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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직업의 종말과 꿈꾸는 기업가의 시대

by 격암(강국진) 2018. 11. 2.

18.11.2

테일러 피터슨은 2015년에 나온 그의 책 직업의 종말에서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 말해 둘 것은 직업이 끝나가는 시대라는 것은 미래에는 직업이라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복군주가 아니었고 엄청난 토지를 가진 지주거나 자본가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작농이거나 공장노동자이거나 대학교육을 받은 직장인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시대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며 가장 돈이 되고 인기있는 직장도 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테일러 피터슨이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는 시대가 끝나간다고 말하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세상이 변한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통신이 발달하고 전 지구적으로 교육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인도나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대학이나 대학원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양산되어 나오는 시대다. 그리고 통신이 발달되어서 한 나라의 기업가가 기업의 일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들을 써서 하는 것이 쉬워진 시대다. 즉 학위가 흔해지고 학벌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며 국제적 협업이 쉬워진 것이다. 

이런 시대에 전통적인 의미의 일자리는 부족해 진다. 테일러 피터슨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48년에서 2000년 사이에 일자리가 인구보다 1.7배 성장했지만 2000년이후 2015년까지는 인구가 일자리보다 2.4배 성장했다고 한다. 직장은 부족해 지고 있다. 대학을 나와서 직장을 찾고 거기서 평생 일하는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 일자리를 채울 졸업생들은 전세계적으로 양산되는 흔한 자원이며 기계와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화제가 되는 인공지능이 좋은 예다. 직업의 시대는 끝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꽤 절망적인 이야기이지만 피터슨은 희망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학위와 지식이 흔한 시대에 과연 무엇이 우리 시대의 희소자원인지를 봐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가 오히려 기회의 시대를 살고 있다라는 것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세상의 부를 토지가 창출하고 있다면 우리는 토지를 차지해야 돈을 벌 수 있다. 토지가 아니라 자본이 답이라면 자본을 쥔 쪽이 부자가 된다. 그리고 토지도 자본도 아니고 지식과 정보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라면 지식과 정보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학교에 가야 하고 학위를 따야 한다. 

피터슨은 우리는 20세기까지 이런 시대를 살았다고 말한다.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취업하는 하는 시대란 다시 말하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지식과 정보를 구매하고 그것을 기업에 되팔아 돈을 버는 시대다. 그런데 이런 패러다임이 통하는 시대는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과 정보가 너무 흔해졌고 빨리 변해서 더이상 값어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학벌의 가치가 떨어져 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의 희소자원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팔아서 돈을 버는 시대를 살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창업가 정신이다. 이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고용인에게 되팔아 돈을 버는 시대가 아니라 직접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그것을 이뤄가는 시대이며 이 시대의 희소자원이란 바로 기업가의 비전이다. 

피터슨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의 시대는 꿈꾸는 기업가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우리 모두 취업은 하지 말고 창업을 해야 합니다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핵심에 대한 오해다. 우리는 기업가의 꿈이란게 무엇인가를 잘 이해해야 한다. 새롭게 나타나는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20세기 이전의 방식으로 그걸 이해해서는 안된다.

꿈꾸는 기업가의 시대인 현재와 20세기와는 차이가 있다. 21세기의 기업은 단순히 기업이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기업을 꿈을 이루는 수단으로 여기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을 설득하는데서 새로운 힘이 나온다. 이렇게 말하면 애매하기만 할 텐데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같은 이름을 나열하면 내가 말한 것에 대해 아하하고 벌써 깨닫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큰 이름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거기서 시작해 보자. 우리는 꿈꾸는 기업가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런 시대를 살고 있으며 낡은 기업과 낡은 기업가는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혼란은 있지만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이미 꿈꾸는 기업가들로 대표된다. 앞에서 거론한 이름들말고도 우리는 이미 제프 베조스, 마윈, 손정의, 마크 주커버그같은 이름들에 익숙하지 않은가?

일론 머스크는 난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따라서 내 회사를 세계에서 가장 부자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 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도 심지어 회사의 직원도 아니고 소비자의 참여이기 때문이다.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모두의 힘이며 그것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전기차를 생각해 보자. 테슬라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테슬라는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해서 난리다. 수많은 사람들은 머스크를 의심하고 테슬라를 비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의 차에 대해 스스로 선전해 주고 그들의 제품을 테스트해주며 테슬라가 만드는 제품과 문제들에 대해 너그러운 자세를 취한다. 

핵심적인 것은 머스크가 사람들로 하여금 테슬라가 성공하기를 바라도록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머스크는 멋진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머스크가 부자가 되는 꿈도 아니고 테슬라의 주주가 부자가 되는 꿈도 아니다. 그것은 인류를 구원하는 꿈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테슬라에서는 세미라는 전기트럭을 발표했다. 세미트럭은 발표되고 나서 많은 비판에 직면했는데 기술적으로 이게 믿기 힘든 면이 있어서 그 발표를 두고 머스크가 다시 한번 허황된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테슬라가 말하는 꿈이란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지금의 경유 트럭에 비하면 세미 전기트럭은 에너지를 1/4밖에 쓰지 않고 훨씬 안전하다. 유통을 위해 이 세상에는 엄청난 수의 트럭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매연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애초에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은 트럭들을 모두 전기트럭으로 바꾸면 엄청난 에너지 절약과 환경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건 온 세상의 낡은 필라멘트 전구를 모두 LED 전구로 바꾼다면 원전따위는 필요없다는 식의 아주 멋진 꿈이다. 엘론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기업가들중의 하나인데도 그의 사업하는 방식은 클라우드 펀딩의 방식을 따른다. 소비자들이 꿈에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문화다. 소비자가 상품이 아니라 꿈의 단계에서 부터 참여하고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단순히 더이상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의 일부가 된다. 사람들은 같이 그 꿈을 이뤄가고 싶어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을 허황된 꿈으로 사람들을 꼬여서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옳을 수도 있다. 꿈이란 확실하지 않고 난관이 있기 때문에 꿈이다. 나는 세상에 사기꾼이 많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현실은 흑과 백 양쪽중의 하나가 아니라 회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순백색이 아니라고 해서 세상을 흑으로만 볼 때 우리는 시대의 뻔한 핵심을 놓치게 된다. 그것이 순백색으로 보일 때 쯤이면 세상은 이미 우리가 따라갈 수 없이 변한 후 일 것이다. 머스크는 이루는 것이 당연한 꿈, 자기 자신을 위한 꿈이 아니라 모두가 이거 근사한데 라고 말할 만한 꿈을 이야기 한다. 기업은 그 꿈을 이루는 수단이며 따라서 그 꿈을 지지하고 싶은 사람들이 회사직원이 아닌데도 기꺼이 그것을 응원하고 참고 기다리게 만든다. 

테슬라라는 회사도 물론 자선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회사와 소비자를 분리하여 회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며 소비자는 고객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20세기에 끝나기 시작했고 지금도 맹렬한 속력으로 끝나고 있는 중이다. 꿈꾸는 기업가의 시대라는 것은 그리고 그 시대에 가장 희소한 자원이라는 것은 바로 모두가 같이 꾸면 근사할 꿈이며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득해 내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이 있으면 21세기의 환경에서는 기술이든 자본이든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뭔가 근사한 생각이 있다면 어떤 멍청이가 시키는 대로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좋은 생각이 있다고 말하고 일어나 말하는 것,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간단한 핵심이다. 다수가 그 꿈에 동참하면 그 꿈은 이뤄질 것이다. 앞에서 말하는 클라우드 펀딩이 세상에 나온지도 벌써 꽤 되지 않았는가? 오늘날은 전같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었던 기획이 기회를 가지는 시대다. 바로 통신이 발달하고 인력이 흔해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창업의 문턱이 날로 낮아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소수만 참여해도 시장이 형성되고 사업이 돌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스티브잡스도 기술자가 아니며 예술가도 아니었다. 그가 애플컴퓨터나 아이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디자이너인 것도 아니다. 다만 그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났을 뿐이다. 그리고 머스크가 그랬듯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게 했다. 

기업가가 비전가가 되는 시대가 오늘날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그것은 언제나 그랬다고 할지 모른다. 그래서 핵심은 뭐가 시대의 희소자원인가 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기업가는 비전을 가질 필요가 있지만 인력이나 자본이나 토지도 필요하다. 그런데 과거에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토지요 자본이요 지식이요 인력이었다. 그런게 없으면 비전도 소용없었다. 하늘을 날고 싶다고 말한다고 항공사가 생기는게 아니다. 그러니까 비전과 꿈이 넘쳐나는 가운데 그 안에서 소수의 것만 현실이 되었다. 반대로 오늘날에는 인력과 자본과 토지가 흔해졌다. 오늘날의 희소자원은 반대로 창업가의 꿈이다. 그래서 오늘날이 꿈꾸는 기업가의 시대인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창의력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흔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뭘 위한 창의력인가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단순히 돈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까지 말해온 꿈이란게 그저 내가 부자되는 것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 그런 꿈에 사람들이 참여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예를 들어 이재용이 나는 이씨가문이 영원히 번성하는 꿈을 꾸고 있으며 그걸위해 삼성을 키워가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에 매료된 사람들이 삼성을 키우는데 관심을 가지고 삼성의 제품에 대해 참을 성을 가질까? 현대가 나는 재벌 4세들에게 물려줄 돈이 더 필요하니 현대차를 더 팔겠습니다라고 하면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를까? 무엇이 기업을 매력적이게 하는가?

21세기에 가장 소중한 자원은 바로 모두를 위한 꿈이다. 누군가가 그런 꿈을 생산해 내면 그런 꿈이 자라날 수있도록, 현실이 될 수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21세기이고 4차산업혁명시대다. 거기서 말하는 기업이나 기업가는 그래서 이제까지의 기업이나 기업가와는 많이 다르다. 공익적인, 공동체적인 꿈이 없으면 기업이 클 수가 없다. 누군가가 한반도의 공기를 이렇게 하면 깨끗하게 할 수 있는데 모두 다 참여해 봅시다라는 식으로 제안을 하고 그것을 위해서 수단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기업이다. 마크 주커버그가 여러분 우리 서비스 써주세요. 나는 돈이 더 필요해요라고 말하면서 페이스북을 선전하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싶다고 말한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것이 오늘날 기업이 선전되어져야 하는 마땅한 방식이다. 

물론 우리는 이것을 언제나 당신은 순진하기 짝이없군요. 돈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속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포기한다면 우리에게 발전도 없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며 시대의 변화도 보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돈은 교환수단이다. 하지만 빛처럼 빨리 정보가 흐르는 시대에 어쩌면 돈은 핵심이 아닐 수 있다. 우리는 정치가와 기업가와 과학자를 구분할 수 없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어쩌면 기업가가 되었을지 모른다. 기업이나 기업가에 대한 낡은 생각에 빠져 있으면 우리는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없고 세상이 이상한 광신도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올바른 관점을 가지면 세상은 이미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지 오래라는 것을 분명히 볼 수 있다. 

오늘날의 기업은 꿈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꿈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너만 생각하면 돼. 네  통장잔고만 보면돼,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에 이겨서 월급많이 주는 직장에 들어가렴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시대의 핵심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이미 산업시대가 열려서 모두가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는 시대에 너는 열심히 낡은 농사를 배워서 성실한 농부가 되라고 가르치는 것이 될 수 있다. 

모두가 꿈꾸는 기업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특히 모두가 성공한 기업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근사한 꿈에 대한 감수성이야 말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아마 스티브 잡스도 마크 주커버그도 엘론 머스크도 한국에서 나왔을지 모른다. 노무현은 우리가 아는 정치가가 아니라 기업가 였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할 때 꿈을 포기하고 현실을 보라는 낡은 시대의 사람들이야 말로 얼마나 경제에 무능한 것일까? 꿈과 희망이 없는 세대를 만들고 그들이 왜 열심히 움직이지 않냐고 말하는 교육자들이야 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것일까? 우리시대는 꿈꾸는 사람들의 시대다. 다만 그 꿈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그 꿈의 작동방식이 뭔지를 우리는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은 남들이 뭘 원하는지에 대해 무관심하면서 기계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민감하고 소통에 능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다. 이룰 수 있을까 없을까를 걱정하지 말고 대담하게 꿈꿔야 하는 시대다. 어떤 경우든 그 꿈은 내 힘으로만 이루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모두가 그것을 원하면 꿈은 이뤄진다. 인간이 화성에 가는 꿈이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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