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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이유

by 격암(강국진) 2017. 2. 15.

나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다. 계정이 없는 건 아니다. 오래전에 궁금증때문에 계정을 만들었는데 그걸 어찌알았는지 지인들이 친구신청을 했고 처음에 몇명 친구수락을 해서 친구가 몇명있는 페이스북 계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극히 제한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오랜동안 잊고 있었던 그 페이스 북 계정에 내가 관여하게 된 것은 학창시절 알고 지내던 선배하나가 유방암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오랜동안 왕래가 없기는 했지만 그런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려온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인사말을 몇마디 나누게 되었고 그 통로가 되었던 것이 페이스북계정이었다. 그 선배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페이스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있지 않다. 말한마디 글하나 올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페이스북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기보다 오프라인의 인격을 들고와서 만나게 되는 느낌이 강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페이스북은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강화하고 관리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페이스북으로 만들어 지는 인맥의 시작들이 직장관계나 학교동창으로 시작되는 일이 많아서 그런 것같다. 페이스북은 친구의 친구들을 소개하고 지금의 내 인맥관계를 통해서 새로운 친구들에게 페이스북공간에 나라는 사람이 있다고 알리기 때문에 처음의 그 씨앗은 금새 자라나서 어떤 망을 이루는데 그게 결국 대개 그 오프라인의 관계들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내가 유명 정치인이거나 연예인이거나 지식인인데 오늘 페이스북을 연다면 그 페이스북에 붙어서 자라나는 인간관계의 망은 내가 앞에서 말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의 경우이며 나의 경우는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자라나게 될 망이 그다지 탐탁치가 않은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들을 과거에 가둬버린달까. 


이것은 단순히 페이스 북에 익명성이 없다라는 말과는 좀 다르다. 그보다는 진짜 새로운 세계가 열리지 않고 귀찮은 일들이 많이 생긴달까. 이 문제를 생각해 보기 위해 인터넷 동호회 이야기를 해보자. 가끔 인터넷 동호회 모임에 대한 농담을 우리는 듣는다. 거기서 모인 사람들은 서로를 실명이 아니라 인터넷 아이디로 부를 때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서로 핑크천사님이라던가 고양이님이라고 부르거나 피투성이나 미친놈이라는 아이디로 부르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조차 서로 아이디로 부르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사람들이 소통을 통해 만들어 온 온라인 상의 인격은 말살되고 그것은 뭔가 다른 낡은 것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는 다른 세상이다. 그것은 대개 더 민주적이고 평등하다. 따라서 나이나 학벌이나 지위나 지역이나 직업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의 세계는, 특히 한국의 그것은 온라인의 세계와는 매우 다르다. 사람들은 나이를 따지고 지위나 학벌로 서로를 부르는 경향이 크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통하지 않는 어떤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여 상대하는 일도 있다. 그러니까 일단 호칭이 오프라인의 것으로 대체되면 온라인의 인격은 파괴되는 것이다. 


만약 오프라인의 인맥이 그리운 것이라면 나는 그냥 사람을 만나는 쪽이 좋고 편하며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따위의 힘을 빌려서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의 옛날의 사람들과 헤어질수도 없이 연결되어 매일 같이 누구의 생일이라던가 누가 어디로 놀러갔다던가 누가 이런 저런 비극에 빠졌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인맥관리를 하면 될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사실 페이스북은 사용자에게 많은 부담을 준다. 지금도 내 페이스북 계정에는 친구신청이 수십개가 들어온 채로 남아 있다. 모두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대부분은 그 친구신청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친구 신청의 일부만을 받아들이면서 페이스북을 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그 모든 사람의 친구신청을 받아주고 페이스북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쓰기도 부담스럽다. 그들이 궁금하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모두의 일상을 쫒아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페이스 북의 성장세가 멈췄다는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 글은 반드시 페이스북을 비판하기 위한 글은 아니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따위는 부질없으니 오프라인의 세계에 집중하자고 하기 위해서 쓰는 글도 아니다. 그보다는 나로서는 지금의 소셜 네트워크가 불만스럽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내게 있어서 좀 더 만족스러운 소셜네트워크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하나의 아이디로 나름의 인맥을 만들고 활동을 할 것이고 그 아이디에 소속된 인격은 나름의 평가를 받고 나름의 삶을 살 것이다. 나는 그 삶이 다른 삶과 분리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중요한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없는 요구가 아니다. 내가 어떤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자. 예를 들어 서점이나 레스토랑을 연 것이다. 내가 내 친구들이며 가족들을 사랑한다고 해도 나는 나와 지나치게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업장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그들은 사업자로서의 나와 그들의 친구나 자식인 나를 혼동할 것이며 그 혼동이 나의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그들과 가지는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오늘날 사람들은 하나 이상의 삶을 살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들이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페이스북같이 무섭게 한계없이 사람들을 이어주는 서비스는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어서 엉망으로 해버릴 가능성이 있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따로 조심을 하고 운도 좋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페이스북의 노력이 오히려 나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들은 어떻게해서건 사람들이 연결되게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그 연결은 반드시 내가 원하는 특성을 가지고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뭔가 새로운 소셜네트워크가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나는 비교적 자기 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트위터나 블로그를 넘어서 활동하게 될 것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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