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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실업대책을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7. 2. 24.

어제 썰전에서 안철수가 나와서 대담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교육에서 실업대책, 국방문제에 이르기까지 짧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나로서는 그다지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문제들이 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좋은 말이다. 하지만 세상 문제들은 서로 얽혀있어서 그 인과를 따져서 어떤 부분에 제대로 접근해야 효과가 있지 그저 문제가 있으니 그것에 대증적인 처방을 하겠다는 식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비판하지 못해도 어떤 정책들에 그다지 반응이 없다면 그 것은 경험상 그런 개혁을 추진할 정치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핵심은 내버려두고 주변만 건드려서 결국 아무 것도 되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어 그는 교육개혁을 이야기하니까 초중고 학제개편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패널들이 일부 지적하듯이 한국 교육의 기형적인 모습은 대학교육이 취업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리고 초중고과정이 대학과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의해 대부분 결정된다. 이 부분의 개혁을 이야기하지 않는 초중고 개혁안이란 효과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혼란만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괴롭게만 할 것이다. 


그는 실업대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실업문제의 핵심을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의 양분법으로 접근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안철수는 중소기업 취업자들에게 대기업 수준의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을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참 본질을 많이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재벌개혁과 독과점문제를 외면하고 중소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이 잘되면 대우도 당연히 저절로 좋아지고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사회속의 병폐를 찾기보다는 우리 다 열심히 해봅시다, 내가 보조금도 좀 줄께요라는 식이라는 인상이었다. 부자들이 대부분 상속된 재산으로 부자되는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보고 열심히 뛰면 여러분도 부자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올바른 현실일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의 첫째는 약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독과점에서 어린 기업들을 보호해 주는 것일 것이고 둘째는 그들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일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 활성화나 연구개발 환경에 있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조성해 주는 것따위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대기업이 독점을 계속 할 수 있고 더 부자가 되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이미 부자인 회사들이 푼돈없어지면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재벌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업대책의 본질은 기업에 있다는 발상또한 구태의연한 것일지 모른다. 첫째로 자영업자와 비정규 직업종사자가 엄청난 이 나라에서 그게 올바른 생각의 방향일까?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만 알바로 사는 소위 프리타가 엄청 많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합격한 사람에게는 대기업수준의 봉급을 정부돈으로 맞춰준다는 특혜가 정말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실업문제의 핵심은 이제 더이상 기업에 있는게 아니라 지방자치, 지방 균형발전에 있는 거 아닐까? 지방이 살기 좋아지면 더 적은 비용으로도 살 수 있다. 주거비가 싸니까 말이다. 게다가 전국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면 자연히 사람들의 일자리가 늘어난다. 회사는 물론 대학까지 서울이 모두 집어삼킨 오늘의 한국의 모습을 해결하지 않으면 실업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 악화될 것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이 안되니 지방대는 몰락하고 지방에 있는 회사에는 인재가 안가려고 하고 엄청난 빚을 내면서 서울에서 사람들이 산다. 반면에 서울 사는 사람들은 지방에 관광도 갈 것이 없다고 일본에 5백만명씩이나 관광을 간다. 


물론 정치가들이야 모든 쟁점에 다 한발씩 걸쳐두었으니 이런 지적에 대해 물론 그런 것도 해야 한다거나 그것도 내가 다 했던 것이라고 말하기는 쉬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업문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해 몇마디로 정리해보라고 했을 때 무슨 말이 먼저 나오는가 하는 것이다. 재벌규제나 지방 균형발전같은 것이 나오는 대신 중소기업에 보조금 지불하겠다는 대표 발언이 나온다는 것, 그것이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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