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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가 필요없는 이유

by 격암(강국진) 2017. 3. 23.

%아래의 글은 내각제가 필요하다는 김광수연구소장의 메일에 대해 쓴 글입니다. 읽는 분은 그런 문맥에서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광수연구소장님이 내각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는 그리고 그것을 지금 시점에서 말하고 계신다는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했습니다. 적어도 지금 탄핵국면에서 개헌을 말한다는 것은 지금 한국의 문제는 헌법이나 권력구조의 문제이지 박근혜의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박근혜 이명박 정권이나 노무현 김대중 정권은 모두 같은 정권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내각제든 대통령제든 민주주의의 기본은 국민적 공감대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가지는 것입니다. 무조건 다수파에 굴복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국민들이 탄핵에 찬성하고 촛불을 것을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분노로 해석한다는 것은 왜곡입니다. 국민은 박근혜 정권의 부패에 분노한 것이죠. 국민이 그저 제왕적 대통령제에 분노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거꾸로 탄핵반대를 위해 촛불을 들었겠습니까? 그때는 오히려 제왕적 국회에 분노하여 촛불을 들었으며 탄핵역풍으로 국회의 다수당이 몰락하는 결과가 나왔지 않습니까?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시절이 제왕적 대통령시절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적어도 단어자체의 선택에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나 과오가 있지만 저는 적어도 김대중 노무현과 이명박 박근혜를 구분하지 못하고 하나로 인식하는 식견 앞에 사회적 정의는 있을 없다고 믿습니다. 그건 정치체제가 무엇인가를 떠나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노무현이 탄핵되는 것을 보면서 그때도 대통령이 제왕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때 사유가 무슨 국정원동원해서 정치조작하고 그런 것이었나요? 무슨 제왕이 그렇습니까?  언론의 행태만 봐도 그렇습니다. 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도 못했던 것이 헌법때문이었습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권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방송에서 대화하면서 경악할 정도로 거만하던 검사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사람은 저하나 뿐일까요

 

게다가 한국 정치의 문제를 대통령제냐 내각제냐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정치를 중앙집권적인 차원에서 파악하는 것입니다. 만약 보다 민주적인 사회가 만들어지고 지방자치가 보편화된다면 중앙의 대통령이나 의회가 나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는 그림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중요한 질문이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민주적인 세력이 권력을 잡는다면 내각제건 대통령제건 그들은 모든 것을 중앙집중식으로 처리하려고 것입니다.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들어났듯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언론을 탄압하고 관제대모를 하고 국정원이 설치겠지요. 무엇보다 나쁜 것은 질문한번 받지 않는 대통령처럼 결코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권력이 것입니다

 

한국에서 내각제를 말하는 사람을 저는 더할나위없이 순진한 사람이거나 아주 뻔한 한국의 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왜냐면 한국의 고질적 문제가 바로 패거리 문화고 독점이기 때문입니다. 몇다리만 건너면 학연이고 지연으로 얽혀서 잘나가는 사람들이 금방 법을 초월할 있다고 하기 때문에 견제가 되지 않는 것이죠. 그것은 한국이 인구가 작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문화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일본보다도 다양성이 괴멸되는 나라가 한국이니까요

 

그런 한국이니까 없는 사람이 힘듭니다. 있는 사람들끼리 친구니까요. 당의 갯수가 몇개이든 적어도 이제까지 부유층과 재벌이 지지하는 정당은 하나였지 않습니까? 그런 한국 사회에서 국민이 주인대접받는 것은 오직 대선때 뿐입니다. 대선때는 모든 관심이 대선주자에게 몰리기 때문에, 국민의 표가 권력을 결정하니까 그들은 그래도 상식적으로 행동해야 압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식의 압력때문에 세상이 이나마 지켜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선거는 대선에 비하면 비할 수없이 혼탁합니다. 그리고 수없이 갈라진 사회적 시각이 그런 혼탁함을 걸러내기란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패배주의나 자기비하로 말하는 것이야 말로 근거없는 낙관입니다. 지금의 현실은 박근혜가 가장 책임이 있지만 헌법을 따지기 전에 한국인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줍니다. 촛불은 우리에게 긍지를 주지만 이런 엉터리같은 일이 21세기에 일어날 정도로 공직사회나 재계는 썩어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로 권력을 창출하는 내각제가 선진국이 하고 있으니 좋은 제도라는 인식은 너무나 안일합니다

 

지금의 한국의 문제는 무지한 대중이 나라를 흔드는 것이며 뛰어난 사람들이 국회로 들어가 머리를 맞대면 나라가 잘될거라고 생각할 수는 절대 없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무지하고 무능력하며 부패한 것이 바로 지식인이고 엘리트층입니다. 일본이나 서구같은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은 그것을 느낄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면에 촛불집회의 힘이 보여준 대중의 참여도와 수준은 세계 최상입니다

 

지금의 탄핵만 봐도 그렇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지금 정도라도 발전한 것은 말없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중의 힘입니다. 국회는 우물쭈물 했죠. 특검도 탄핵도 국민이 등떠밀어서 것입니다. 국회는 여당은 물론 야당도 너무나 무력했으며 지도자의 역할을 하기는 커녕 방해가 것이 컸습니다그런데 국회의원 뽑아서 그들이 나라를 굴러가게 하자고요? 제왕적 대통령제가 이런 문제들을 만들었으니 내각제로 나라를 고치자고요

 

글은 물론 감정적인 글입니다. 너무 답답해서 그렇습니다. 지금 국민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나타난 부패를 척결하기를 원합니다. 힘을 왜곡하여 엉뚱한 쪽으로 소모시키려는 시도는 매우 반역사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각제가 좋다고 믿는 것은 개인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내각제를 제안하는 목소리는 이미 탄핵국면에서 여러번 등장했으며 그에 대해 국민들은 이미 판단을 내리고 냉담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헌법이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저는 화가 납니다. 적어도 지금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들이 누구하나 사법적 형벌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나올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설사 내각제가 옳다고 해도 개헌이 1년이나 5년뒤에 하면 나라가 망합니까? 내각제가 그리 옳다면 지난 대선이나 지지난 대선때는 그런 이야기를 안했을까요? 이런 시기에 내각제 개헌이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지 매우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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