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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끝

by 격암(강국진) 2017. 3. 6.

박근혜 탄핵심판이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은 탄핵이 성사될거라고 믿으며 나도 그렇게 믿는다. 탄핵이 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내년까지 계속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그러다가 세상에 또 무슨 일이 생겨서 작금의 구도가 무너지고 내각제 개헌이라도 되거나 새누리당계열의 인사가 대통령에 재선되는 꼴을 보게 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으니 이런 미래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가능성쪽으로 보자면 탄핵은 될 것이며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슬슬 촛불의 끝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미 몇달을 끌어온 현 국면이 많은 스트레스를 줬기 때문에 이제 물러나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자기 일에 집중하며 사는 삶을 꿈꾸는 사람은 세상에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거라는 것이다. 일단 촛불은 억지로 꺼질 가능성이 있다. 탄핵이 이뤄지면 대선국면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촛불집회는 아마도 당장 불법선거운동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이 되는 나라고 불법선거운동이 되는 나라다. 지난 대선에서 대선운동기간중에는 4대강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말도 나왔었다. 국민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일에는 참 촘촘하게 비논리적이다. 지난 정권을 비판하지 않으면서 새 정권에 대해 말하자는 것은 무슨 이상한 논리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기간에도 여전히 아직 제대로 심판받지 못한 박근혜를 비판하는 것은 불법선거운동이라고 말해질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한일 위안부 협상이나 국정교과서문제를 비판해도 불법선거운동이라고 할 것이다. 최순실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할지 모른다. 


탄핵은 성사될 것같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박근혜를 사법적으로 제대로 처리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 것이다. 박근혜가 죽은 권력이라고 해도 재벌들과 박근혜 정권에 부역한 정치인들은 살아있는 권력이고 그들로서는 과거가 파헤쳐져서 심판받는 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우병우, 최순실, 김기춘등과 더불어 재벌들이 사법적 처리를 제대로 받기 원하지만 그리고 그럴 때만이 이 나라를 개혁하는 일이 제대로 시작되겠지만 그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안그래도 하고 싶지 않은 수사를 대선 기간이라는 이유로 어영부영 시간을 끌다가 흐지부지하려고 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정치적 중립운운하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야권의 정치인들이 끝까지 정의를 실현하려고 할 것인가? 사실 탄핵도 촛불이 그토록 강하게 타오르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안희정같은 사람은 아직 사법적 처리도 탄핵도 이뤄지지 않아 잘못에 대한 어떠한 심판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대통령의 선의 운운하는 이야기부터 한다. 박지원같은 정치인은 뭐든지 결론적으로 문재인이 잘못했다는 말로 끝난다. 야권 정치인이나 반여당적 시민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혹독하게 사법처리를 당하는가를 생각하면 기가 막힌 일이다. 몇년을 계속 고소당한 끝에 결국 감옥에 간 한명숙총리만 해도 그렇다. 이유가 뭐건 현실이 이렇다. 정의를 관철시킬 동력은 이 나라에서 촛불집회밖에 없다. 몇몇 언론들이 보도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 도움도 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힘은 촛불이 유일하다. 


한국은 언젠가부터 그야말로 촛불로 살아가는 나라가 되었다. 촛불이 제대로 꺼지면 이 나라는 진짜 망할 것이다. 사드나 개성공단 문제만 해도 그렇다. 도대체 그런 판단에서 우리가 얻는 이득은 뭔가. 사드를 설사 한다고 해도 미국에게 얻을 것은 얻으면서 하고 명분을 지키면서 해야지 중국같은 나라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지금 한국은 미국과 중국사이에 끼어서 대리인 역할이나 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얻은 이득은 별로 없다. 피해만 입을 뿐이다. 이건 거의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 아닌가.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우리나라를 챙피한 후진국으로 만들었다. 이런 판단들 속에서 촛불의 존재는 마치 조선말의 의병을 보는 것같다. 나라 팔아먹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오직 의병들만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하는 꼴이다. 언젠가부터 이 나라는 여와 야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과 국민이 싸우는 나라가 되었다. 


그 촛불은 탄핵이 성사된 이후 고민에 빠질 것이다.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은 대선을 하기도 전에 불복운운 할텐데 절차를 지키고 싶고 법치를 지키고 싶은 시민들은 대선국면이 극한 싸움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대선이라는 절차를 통해서 새로운 정권이 합법적으로 탄생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촛불은 이래저래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 물러남이 앞에서도 말했듯이 재벌과 박근혜 일당들에게 더 이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 일이 되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대선을 잘 치뤄서 다음 대통령이 정의를 이룩하기를 바랄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거의 유일한 길이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쌓인 적폐와 새롭게 시작될 민주정권하에서 갑자기 민주주의를 만끽할 언론들과 정치인들을 생각하면 과연 그런 일까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감이 든다. 지금의 박근혜는 모두 잊고 금새 단군이래 최고로 비민주적이니, 비합리적이니 하는 말을 던질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다. 또 정치적 동력의 문제도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국민들이 백만이상 광화문에 모이던 때와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언젠가는 되겠지하고 박근혜 최순실 병신환란은 여기서 맺음짓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이유다. 


국민들이 오랜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아쉬운 일이다. 이것도 그나마 첫째로 탄핵이 성사된다는 것 둘째로 이원집정이니 뭐니 하면서 다음 대통령의 권한을 줄여서 실질적으로 정권교체가 의미없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서 그렇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불이 꺼졌다고 생각하지만 또 얼마지나지 않아 박근혜 폭탄은 계속 터질 수 있다. 그러고도 남는 분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몇달동안 봤다. 박근혜가 그토록이나 피하려고 하는 질문받기거부가 탄핵이 이뤄지면 피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니 그 속에서 또 무슨 한심한 일이 나올지 알수 없다. 


어찌되건 봉건적 사고에 빠져서 공주처럼 행동하고 재벌중심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의 시대는 제발 이젠 그만 끝났으면 한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한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우매한 국가로 남아서 다른 나라의 조롱이나 받는 나라, 다른 나라에게 이용이나 되는 나라를 계속 할 것인가. 박근혜가 한국 안에서 질문 안받는다고 해서 미국이나 중국하고 대화하면서도 그럴 수 있는가. 결국 그런 식으로 하면 안에서 퍼서 바깥으로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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