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봤다. 나로서는 별 다섯개 만점에 별 네개는 주고 싶은 훌룡한 영화였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사람들의 평을 읽으면서 좀 걱정을 했던 영화였다. 특히 스토리가 약하다는 말을 워낙 많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이 영화는 흥행할 자격이 충분한 영화였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좋았다, 기회가 되면 다시 보고 싶다라는 말 이외에는 길게 하고 싶지 않지만 스토리가 약하다는 평을 몇개나 보고 나니 그에 대해 몇마디 적고 싶어졌다.
우선 액션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이견을 보이지 않고 칭찬하고 있는 것같다. 그리고 나서 스토리가 뻔하다는 평을 붙이는데 나는 그것에 동의할 수 없다. 그건 스토리를 뭐로 보는가의 문제다. 서로 다른 음식이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니는 것이 당연하다. 케잌을 먹으면서 다른 음식에 비해 감칠맛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평으로 붙이는 것은 너무 하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액션 흥행작 존윅에 대해 말하면서 스토리가 부실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존윅은 매트릭스도 아니고 콘스탄틴도 아니다. 정말 줄거리 뻔한 영화다. 그리고 물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그렇다고 하면 그렇다.
하지만 액션영화라고 해서 줄거리가 아무래도 좋다면 흥행할 이유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때려 부시는 영화는 사실 지루하다. 어벤져스는 거의 우주급으로 때려부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때가 있다. 그러니 내가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고 말하면 사실 스토리도 좋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존윅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스토리가 실은 좋은 것이다. 그래서 액션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영화의 스토리가 약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가 없었다. 영화를 부품조각 나누듯 나눠서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따금 필요한 필요악인 것이지 그다지 강조할 것이 못된다. 전체평이 재미있고 좋은 영화였다면 사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다 어느 정도 괜찮았다는 뜻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힘이건 영화 시나리오의 힘이건 촬영기법의 힘이건 이 영화는 일단 캐릭터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게 한다. 캐릭터라고 하면 나는 예전에 봤던 영화 스모크의 하비 케이틀이 생각난다. 스모크는 물론 '스토리'도 좋은 영화지만 스모크의 하비 케이틀에게 반하면 스토리가 후져도 계속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그냥 그가 상점 계산대 뒤에서 특유의 웃음을 짓고 아무 말이나 하는 걸 듣고 있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다. 스모크도 그렇고 존윅도 그렇지만 이 영화도 그렇다. 영화가 끝나도 그 사람들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게 한다. 이것은 배우의 힘이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촬영기술의 힘이고 시나리오의 힘이며 미술감독의 힘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캐릭터를 살리면 그게 액션도 살게 한다. 내가 깊은 인상을 받은 인물들이 치고 받는 것과 내가 무관심한 인물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레옹에서도 존윅에서도 그리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작은 소녀나 죽은 아내가 물려준 개같은 작고 약한 존재가 나온다. 또 주인공이 이루지 못한 꿈도 나온다. 이렇게 전형적이니 스토리는 뻔하다고 할테지만 문제는 그 뻔한 것을 어떻게 느낌을 줄 수 있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그게 또 배우의 힘이지만 스토리의 힘이기도 한 것이다.
게다가 있는 캐릭터를 살리는 것도 스토리지만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가 마는가 하는 점을 결정하는 것도 스토리다. 이 영화에는 박정민이 나와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존윅보다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든다. 극찬을 받는 존윅이야 말로 보면 밋밋하게 때려부시는 면이 있다.
쓰다보니 스포일러를 뿌리지 않고 더 쓰는데 한계가 분명하고 또 분명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멈출까 한다. 결론은 하나다. 좋고 재미있다. 좀 잔인하고 취향이 다를 수는 있지만 화려한 액션, 멋진 촬영기술이 나오고 여러 나라를 가서 찍은 공들인 영화다. 이런 영화는 충분한 보상을 받았으면 한다.
'독서와 글쓰기 > 영화 드라마 다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승리호를 보고 (0) | 2021.02.07 |
---|---|
카우스피래시(cowspiracy)를 보고 (0) | 2021.01.27 |
영화 사라진 시간을 보고 (0) | 2020.06.20 |
중경삼림을 다시 보고 (0) | 2020.03.03 |
미국립공원의 모험 (National Park Adventure)를 보고 (0) | 2020.03.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