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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지속되는 것의 아픔

by 격암(강국진) 2014. 8. 5.

14.8.5

최근 아버지가 폐암판정을 받으셨다. 그때문에 이따금씩 우울해지곤 한다. 외국에 있는 아들로서의 죄송함, 그간 더 잘해드릴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같이 계시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같은 것이 아무래도 나를 누른다. 폐암판정을 받으셨다지만 아버지가 당장 오늘이나 내일 어떻게 되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은 매우 안좋다. 고령이시고 이미 체력이 많이 안좋으시다. 아버지는 9년전에도 다른 부위의 암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이미 그때 아버지의 체력은 크게 금이 갔다. 그러니 상황은 매우 안좋다. 수술은 고려의 대상도 아니고 항암치료의 부작용이나 잘 견뎌내실지가 의문이다. 아버지는 이미 기침이나 가슴 통증, 식욕감퇴, 감기증상등으로 고통을 많이 겪으셨다.

 

하지만 그런 증상은 나빠지다가도 또 조금 호전되기도 하는 데 반해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끝이 없을 거라는, 그리고 그 끝이 와도 좋지 않을거라는 지속되는 전망이다. 한국에 가서 아버지 진찰에 동행한 몇일동안 내가 새삼 느낀 것은 그것이 비록 아주 큰 아픔이라도 짧은 시간동안 그 일이 일어나고 중단될거라면 사람은 어찌되건 그것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던 시간은 간다. 이 순간이 가면 다음 순간이 오고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온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 보기나름에 따라서는 아주 큰 것이 아닐지라도 앞으로 중단될 가망이 거의 없어 보이는 것일 때 지속되는 것은 굉장히 아플 수 있다. 총한방 맞는 것이 간지러움에 시달리는 것보다 더 아플것 같지만 밤이고 낮이고 계속되는 간지러움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기 몸에 자해를 해서라도 그것을 멈추려고 한다고 한다. 뭔가가 지속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고통도 물론 크시겠지만 그 아버지 바로 옆에서 그 투병을 보는 어머니의 고통도 말로 다할 수 없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해도 사실 상황은 매우 안 좋고 그렇기에 영원한 손실이 될 그 순간이 다가오고야 말거라는 생각에 계속 시달린다는 것은 고문이다. 하루나 이틀이 아니라 한달이나 반년이 된다면 속이 썩어나갈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미 그렇게 사셨다. 

 

많은 가족들이 그렇게 산다. 가족중의 하나가 아픈 집은 생각보다 많다. 대부분의 집이 고령의 노인이 있거나 불운한 환자가 있곤 하다. 그리고 그 집들은 모두 이 지속되는 것의 아픔과 싸워야 한다. 아내는 한번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어떤 할머니가 집에서 투병을 하고 있었는데 간호하는 것이 감당이 안되서 요양병원으로 모시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평상시에는 잘 들여다보지도 않던 고모가 등장해서는 펑펑 울면서 왜 우리 엄마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2-3일 병수발도 감당하지 못할 사람들이 남들의 고통은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힘든가에 대해 큰 인식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치매로 투병하는 시어머니를 둔 처형의 이야기도 비슷한 데가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병원에 매일 가보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거기가서 상황을 보고 나면 우울해지기 때문에 그 부분이 힘들어서 병원에 가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세월은 계속 가는데 매일 우울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가진다는 것은 참기 어려운 것이다. 

 

죽음의 의미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렇게 해서 그것에 대처한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아버지며,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 어떻게 그것을 해석할 것이며, 어떻게 그 상황과 싸울 것인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안될 수 없다. 

 

치료를 도와드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아버지를 위해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외롭지 않게 해드리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픔이 있을 때 그걸 혼자 겪지않게 해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지속적인 아픔을 견디기 위해서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외국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나에게 고민을 준다. 귀국을 한다고 해도 다음주나 다음달에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때까지는 잘 지내실 것인가. 

 

그러고 보면 요즘은 외로운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그들의 지속되는 아픔과 외롭게 싸우고 있을 것이다. 세상이 풍요로워졌다지만 그런 쪽으로는 오히려 전보다 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 세상을 누구 한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혹시 그간 잊고 있어서 주변의 누군가를 외롭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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