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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겨울왕국 2를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9. 11. 29.

겨울왕국 2를 봤습니다. 그런데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두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나서 적어 둡니다. 별로 많지는 않지만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총평으로 말하자면 겨울왕국 1을 워낙 재미있게 봤었던 터라 많은 기대를 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의 수작안에는 들 수가 없는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게 결국 미국 뮤지컬과 같은 종류의 것입니다. 그래서 디즈니 영화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뮤지컬이란 연기나 줄거리를 따지기 전에 음악이 좋아야 합니다. 슬프게도 이번 겨울왕국 2는 히트곡이 될만한 것이 단 한곡도 없어서 이런 애니를 어떻게 극장상영했는가가 의문시될 정도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이러면 예선탈락이지요. 


그렇다면 줄거리는 흥미로운가? 그렇지 않습니다. 줄거리 그 자체는 굳이 스포일러를 누설하지 않아도 될만큼 어디선가 들었던것 같은 뻔한 줄거리라 별로 흥미롭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엉망은 아닌데 그래서 제가 겨울왕국 2를 안좋게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줄거리가 흥미롭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공이 여자라서 겨울왕국 이야기를 페미니즘 영화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것도 나름의 일리는 있지만 저는 그런 비교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떻습니까. 히어로 이야기는 히어로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와는 달리 주인공을 미국으로 해석하는 관점은 우리에게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사실 미국의 마블 히어로 영화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주인공을 미국으로 생각하면 해석이 줄줄 풀리는 영화를 잘 만듭니다. 겨울왕국 1의 엘사는 강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 사람들은 다름아닌 자기가 사랑하는 여동생을 포함하는 사람들이죠. 엘사는 사람들의 비난을 견딜수 없어서 자신의 힘을 숨기고 억누릅니다. 


겨울왕국 1의 이야기는 그래서 주인공이 처음부터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며 그걸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즉 콘트롤하지 못하는 힘을 어떻게 콘트롤할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그 답은 사랑이라는 것이었죠. 이것은 미국이여 주눅들지 말로 힘을 팍팍 쓰라는 메세지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는 약간 씁슬한 면도 있지만 한국 영화에서도 세계를 구하는 것은 한국입니다. 미국영화에서 미국중심이 되는 걸 너무 뭐라고만 할 수는 없겠죠. 


저는 겨울왕국 1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힘의 피해자를 처음부터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겨울왕국 2의 이야기는 이게 없습니다. 주인공이 의구심만 있을 뿐 처음부터 그 세계에 존재하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며 그 비밀이 밝혀지게 되는 것은 영화의 끝부분입니다. 그러니까 1의 엘사는 처음부터 타인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자기 문제를 생각하는데 2의 엘사는 그냥 나 나 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겨울왕국 1의 안나는 미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거나 미국과 전쟁을 한 베트남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렇게 보면 겨울왕국 1의 엘사는 처음부터 자신의 힘때문에 희생자가 나왔다는 것을 알고 고민하고 반성하는 엘사입니다. 그런데 겨울왕국 2에서 피해자는 인디언들입니다. 백인들이 미대륙에 가서 거의 멸종시키다시피한 인디언들이며 그것도 모자라 잔인하고 야만적이라는 이미지까지 준 인디언들이죠. 이들의 악행을 이미 알 사람은 다 압니다. 


그런데 겨울왕국 2의 엘사나 안나는 영화가 끝날 무렵에나 이걸 알아내고 댐이 폭파되며 서둘러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겨울왕국 1의 안나를 미제국주의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스스로와 동일시 하면서 본다면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겁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디언이 겨울왕국 2에 나오는 부족을 스스로로 여기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거의 분노하게 되지 않을까요? 왜냐면 진심어린 반성은 없이 과거를 간단히 정리하고 만세를 부르는 것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에는 이 부분도 영향을 미쳤을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1의 메세지는 결국 미국이여 주눅들지 말고 자신있게 나아가라라는 것이죠. 그러니 신나게 자신있게 노래도 부르고 스토리도 거침이 없습니다. 2의 메세지는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든 줄거리든 다 머뭇거리는 느낌이고 억지같은 느낌입니다. 이게 재미없는 영화를 만드는 것에 기여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겨울왕국 2를 보고 아내와 이야기하다 떠오른 생각을 몇가지 적어보았습니다. 너무 많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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