔 옷이 없을 때'(7%), '집주인과 다툼이 생겼을 때'(5.3%), '천둥번개 치는 날 혼자 잘 때'(4.7%), '친구들이 제 집인 듯 드나들 때'(0/9%) 등의 순이었다.

인생의 단계에서 '집 고민'이 시작되는 시점은 보통 결혼이다. 하지만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학을 오는 상당수 젊은이들은 '대학 입학'과 함께 집 고민을 시작한다. 최근에는 대학이 아니어도 '고시 유학'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고시원이나 원룸, 자취방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자취생들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뭉친 이들이 있다. 20대 자취생 3명이 "자취생들도 살고 싶은 집과 동네를 만들어 보자"고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다. 이름은 '모두들'(모여라두더지들). 이들은 뭉쳐서 뭘 하겠다는 것일까.

▲ 지난 8일 역곡역 인근에서 열린 '모두들'의 입주 설명회. ⓒ프레시안(김하영)

기본적인 사업 구조는 다음과 같다. 협동조합에서는 임대 보증금을 마련해 주택을 임대한다. 거주 희망자들은 30만 원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에 가입하면 집을 배정 받는다. 월세 등 거주 비용 개념의 조합비는 월 25만 원을 넘지 않게 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조합에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의 방 세 칸짜리 집을 구하면 3~4 명의 조합원이 함께 사는 구조다.

조합원들은 보증금 부담 없이 공유주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제법 값이 나가는 냉장고, 세탁기, TV, 가구 등의 세간살이들을 공유할 수 있고 함께 밥을 해먹을 수 있으며, 냉난방비, 전기·가스 요금 등 생활비용도 나눠 내면 부담이 덜하다. 아프면 들여다보는 '가족'이 생기고, 천둥 번개가 몰아쳐도 덜 무서운 것은 물론.

물론 이런 형태의 공유주거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주거협동조합을 준비 중인 '땡땡'(김이민경), '개미'(김혜민), '순대'(이상은) 씨도 각자 친구들 두세 명과 함께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왜 공유주거를 넘어 '협동조합'의 꿈을 꾸게 됐을까?

▲ 왼쪽부터 '순대', '개미', '땡땡' ⓒ프레시안(김하영)

기존의 공유주택이 보증금을 가진 친구를 중심으로 2~3명의 친구들이 '룸메이트' 형식으로 월세를 분담하는 형식이지만, '모두들'은 엄연한 사업체인 협동조합의 형태이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

보증금은 공급자 조합원을 통해 조달한다. 집을 가진 조합원이 집을 제공하고 월세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조합에 제공할 집이 없더라고 조합에 차입하는 형태로 보증금을 제공하고 이자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차입금 이자는 시중 은행보다 높게 책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협동조합의 형태로 분류하면 '다중이해관계 협동조합'에 해당된다. 공급자 조합원, 소비자 조합원에 협동조합을 관리·운영하는 직원조합원이 합쳐진 형태다.

사업 모델은 그럴싸해 보인다. 부천 역곡 지역에는 성공회대, 유한대, 가톨릭대가 모여 있어 자취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소비자조합원 수요는 충분해 보인다. 인근 타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비싸지 않아 자금(보증금) 조달 여건도 나쁘지 않은 형편이다.

ⓒ모두들

게다가 조합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세 친구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자취생들 밥 제대로 못 먹잖아요. 밥, 김, 참치가 주식이예요. 가난해도 건강하고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여서 같이 밥도 해먹는 반찬모임부터 시작했죠."

'순대'는 이미 유명인사다. 요리에 관심이 많던 그는 대학 시절부터 학교 안에 밥차(수레)를 차려놓고 밥을 만들어 팔았다. 최근에는 역곡 지역 자취생들과 함께 '반찬모임'을 이끌고 있다. 주거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공동밥상은 물론 동네 식당까지 차린다는 포부다. '개미'는 청소년인권 운동에 잔뼈가 굵은 친구. 주거협동조합이 자리를 잡으면 방과후학교는 물론 탈가정 청소년들을 보듬는 집을 만들고 싶어 한다. '땡땡'은 대학 시절 노숙 모임을 통해 주거에 대한 고민을 키워 왔고, 최근에는 하던 일도 그만 두고 지역 커뮤니티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 중이다. 이들은 지난 6개월 동안 부천시에서 연 협동조합 강의는 물론, 한국협동조합연구소의 자문도 받는 등 협동조합 공부도 착실하게 해왔다.

무엇보다 이들의 목표가 단순히 '주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살고 싶은 동네'를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도시 어디를 가도 계속 이렇게 살겠지 싶었어요. 그럴 바에는 떠날 생각만 하지 말고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여기에서부터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마음먹으니 동네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장 상인들도 알게 되고 점점 마을 사람들을 알아가게 됐죠."

역곡북부시장 상인들과 알아가면서 시장 소식지도 맡아서 발행하게 됐다. 이제는 필요한 일이 있으면 시장지원센터 회의실도 빌려 쓴다. 앞으로는 동네를 주제로 한 책도 낼 계획이란다.

"우리는 시청으로 여의도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다녔는데, 정작 우리와 공간을 나누는 사람들과는 얘기를 나누지 않고 있었어요. 지금 여기 생활 공간에서부터 열심히 해야 한다는 고민이 커졌어요."

협동조합을 고민하면서 상상의 범위도 넓어졌다. 집이 비어 있는 낮 시간에는 거실과 부엌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해 어린이들 방과후 교실을 하거나 탈가정 청소년들과의 모임도 꾸리고 싶다고 한다. 저녁에는 지역 자취생들을 대상으로 공동밥상을 운영하고, 반찬 꾸러미 사업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유기동물보호센터도 생각하고 있다. "폐쇄적인 집이라는 공간을 개방해 의미 있는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그래서 그들은 협동조합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꾸릴 계획이다.

ⓒ모두들

친구들끼리 모여 사는 공유주거에 그치지 않고 협동조합의 형태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 일자리다.

"일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왕이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직장에 다닌 적이 있는데 좋은 경험은 아니었어요. 조직에 들어가면 조직에 무조건 따라야 하기 싫은 노동도 거부할 수 없고. 그래서 우리가 주인이 돼서 스스로 결정하고 부당한 건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싶었어요. 적게 벌어도 감사할 수 있고, 우리가 꾸는 꿈에 맞닿은 우리 직장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자취생이 서러울 때? 대부분의 서러움은 '혼자' 살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함께 산다면 아플 때 누군가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밥도 함께 해 먹으면 훨씬 경제적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공과금도 모여서 나눠 내면 부담이 덜하고, 천둥번개 치는 날도 든든하다. 커피 메이커가 필요하면 '엔분 의일(1/N)' 하면 된다. 해법은 간단하다. 모여 살면 된다. 이들의 실험이 주목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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