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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궁극의 선택

by 격암(강국진) 2018. 10. 23.

2018년 현재 서울 아파트의 평당평균가격은 2810만원이라고 한다. 가장 비싼 지역인 강남구는 평당가격이 4천만원이 넘는다. 그러니까 이십평짜리 아파트가 서울에서는 평균으로 삼아도 6억에 육박한다. 어느 나라나 땅값이 비싼 지역은 있다. 그리고 1%의 사람들이 사는 초호화지역의 집값이 평당 1억을 하건 말건 그게 큰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서울에 천만이 살고 수도권 (서울 인천 경기도)을 다 합하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이천육백만이 살고 있다. 이걸 생각하면 경기나 인천이 서울보다 집값이 싸다고 해도 참 한국에서 집값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는 2006년에는 1300만원에 불과했다고 하니 12년만에 두배가 넘게 오른 셈이다. 이런 가격 상승을 두고 서울 사는 사람은 좋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우리는 그 통계의 어두운 면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가격상승의 혜택을 온전히 본 사람은 빚이 하나도 없이 집을 사서 12년 이상을 소유한 사람들 뿐이기 때문이다. 세를 살고 있거나 빚을 많이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상승의 혜택이 그리 크지 않거나 손해가 크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만약 당신이 편의점 알바를 해서 한달에 백오십을 벌지 못하며 살고 있는데 차가 람보르기니나 포르쉐같은 슈퍼카다. 그래서 유지비가 엄청들어간다. 이거 말이 안되지 않은가? 수입은 작은데 집만 비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월급수준을 보면 도저히 저축해서 6억 7억하는 집을 빚안내고 살 수 있을 것같지 않다.


내가 문득 생각이 나서 최근에 트위터에 올린 글을 한번 다시 생각해 보자. 


살자면 집이 있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집값과 교육비의 합이 평생 임금의 합에 육박한다면 집안에 재산이 없을 우리는 모두 노비로 태어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나라에서 아이가 많이 태어나야 할까? 태어나면 노비인데? 아이만 20-30명중의 하나인 로또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소득보다 집값이 아주 비싸다는 사실에 오늘날 한국인들이 아주 바빠서 집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사실을 더해 보자. 우리는 바깥에서 공부하고 외식하고 직장에 출근하며 여행도 간다. 그러니까 조선시대같은 옛날이라면 집의 기능이었을 많은 것들이 외부로 아웃소싱되고 사실 집에는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오게 되는 자명한 결론은 투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수요를 위해서라면 우리는 뱀파이어처럼 관같이 생긴 작은 사이즈의 집에서 잠만 자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돈도 없는데 쓰지도 않는 집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면 그런 결론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거야 말로 현대한국에서 집에 대한 궁극의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가진 것이 많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가진 것이 없는 젊은 세대는 원룸에 살면서 좋은 차를 굴리는 생활을 선호하지 극단적인 궁핍생활을 하면서 빚을 많이 내서 집을 사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그러기에는 집이 이미 너무 비싸서 그렇다. 집값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있어도 집값의 절반인 3억5천을 월급으로 모으려면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아주 오랜기간 거지처럼 살아야 하고 그 이후에도 집만 좋을 뿐 빚이 3억5천이나 생기게 된다.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 일까. 현실이 이러하니 전통적으로 집이 가지고 있었던 기능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속력은 더욱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 한다. 집에서 요리하느니 그냥 외식을 하는게 더 싸고 편하며 공부나 독서는 까페에서 하고 게임이나 노래부르기는 노래방이나 피씨방이나 공간대여를 해주는 다목적 놀이방에서 하면 된다. 손님접대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공간의 가격이 워낙 비싸니까 그걸 한사람이 독차지 해서 비워두면 너무 유지비가 많이 나간다는 것이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홍콩같은 곳은 이미 이렇다. 최근에는 3.4평짜리 아파트도 나왔다고 한다. 




홍콩 아파트 



집의 기능은 자꾸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될 수록 서울에서는 우리가 통상 집이라고 생각하면 떠올리는 25평이나 35평짜리 아파트에서 사는 일은 매우 사치스런 일이 될 것이다. 단독주택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일까? 이것은 이래도 되는 것일까? 우리는 이 방향으로 그냥 달려가면 되나? 그럴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 소유한 집이 자기 전재산보다도 더 큰 사람들이다. 언젠가 한 강남의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평균적으로 빚이 5억 6억씩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방송을 본 기억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전재산이 집 한채거나 자기 전재산을 다 털어도 빚을 다 못갚는 사람들일 것이다. 다만 집값이 오르는 것을 기대하면서 무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부동산투기꾼이 아니므로 내년이나 내후년에 집값이 갑자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평수크고 가격이 어마어마한 아파트는 마치 서양의 오래된 성을 연상케 한다. 성은 시설은 낡았고 유지비는 비싸서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거대한 집이다. 요즘 새로 나오는 집들은 인테리어나 구조가 옛날 집보다 훨씬 좋다. 예를 들어 요즘은 장롱의 개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드레싱룸이나 벽장을 애초에 가지고 있는 집이 많아서다. 올해 나온 20평짜리 아파트와 15년된 20평짜리 아파트는 단순히 낡았다 아니다와는 다른 차원의 구조적 차이가 있다. 실질평수도 요즘 것이 훨씬 큰 데 법이 바뀌어 베란다 확장이 거의 필수처럼 되었기 때문에 20평짜리라고 할 때 평수에 들어가지 않는 공간이 크다. 


능력도 안되는데 낡은 성을 들고서 어쩔 생각인지. 자기 수입으로는 그 비싼 집의 유지비를 내기도 버거우면서 상투를 잡으면 팔겠다고 기다리다가 그게 안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살던 곳이 좋아서 나는 계속 강남에 살겠다고 하는 분도 있는 것같은데 능력이 안되면서 그렇게 버티다가 어느 순간 큰 일나면 감당이 되는 것인지. 


젊은 세대는 낡은 아파트 안 사준다. 대부분 돈이 없어서 안 사는 거지만 돈이 있어도 그걸 사는 젊은이는 바보다. 그건 이제 시대에 뒤진 집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투자가치가 없는 것이다. 아파트를 투자용으로 사도 새 아파트를 사거나 작은 평수의 것을 사야 마땅한 것이다. 시대의 흐름은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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