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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에 대한 생각

by 격암(강국진) 2017. 10. 28.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분권이라는 것은 필요한 것일까? 좋은 것일까?  지방분권은 그 자체로 무조건 좋거나 나쁜 것일 수 없다. 사실 나쁜 일들도 많을 것이다. 부패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방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질 때 지방 유지들과 정치가들이 결탁하여 지방이 썩어가는 일이 생겨나지 않을까?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같은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뽑힌 사람들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믿는 사람도 많은 것같다. 그들은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권한과 의무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더 많은 의무를 진다는 의미가 된다. 권한과 의무의 변화는 정치를 바꿀 것이고 경제도 바꿀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그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수도권 집중문제를 가지고 있다. 나라의 모든 중요한 일이 서울에서 생긴다. 이제는 아예 대학도 인서울이니 아니니 하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지방은 서울 나아가 수도권에 종속된 곳이 되고 지방대학은 1-20년전보다 더 열악해 졌다.  전만 해도 지방대라고 해도 국립대정도면 상당한 인정을 받았는데 이제는 그저 인서울이 못되는 대학이 되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수도권에 사는 사람은 지방에 절대로 가지 않으려고 하고 지방에 사는 사람은 수도권으로 가려고 야단이다.   얼마전에는 서울에서는 선생님을 할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못하겠다고 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기사도 있었다. 


지방의 정치도 중앙에 종속되는데 그것은 결국 정치란 주로 돈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중앙에 돈과 권력이 집중되는 시대에 지방정치란 결국 중앙에서 어느 정도의 투자를 이끌어 올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방 정치이지만 사실은 중앙과 얼마나 깊은 끈이 있는가가 중요해 보이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 지방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애정도 전문성도 없어도 대통령이나 집권당대표와 깊은 관계를 가진 사람이 출마하면 그 사람을 뽑아야 할 것같은 정치판이 되는 것이다. 


이 관계는 사실 지방이 서울의 식민지가 되는 관계다. 종속이란게 본래 그렇다. 지방이 서울만 바라보고 살면 서울의 명령을 들을 수 밖에 없고 서울의 명령이란 결국 서울의 이득에 더 많이 기여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 지방의 발전이나 보존을 위해서는 나쁜 정책도 중앙에 종속된 정치인들은 무조건 수용하기 쉽다. 그걸 거부하면 다음번에는 그 지방에서 공천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될 때 그 지방의 발전이 가능할까? 부산국제영화제를 망치는 부산 시장이란 미친 것이다. 그런데 중앙의 지시에 따라 기꺼이 그렇게 하는 시장이 출현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살아가기 불리하게 만든다. 서울의 강남에서 태어난 사람은 종종 나는 그저 태어난 곳에서 살면서 늙어 죽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화려하게 발전하는 고향만 봐서 그렇다. 지방사람들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지방은 때로 침몰하는 배같다. 빨리 서울로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살 곳이 없어질 것같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서울종속의 가장 나쁜 측면일 것이다. 서울이 지방의 영양분만 빨아들여서 성장하고 지방은 서서히 죽어가서는 미래없는 곳, 정착할 수 없는 곳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 구도는 결국 서울을 왕으로 해서 지방들이 서로를 적으로 보고 경쟁하고 싸우는 구도를 만든다. 결국 예산 갈라먹기가 주된 화두가 되기 때문이다. 예산은 하나인데 거기서 특정지역이 돈을 많이 가져오면 다른 지역이 돈을 가져올 수 없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4대강 문제가 좋은 예중의 하나다. 그걸 건설하는 돈은 누가 대야 할까? 그리고 그걸 관리하는 돈은 누가 대야 할까? 싸움은 주로 강 자체는 지방에 있으며 그 공사를 원하는 사람도 그 지역에 있는데 그 공사를 하는 돈과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은 온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때문에 생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다수파에 의한 소수파의 착취다. 민주주의적 절차란 현실에서는 이런 형태를 가지기 매우 쉽다. 권력을 가진 쪽이 계속 선거나 투표에서 이기면서 민주적 절차를 핑게로 대면서 계속 자기 민원만 해결하는 것이다. 국민의 의무는 모두가 지는데 국가의 투자는 한쪽에만 쏠린다. 그 결과 국가의 교육적 정치적 경제적 중심이 모두 한 곳에 집중되는 기형적인 국가가 탄생했다. 수도권은 아파트 숲으로 빼곡하다.  기득권은 그걸 어찌해 보겠다는 노력을 관습헌법 운운하면서 막아버릴 정도로 정치력이 세다. 이건 환경파괴다. 언젠가 세상이 어느 정도 정상이 되면 이런 불균형은 그 댓가를 요구할 것이다. 


확실히 지방분권은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 지도 모른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보다 더 엉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방정치가 엉망인 이유, 나아가 이 땅의 정치가 엉망인 이유는 어쩌면 지방이 중앙에 종속되어졌기 때문 일 수도 있다. 즉 합리적인 사람들이 선출되지 못하고 그저 기계처럼 충성하는 사람이 지방정치를 장악할 수 있게 된 이유, 이땅에 부패와 담합이 만연하는 이유는 중앙종속때문이다. 


왜 그럴까? 나는 앞에서 지방종속이란 결국 식민지 구도와 같다고 말했다. 식민지 정치가 제대로 될 수가 있을까? 식민지가 독립하려고 하는데 거기에다가 식민지는 수준이 낮아서 독립하면 부패로 지옥이 될거라고 말하는 것은 언제나 옳은 이야기일까? 오히려 식민지의 정치적 부패를 부추키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종속구도가 아닌가? 


지방의 독립적 운영은 문제점도 많이 가져오겠지만 온 나라에 한가지 메세지를 던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정치에 대해 우리는 이제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누구것을 뺏어와서 우리가 부자가 되는 시대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정체성을 살리고 남과는 잘 협력하는 능력이 지방에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의 행복수준, 만족수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자기 예산으로 자기가 투자하고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로 젊은이들이 모두 유출되고 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방은 더 깊은 각성을 하게 될 것이다. 지방은 왜 블루컬러 공장만 있어야 하는가? 왜 화이트컬러 직장은 잘 안생기는가?


서울을 정점으로 하는 구도에서는 지방정치인의 꿈은 중앙진출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방분권시대에는 그게 꼭 그럴 이유가 없다. 말하자면 지금은 서울시장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발판으로 여겨지지만 지방분권시대에는 각 도지사나 거대 도시의 시장 자리도 그런 정도의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굳이 왜 중앙진출만 꿈꿀 것인가? 그러니 좋은 인재들이 지방 지역에 자기 정치인생을 거는 일도 더 많이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지난 번 탄핵국면에서 서울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준바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지금처럼 지방이 수도권에 양분만 빼앗기는 구도로 살아야 할까?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이 지방에서만 살다가 죽어도 불안하지 않고 행복하며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시대가  와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후진적 한국 정치를 개혁하는 한가지 방법은 지방분권을 더 강화해서 합리적인 세력만 정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끝까지 그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지역들은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걸 전체 국민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일은 공평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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