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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의 답

by 격암(강국진) 2017. 9. 24.

요즘 핵실험때문에 한반도 위기 이야기가 많고 공중파뉴스에서도 팟캐스트에서도 여러가지로 말이 많다. 자유한국당은 우리도 전술핵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결국 수교와 경제지원이니 그걸 해주면 위기는 끝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기적같은 답이 없다는 것일 것이다. 미국은 천사같은 나라이며 북한만이 모든 문제의 원인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신의있고 이성적인 나라로 생각하는 것도 말도 안된다. 어떤 종류의 협약을 맺건 문제는 그걸 지키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이나 미국이 약속을 깬다고 주장하겠지만 북한은 지금 전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국가중의 하나다. 3세대를 세습하는 왕조나 다름없는 나라이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하면서도 엄청난 국방비를 쓰고 있는 나라이고 이산가족 상봉같은 인도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댓가를 요구하는 비인간적인 국가다. 덕분에 탈북자들이 국제문제가 될 지경이고 많은 북한 여자들이 성노예로 팔려다니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이런 나라는 언제든지 자기 멋대로의 주장대로 협약을 깰 수 있어 보인다.


나는 북한문제에 답이 없으니 포기하자는 것도 아니고 미국이나 북한 어느 쪽을 욕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반도 위기 문제에 답이 있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상호신뢰이며 신뢰란 기적같이 만들어 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도 북한을 믿지 않지만 북한도 세계를 믿지 않는다. 서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약속을 어떻게 하건 그 약속은 깨어지기 쉽다. 그리고 약속이 깨어졌을 때 손해를 보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당장 북한과의 협상이 어떻게 되건 북에 대한 경제원조의 상당부분은 당연히 한국이 치뤄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식으로 돈쓰고 나중에 또 상황이 원상복귀되는 일이 반복되면 협상에 대한 피로는 누적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경수로원자로 문제로 이일을 겪었다. 


한반도 평화에 있어서 결정적인 진전은 남한에 진정으로 합리적이고 주체적인 민주정부가 서는 것이다. 3세대를 세습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현실은 전혀 자력으로 세계적인 보편적 정권을 세울 힘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결국 남은 것은 한반도 위기의 또다른 당사자인 한국이 남았을 뿐이다. 해방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한반도 위기가 계속 되는 것은 이제까지 한국을 대부분 지배해왔던 정권들이 비이성적이고 명분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외세 의존적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한반도 분단의 시작은 한반도 지역을 어느 특정 강대국의 영향력아래 통째로 둘수 없다는 이유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외국들의 눈으로 보면 한반도에 있어야 할 조선이라는 국가는 마치 어린애 같아서 중국이나 러시아에 흡수되거나 미국에 흡수되어 한쪽편의 대리인이나 부하노릇이나 할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니까 절반으로 자르자는 어이없는 합의가 나왔다. 


냉전시대가 끝이나도 한반도 분단의 이유는 사라지지 않았다. 말은 어떻게 하건 어떤 강대국도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별로 관심이 없고 사실은 주로 반대하는 편일 것이다. 그저 지금처럼 현상유지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남북한 통일은 일본에 버금가는 강대국의 탄생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 나라가 누구편이 될지 모르는데 어느 나라가 무조건 그게 좋다고 할 것인가? 물론 그런 현상유지로 인해 생기는 모순은 남이건 북이건 한민족들이 감당하고 있다. 엄청나게 쓰고 있는 국방비는 제쳐두고라도 부질없는 대치상태의유지로 인해서 생기는 이념적인 문제는 얼마나 소모적인가. 화나는 일이지만 이건 무엇보다 우리 민족이 어리석어서 생기는 일이다. 누구 편이기를 떠나 스스로 자기 주관을 가지고 책임있게 행동할 주권이 한반도에 서기 전까지는 한반도의 위기는 끝나지 않는다. 어떤 협약도 소용없고 그런 과정은 결국 손실로만 이어질 것이다. 


역사적 예도 있다. 그나마 한반도에 평화가 올 것같았던 시대가 바로 김대중 민주정부의 탄생때였다. 그러나 김대중 민주정부는 그 태생이 약했다. 김대중 정부는 물론 해방이후 계속 이어졌던 민주화의 열망이 만들어 낸 정부이지만 그 탄생의 결정적 단계는 아이엠에프 경제위기였다. 즉 국민이 선택한 민주정부로서의 정체성이 충분히 강하지 못했다. 그 결과 김대중 노무현까지 10년을 버텼을 뿐 정권은 다시 과거의 세력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정권은 있었지만 그 정권을 진정으로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정권의 소중함과 민주정권을 지켜가는 일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했다. 사람들은 김대중 노무현을 욕하기는 해도 주인의식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저 대통령 만들어 줬으니 이제 나를 행복하게 해다오라고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강력한 권한이 있기는 하지만 민주정부의 시대에는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모든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권력, 언론권력, 국방부 권력, 학계의 권력, 종교 권력등 수없이 많은 권력들이 있고 심지어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운동 세력들도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민주적인 대통령보고 다 해내라고 하면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제왕적 권력이란 결국 불법적이고 불의한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정권의 대통령은 한국내의 다른 권력보다 그다지 힘이 세지 않다. 권력의 댓가로 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9년동안 다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겪은 후에 촛불혁명에 의해서 탄생했다. 그 탄생만 보면 김대중 정부에 비해 훨씬 상황이 좋다. 보다 확실한 국민의 선택에 의해 탄생한 정권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언제나 중요한 정치적 화두지만 그래도 아이엠에프 이후 탄생한 김대중 정부는 경제때문에만 탄생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진짜 정치와 정의를 위해 탄생했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정치가 이래서는 안되며 정치는 단순히 경제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 반대를 지향하는 정권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정권을 탄생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그 정권과 함께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김대중 노무현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배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고 해도 한국의 민주정부가 이땅에 뿌리박고 앞으로 긴 세월동안 책임있게 한국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는 아직 너무 빠르다.  한국인들 스스로도 자신이 없을 테지만 외국의 눈도 그럴 수 밖에 없다. 3대 세습을 하는 북한이 비이성적인 국가로 보이나? 그렇다면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모셨던 한국은 이성적인 국가였다는 말인가? 탄핵으로 그녀를 쫒아낸 것은 확실히 긍정적인 것이지만 애초에 이명박 박근혜같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국가라는 과거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적폐청산은 시작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엉터리같았던 군대와 국정원도 지금 그대로 있고 사학재단이며 낡은 종교단체들도 여전히 그대로다. 


한반도 위기의 답은 신뢰이며 신뢰는 빨리 쌓이지 않는다. 이번에 문재인정부가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아예 앞으로는 좋아질거라는 기대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국이 국내문제를 정비하고 한반도 문제에 주체적으로 끼어들 힘이 생긴다. 지금 서둘러 종결을 짓고자 하면 결국은 훨씬 더 지키기 어려운 부담만 한국에 돌아올 것이다. 한국이 협상에 끼어들 틈이 더 작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실수다. 사실 북한은 북핵을 앞으로 가지겠다는 협박을 하는 거면 몰라도 지금처럼 끝까지 가버리면 좋을 것이 없다. 핵무기는 필요도 없고 쓸 수도 없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는 최대의 문제는 북한이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한반도에 엄청난 참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가 없어서 그게 안됬던 것이 아니다. 


북한이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것이 두려워서 미국이 앞으로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다? 그 반대다. 지금처럼 핵무기를 실험해 버리면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더욱 더 강하게 압박할 명분만을 줄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보자.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으니 미국을 포함한 세계가 북한앞에 머리를 숙이기라도 할 것같은가? 북한의 고립을 해소하는 것에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경제적 제재가 북한에 위협이 안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단기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세계 전체로 보면 북한따위 있거나 없거나 경제적으로 아무 위협이 안된다. 그러니까 북핵으로 높아진 고립화속에서 세계는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북한은 핵이 있건 없건 더 높아진 고립속에서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핵을 쏘나? 고립속에서 북한혼자 지상낙원을 만드나? 북핵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니까 핵개발을 협상카드로 협상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오히려 핵개발을 거의 완료하면 협상이 안된다. 서둘러 협상하면 줘야할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협상이 늘어진다고 북한이 당장 망하지는 않겠지만 핵무기 개발의 효과는 오히려 점점 줄어들 것이다. 개발을 했다고 처음에는 성취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돈은 돈대로 썼는데 쓸 곳은 없다는 것이 명확해 지기 때문이다. 올라간 경제제재는 사람들이 기억하건 안하건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핵실험의 기억은 한두달이면 희미해질 것이다. 핵무기는 결코 행복과 권력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쓸 수도 없는 바보같은 무기다. 


시간을 주면 북한이 더 핵을 많이 개발할 여지를 주게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두르면 답이 금방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런 답이 있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그런데 그런 답은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을 그냥 쓰는게 아니다. 진짜 답은 한국에 민주정권이 영구히 정착하는 것이 분명해 지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 북핵문제에 대한 답이다. 전술핵을 가지거나 금방 북에게 어떤 댓가를 지불하거나 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 


벌써 십년전부터 나는 이따금 일본은 한반도 전쟁을 바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했다. 한국전쟁이 일본을 일으켜 세웠듯이 지금의 일본이 가지는 경제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한반도 전쟁뿐이라는 것이다. 전쟁의 피해자가 되어야 할 한국과는 달리 외국들에게는 전쟁은 가능한 선택이거나 심지어 수지맞는 기회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사실 한국 경제가 초토화되면 그 혜택을 볼 나라는 아주 많다. 한방에 한국이 가진 자신의 대부분을 외국들이 가져갈 수 있는 기회다. 


서두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서두르는 가운데 비극이 생기고 남좋은 일만 하게 될 수 있다. 적폐청산을 왜 해야 하는지 기억했으면 좋겠다. 북한문제도 거기에 달려 있다. 나는 문재인 정권을 믿고 한국인들을 믿고 있다. 그러니까 내실을 다지고 있으면 협상하기 좋은 때가 올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는 것도 답이다. 서둘러 당장 뭐든지 하자고 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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