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박근혜 이후

by 격암(강국진) 2017. 4. 6.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박근혜의 탄핵으로 일단락이 지어져 가는 것같다. 나는 이것이 일단락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대선의 지지상황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최순실 사건이 터져나오던 무렵 이제 큰 싸움이 다가온다라고 쓴 적이 있었는데 그 싸움은 몇달이 지나고 이제 잦아들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박근혜 탄핵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벌써 몇달이나 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국민의 피로도는 상당하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일단락지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것은 상당부분 이 피로도 때문일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서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은 작게는 한 개인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권한남용사건 이지만 크게는 박정희 신화의 몰락이고 전근대적 사고방식의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정말 그런 것들을 확실히 극복하고 과거로 남겨두게 되었을까? 박근혜의 탄핵으로 그 몰락이 확고해진 것도 같지만 나는 아직 불씨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징조는 여기저기에 있다. 우병우 수사가 난항을 겪는다던가 최순실 집안의 재산문제등이 확고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숨겨진 재산과 숨겨진 인맥이 있다면 그들은 어떤 식으로건 부활할 것이다.  친박이 뿌리 뽑히지 않은 자유한국당은 형편없는 상황에 있지만 거기서 갈라져 나온 바른 정당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근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는 정서가 반문재인 정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문재인을 지지하는 첫번째 이유는 적폐청산이라고 하고 안철수를 지지하는 첫번째 이유는 도덕성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것은 문재인이 그만큼 박근혜 세력과 첨예한 대립자인 반면 안철수는 보다 온건한 중도적 입장에 있다고 국민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문재인이 1등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과 그러나 그 1등이 확고하게만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국민들의 상당수는 박근혜 최순실 사건으로 들어난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국민들이 이제 그만 되었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즉 대통령 탄핵이면 충분한 벌을 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양쪽의 입장에 대해서 어느 한쪽의 입장이 무조건 100%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렇기에 국민들의 반응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역시 국정농단 사건의 범인들이 무조건 죄를 부인만 하고 있으며 박근혜는 기소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 사건을 과거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너무 이르다. 이런 사건은 엄청난 돈과 권력에 대한 것으로 만약 그 뒤처리가 흐지부지 된다면 그정도 처벌을 받을 것같으면 나라도 그런 일을 하겠다는 식의 선례를 남기게 될지 모른다. 엄청난 돈을 가진 재벌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는 가운데 국민정서가 이 사건을 이미 일단락된 것으로 여기기 시작한다면 일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로서는 국민들이 좀 더 현명하게 판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박근혜 이후의 다른 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적폐청산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이제 다른 뭘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문재인 후보측에서 나오는 메세지는 개인적으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별로 새롭지 않다. J노믹스 운운하는 것은 기초를 다지는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가올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에 대해 강력한 메세지를 던지지 않는다. 차라리 지방자치시대의 강화라는 메세지가 훨씬 더 좋다. 


사실 문재인은 관리자형 판관형 인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꾼다기 보다는 법과 원칙을 세운다는 이미지인 것이다. 그래서 적폐청산에는 그가 적임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미 법과 상식은 수복되었다고 느끼는 것같아서 걱정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좋은게 좋은건데 문재인은 쓸데 없이 분란를 일으키는 사람쯤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문재인의 부족한 점은 다른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 나는 특히 참신한 아이디어나 개혁의 이미지가 좋았던 박원순이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박원순이 일찌감치 대선판에서 빠졌기 때문에 문재인에게 어떤 대접을 받을지 모르겠다. 문재인은 박원순과의 강한 협력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고 지금은 사실 그 둘 다가 필요하다. 그러나 얼마남아있지 않은 일정상 안희정과 이재명의 세력을 다독이기 위해 문재인은 그쪽에 신경을 많이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는 그것이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박원순이고 이재명도 괜찮다. 하지만 안희정은 적어도 이번대선에서는 이제 거의 무의미하다. 이미 안철수가 그 지지층을 대부분 흡수했으며 애초에 별로 충성심이 깊지 않았던 그 지지세는 안희정이 호소한다고 돌아오지 않는다. 잘못하면 선의 운운하는 분란처럼 있는 지지자들의 등을 돌릴 가능성만 크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본래 이공계 출신인 안철수는 4차산업혁명시대라는 이름을 걸고 자신이야 말로 확실히 박근혜 이후의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안철수가 과연 박근혜 이후의 시대를 열어갈 적임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에게도 과제가 있지만 안철수는 더 많은 과제가 있어보인다. 


안철수는 착각하기 쉬운 인물이다. 의사이며 IT분야 출신이기도 해서 그는 시대적 첨단을 달리고 강한 리더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반대다. 안철수의 이미지와 안철수가 속한 정당의 언행 그리고 그를 지금 지지해 주고 있는 지지층의 모습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민들이 그를 지지해 주는 첫번째 이유는 어쩌면 그 자신도 모를지도 모를 그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대단히 지적인 인간으로 여겨지는 안철수지만 사실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비전은 없고 결국 기존질서를 무한긍정하는 매우 보수적인 인물이 그라는 것이다. 


컨텐츠하면 안철수인 것같지만 사실 차분히 벗겨보면 안철수는 컨텐츠가 부족해 보인다얼마전에 문재인이 공인인증서 문제에 대해 정책을 발표한 적이 있다. 놀라운 것은 4차산업혁명을 입에 달고 다니는 이공계 출신의 안철수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이며 뛰어난 프로그래머출신인데도 사실 의료계 문제나 한국 인터넷 상거래 문제등에 있어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했는데 언론이 보도해 주지 않았다는 것은 옹색한 변명이다. 세상이 그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성공하는 지도자의 능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토크콘서트를 할 때처럼 정치를 해나가고 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도덕정치고 왕도정치다. 왕은 왕답고 신하는 신하답게 뭐 이런 식으로 나가는 고리타분한 옛날식 사고 말이다. 그의 과거 때문에 착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안철수는 엘론 머스크도 아니도 스티브 잡스도 아니다. 그는 법륜스님에 가깝다. 그는 존경할만한 사람일 수 있다. 아니 분명 그렇다. 하지만 박근혜 이후의 정치를 담당할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문재인이 박원순이 필요하다면 안철수는 문재인보다 더하다. 문재인은 이재명이나 박원순을 그나마 당에 가지고 있지만 안철수는 지금보기에는 아무도 없다. 이제 대선이 한달 남았는데 과연 그가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경선파트너였던 손학규나 당의 실세인 박지원같은 사람들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는 말인가?


아직 박근혜가 기소도 되지 않았으므로 대선과정에서 적폐청산은 중요한 화제로 남을 것이고 이는 문재인에게 유리한 면이다. 하지만 지겨운 박근혜는 과거로 돌리고 이제 미래를 말해보자고 하는 주제도 떠오를 것이다. 이 부분은 문재인도 안철수도 다 약하다. 홍준표같은 후보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부터 공부해서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결국 인물영입과 어떤 인물을 홍보에 쓰는가가 중요해 질 것이다. 안철수는 적폐청산은 뒤로 돌리자고 말하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하면서 그 부분이야 말로 자기가 유리한 쪽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안철수가 한방에 내용부실을 들어낼 수 있다. 아는 게 없어서가 아니다. 본인이 자기가 누구인지 제일 모르고 있을 수 있다. 박근혜가 창조경제 이야기한다고 뭐가 되던가? 안철수의 보수성이야 말로 안철수의 가장 큰 우군이자 적이다. 


이때문인지 안철수는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같은 원조가 내려온다면 안보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매우 답답하게 생각한다. 안보나 경제는 보수가 잘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한반도는 김대중 노무현때 제일 안전했고 경제위기를 불러 온것은 보수 세력이다. 박근혜가 안보를 책임지니 나라가 잘 굴러가던가? 안철수가 안보 문제를 들고 나오면 문재인이 진보라서 안철수가 우위를 차지할거라는 전망은 한심하다. 국민이 현명하다면 그런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이후의 시대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고 지방자치의 본격화시대다. 우리는 이런 미래에 어울리는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제 좀 정치는 잊고 상식적인 세상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