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안철수는 지난 몇년간 정치를 어떻게 배운 것일까?

by 격암(강국진) 2017. 4. 13.

안철수는 지난 몇년간 정치를 어떻게 배운 것일까


안철수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기가 막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얼마전에는 유치원관련 파동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규제프리존에 에너지 민영화 이야기까지 나온다. 본인이 조갑제나 박사모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적어도 그들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가 통치하는 세상과 유사한 세상이 계속 될거라고 믿는다는 것인데 거기에 대해 문제의식도 없다


정치인이란 본래 넓은 지지를 위해 애매한 정체성을 유지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안철수만큼 자기 정체성이 유령같은 후보를 적이 없다. 안철수의 입에서는 우선 민족이나 역사 이야기가 별로 안 나온다. 역사 의식의 부재다.  현재의 우리가 어떤 역사적 과정의 결과인지에 대한 평가가 없다. 이것은 중요한 것이다. 역사나 사회에 대한 고마움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그저 자신이 잘나서 가진 것으로 평가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는 소위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간의 싸움도 그냥 의미없는 동네싸움으로 생각하는 것같다. 그러니 5.18이든 6월항쟁이든 촛불집회든 그에게는 의미가 없어보이는 듯하다. 요즘같은 정국에 촛불집회에 참석안한 것이 탕평의 세상을 열어갈 중립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의 지지층도 마찬가지다. 안철수는 젊은 학생들과의 대화로 유명하고 표면적으로는 4차산업혁명 운운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같지만 그를 지지하는 것은 정작 50 이상의 노년층이다. 젊은이들은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홍준표는 안철수를 얼치기 좌파라고 말하는데 그는 이명박 이상으로 시장경쟁, 무한경쟁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뭘 믿는 사람인가? 


나는 여전히 안철수의 선의를 믿는다. 하지만 안철수는 시대나 한국의 땅과는 거리를 두고 하늘에 떠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유치원에 대한 논란도 그렇지만 교육개혁 이야기도 그렇다. 그에게 교육개혁을 물으니 초중고를 552학제로 개편하겠다고 한다. 그런게 교육개혁의 핵심일까? 우리나라에서 대학과 취업문제에 대한 현실을 가만히 두고 초중고 학제개편부터 하는 것이 학생들 상황을 바꿀꺼라고 믿는 학부형들이 얼마나 있는가. 그런 개혁은 무의미한 고통과 혼란만 만들어 것이다. 이것은 자기가 자녀들을 한국에서 대학에 보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는 말을 꼭 해야 할 것만 같은 정책이다. 


안철수는 지난 2월에 썰전에 나와서 실업대책을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실업대책의 핵심은 중소기업 근로자가 대기업 수준의 월급을 받을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것도 현실에서 있다.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고 자영업자 문제가 심각하며 애초에 일자리 자체가 작은데 중소기업에 돈을 원조해서 월급을 대기업수준으로 받게 한다면 그런 혜택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받을까? 이게 장기적으로 어떤 좋은 혜택을 만들까? 중소기업에게는 좋은가? 좋고 나쁜 것을 떠나 뭔가 그의 처방은 시대의 중심을 건드리고 있다는 느낌 들지 않는다


그는 탕평의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이 가장 민주적인 사람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그는 민주당도 싫지만 자유한국당도 싫다고 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적폐세력과 싸우겠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너는 편가르기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하는 것은 쉽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모두와 싸워서 결국 내 맘대로 하겠다는 거라면 일부 악한 세력과 싸우겠다는 사람을 모두와 싸우겠다는 사람이 비판하는 꼴이 되는거 아닌가? 문재인과 협치가 안되는 사람이 자유한국당과 협치를 하고 나아가 모두와 협치를 하겠다고?


모든 것이 오해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한국인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디선가 혼자서 선민으로 살고 있는 것인지 수가 없다. 그는 점점 정몽준이나 이재용 이상의 특권층의 냄새만 풍긴다. 현실에 들어와 본적이 없어서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말이다. 사실 사람이 다른 사람 사정 알기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정치인은 세상을 배워야 하고 그는 스스로 지난 몇년간 정치를 배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란 국민들을 대의하는 것인데 그는 도대체 몇년 동안 어떤 국민들을 만나서 정치를 배운 것일까? 다른 사람 비판을 하기 전에 자기가 인의 장막속에서 비현실속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제별 글모음 >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겸손의 가면  (0) 2017.05.01
우리는 대통령에게 뭘 기대해야 하는가.  (0) 2017.04.20
박근혜 이후  (0) 2017.04.06
사회적 관용과 박근혜  (0) 2017.03.29
내각제가 필요없는 이유  (0) 2017.03.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