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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쓰고 읽기

글쓰기의 중요성

by 격암(강국진) 201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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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10

독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흔히 들린다. 고전을 읽어서 삶의 지혜를 배우자는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글쓰기의 중요성을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같아서 유감이다. 사람들은 흔히 독서를 많이 하면 글도 저절로 잘 쓰게 된다고 생각하거나 글쓰기는 자기 수양에 있어서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같다. 사람들은 또 글쓰기라 하면 결과물 위주로 생각한다. 즉 글쓰기란 최종적으로 완성된 글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체육에 대한 책을 많이 읽으면 몸이 건강해 지고 마라톤완주도 하게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글을 쓰건 노래를 부르건 수묵화를 그리건 그런 행위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기 이전에 자신을 표현 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매일같이 똑같은 글씨를 쓰고 똑같은 난초를 그리며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될지라도 자기를 표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잡담을 하고 글을 쓰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서는 안된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묻는 사람은 중요한 것은 내 바깥의 유명한 사람들의 말이나 책에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을 잘 보게 해준다. 개눈에는 개만 보이기 마련이다. 뭔가를 직접해보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그저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만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남의 노래를 잘 감상하는 방법중 첫번째는 자기가 노래를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노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안다. 자기가 소설을 써보려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의 소설에 대해 다르게 보게 될 것이다. 즉 책을 잘 읽고 싶어서라도 우리는 글을 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시 글을 쓰는 첫번째 이유는 나를 잘 알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주제에 대해 내 안에 있는 것을 또렷하게 인식하는 작업이다. 새를 보건 여자를 보건 산을 보건 뭔가를 봤을 때, 대통령 선거이야기를 듣고, 노후준비에 고생하는 이웃을 보고, 이제 진급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았을 때 우리안에 뭔가가 보인다. 그것을 잘 보고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내 안에는 이런것이 있구나하고 알게 되는 것이다. 

 

남을 알려고 하기 이전에 자기를 아는 것을 중히 생각해야 할것이고 따라서 우리가 해야하는 공부의 절반이상은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를 알아가는 일에 써야 할 테인데 오늘날 우리의 공부는 극단적으로 외부로 향해 있다. 사람들은 인생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 고전을 읽는 독서토론회를 해보자고 하면 찬성하지만 자신들의 인생관을 써보라고 하면 시쿤둥한 것이다. 결과가 신통찮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전세계 최고의 가수의 노래나 전세계 최고의 작가의 책이 사방에 굴러 다닌다. 그러나 그런 대가들과 비교해서 부끄러우니 나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초등학생이 류현진 공던지는 것을 보고 부끄러워서 야구를 안하겠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누가 읽어주지 않고 돈안되는 일이면 어떤가 내가 읽으면 그만이다. 세계적인 명작 혹은 팔아서 돈이 되거나 남들이 읽어서 감탄할 작품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뭔가를 열심히 쓸수 있을 정도로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주었던 글쓰기라면 그런 경험은 그 자체로 큰 가치가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쌓아나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워낙에 신통치가 않다.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다가도 생활이 바뀌면 우리는 그것을 잊게 되곤 한다. 물가에 살면 세상이 물가라고 착각하고 산에가서 살면 또 금방 온세상이 산인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우리의 삶은 자꾸 작아지기 쉽다. 

 

그러나 그래서는 우리는 모처럼 배운 것을 버리게 된다. 글을 쓰고 그것을 남기고 다시 읽고 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작은 사람에서 큰 사람이 될 기회를 얻는다. 타고나길 워낙 뛰어나게 타고난 천재라면 어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같은 대부분의 보통사람에게는 기록하고 그것을 곱씹는 것이 꼭 필요하다. 독서 독서하지만 글쓰기와 병행되지 않는 독서란 제자리 맴돌기가 되기 쉽다. 결국 한권의 책을 읽고 감동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잊혀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소화하고 곱씹어서 내 글속에 표현하여 내 뼈와 살이 되게 했을 때 그것은 보다 오래오래 나의 일부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글속에 마음속에 작은 정원을 꾸미고 작은 집을 짓으며 나아가 작은 마을을 만든다. 그곳은 일단 우리가 언제나 돌아가 쉴 수 있는 우리자신의 보금자리다. 그런 보금자리 하나 없이 세상을 사는 것은 위험하고 안타까운 것이다. 정신없이 일하고 성공을 하고 있을 때는 그런게 필요없어 보이지만 나이가 들고 운이 다해서 인생이 쓸쓸해지기 시작했을 때 뒤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내가 여태까지 뭘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쉽다. 작게 작게 보면 최선을 다했는데 크게 크게 보면 제자리를 맴돌면서 헛 짓을 했기 때문이다. 일찌기 정약용은 사람으로 태어나 책 한 권 남기지 않는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이런 뜻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거할 마음속의 작은 정원을 꾸민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는 궁전처럼 화려한 집도 있을 것이요 백두산처럼 웅장한 산도 있을테지만 남이 뭘 가지든 그게 어땠다는 말인가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하고 편안할 작은 정원 하나를 가지는 일이다. 이따금 손님을 초대할 수도 있고, 가족을 포용할 수도 있으며 아직 어린 젊은이들이 참고하여 자기의 집을 꾸미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그것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래 내 인생을 헛되지 않았다라는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옛 선비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서로 보여주고 비교했던 것을 쓸데없는 일로 생각하면서 자기개발서 같은 것을 열심히 읽는 현대인들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과거의 사람들이 한 일이 현대인의 그것보다 어리석은 것일까? 알맹이가 없이 번지르르하게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붙여서 말을 만드는 일정도밖에 못하는 사람은 속이 비어있는 사람이다. 현대인들은 속이 빈 쭉정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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