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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국가란 무엇인가

통계의 신뢰성과 국가 경쟁력

by 격암(강국진) 2020. 3. 27.

이번 코로나사태를 통해 점점 분명해 지고 있는 것은 국가통계의 투명성과 정확성이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메르스나 코로나 19는 무섭기는 하지만 정성적으로 말하면 독감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치사율이 다르고,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력이 다를 뿐이죠. 


그런데 매번 독감이 퍼질 때마다 세계를 마비시키고, 감염자를 추적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이것이 얼마나 치사율이 높은지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반응해야겠죠. 그래서 치사율이 0.1%라는 독감에 대처하는 방식은 국민모두 조심하게 하고, 심한 환자만 치료하면서 결국은 이 바이러스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메르스의 치사율은 3-40%나 됩니다. 이런 바이러스는 그래서 당연히 감염자를 일일이 추적하고 오염된 곳을 폐쇄하는 식의 반응이 필요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걸리면 죽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치사율이 높은 병은 환자가 증상을 강하고 빠르게 느끼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미친 듯이 번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검역해도 코로나 19처럼 전세계를 멈춰세우지는 않고 사회적 비용도 상대적으로 훨씬 작을 겁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두가지고 이것을 치사율이나 감염속도에 따라서 판별해야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초기의 데이터가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대개 먼저 감염된 나라들의 추이를 보면서 이 질병의 위험도를 파악하기 마련인데 당연히 어떤 질병이 퍼지는 추세는 그 질병자체의 성격말고도 국가정책, 문화, 경제력, 의료설비등 여러가지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데이터를 이리저리 해석하기 마련입니다.  즉 어떤 정책을 써서 나오는 결과를 제대로 통계를 내고 있는지, 그 통계를 솔직히 발표는 하고 있는지를 가지고 해석을 하는 겁니다.  통계가 애초에 잘못되었다면 국가정책은 그것에 근거하여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올바른 통계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걸 외국에 발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숨긴다면 외국들은 그 나라의 통계치를 보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겠죠. 


이번에 세계가 혹독하게 당하는 것에 대해 저는 일본과 중국이 적어도 도의적인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그들이 불투명했고 잘못된 인상을 준겁니다. 중국은 불투명하게 초기대응을 했고, 일본은 올림픽때문인지 바이러스의 위험도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대응을 했죠. 검사도 안하면서 확진자수를 발표했으니까요. 덕분에 서구 사회는 안일하게 대처를 안하다가 지금 하루에 수천명씩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초기의 혼란상이 정리가 되면서 이제 한국의 방식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리잡는게 아닌가하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별 문제없다고 말하는 나라들에는 중국과 한국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투명도가 떨어져서 어떻게 극복했다는 건지, 정말 극복을 하기는 한 건지가 의심되는 면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이제 후베이성봉쇄를 푼다고 하는데 그런 봉쇄가 얼마나 큰 경제손실을 가져오는지, 또 그들의 방식이 얼마나 비인권적인지는 둘째치고 봉쇄가 풀리면 다시 감염이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가 불분명합니다.  그렇다고 그때 또 봉쇄를 한다면 중국방식은 제대로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겠죠. 지금도 세계경제가 멈춰서서 걱정이 많은데 언제까지 봉쇄를 계속하는 것을 정책이라고 믿겠습니까? 그러니까 봉쇄없이, 사재기같은 혼란없이 대처하고 있는 한국의 방식이 유일하게 지지받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통계의 투명성과 표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요즘은 아주 뼈저리게 다들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숫자들이 의미있으려면 각 나라가 비슷한 수준의 검사를 하면서 결과를 비교해야겠지요. 일본처럼 검사자체를 안하면서 우리는 숫자가 작으니 안전하다고하고 검사 많이 해서 확진자를 많이 찾아낸 한국은 위험하다고 하면 이상합니다. 게다가 확진자를 검사하는 방식도 어떤 나라는 무증상자는 애초에 검사를 하지 않고, 죽은 환자는 코로나로 죽었는지를 검사 안한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이러면 치사률이나 발병률 통계가 비교하기 어렵게 되겠죠. 이렇게 해서 착각이 일어나면 지금같은 난리가 나는 겁니다.


3월 27일 현재, 미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어제는 하루에만 확진자가 1만 8천명이나 나왔습니다. 지금은 하루에만 6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세계에서 나오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확진자의 수는 50만을 넘겼는데 지금대로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게 백만이 되는게 일주일도 안 걸릴 것같습니다. 


지금 현재의 환자수는 오히려 사소한 문제입니다. 문제는 추세인데 미국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매일 20% 이상씩 증가하는 것이 전혀 멈추지 않고 있고 전세계에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3주쯤 뒤에는 전세계의 의료시스템이 거의 대부분 붕괴되는 공상과학 소설속의 세계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5만이 50만이 되는 것과 50만이 100만이 되는 것은 다릅니다. 어느 순간 병원이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지고 의료물품의 공급이 떨어지면 우리는 거의 문명이전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지금 그 상황인 것같고 미국의 뉴욕주도 곧 그렇게 될 것같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치사율이 10%를 넘고 있는 거고요. 모르죠. 그 정도가 되면 아마 유럽이나 미국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선진국 사람들 생각보다 질서어기고 폭동 잘일으킵니다. 카테리나 태풍때 가게를 습격하는 미국인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이게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저는 한 2주쯤 지나면 세계가 놀라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2주후면 한국은 조심스레 일상으로 돌아갈 겁니다. 이미 그러기 시작했죠. 한국은 하루 확진자 발생이 백명정도인데 그것도 절반이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고 확진자 관리 시스템이 안정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코로나는 코로나고 장사하고 공부하고 영화관을 가는 일상은 조금씩 조금씩 재개될 것입니다. 상징적인 것이 아마 프로야구경기같은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때는 전세계가 여전히 난리일 때입니다. 일이 그렇게 흐르면 외국 사람들은 수업하고 야구하는 한국을 보면서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고 아주 큰 충격을 받게 되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미래는 모르는 것이지만 이건 예언이라고 할 것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2-3일 후면 하루에 확진자가 10만명이상씩 늘어날테니까요. 그런데 무슨 조치를 취해도 1주일이나 2주일안에 세계가 안정화될 것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돈을 뿌려도 말이죠.  더구나 트럼프나 아베나 시진핑같은 인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말이죠. 그러니까 환자 백만까지는 예언도 아닙니다.


아마도 한국의 국제적 지위와 평가는 이번 기회에 아주 크게 성장하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싸우는 국방력보다 질병과 싸우는 질병본부의 힘이 더 국력에 크게 기여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다만 세계가 불타면 아픈 것은 남들만 아픈게 아니죠. 우리도 안심할 수 만은 없습니다. 더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투명성이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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