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나는 왜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이렇게 싫어하는가

by 격암(강국진) 2021. 1. 28.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으면서 재난지원금 문제가 자꾸 터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이렇게 싫어할까? 힘든 사람에게 돈을 모아 주겠다는 것이 싫고 나도 그 돈 좀 받아보겠다는 생각이 그다지도 크다는 말인가? 

 

내가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별하냐 안하냐 하는 그 부분이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크게 바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사람들로 하여금 재난지원금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게 만들어서 이것은 단순히 돈 몇푼의 의미를 넘어서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선별적 재난지원금은 그 전제가 공무원들이 얼마나 누구에게 돈을 줄지를 선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돈은 마치 정부가 힘든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나 혜택처럼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리고 그 힘든 사람들은 그 돈을 가지고 자신의 힘든 상황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 돈이 절실한 사람도 있을 것이나 정부가 주는 돈으로 얼마나 버틸 것인가. 힘든 상황의 개선이란 사실은 사회 전체가 좋아져야 해결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손님이 없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에게 들어오는 돈이란 결국 건물주에게 월세로 갈 뿐이다. 이렇게 보면 자영업자에게 몰아주는 재난지원금이란 결국 건물주에게 바로 쏴주는 돈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돈이 자영업자의 통장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백만원이 재료값이 되고 거기에 노동력을 더해서 그것이 이백 사백의 매출로 변해야 자영업자는 그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매출이 없으면 일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재난지원금이란 본래 이런 게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괄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은 그런게 아니다. 이것은 사회전체에 돈을 지급하고는 이 돈으로 여러분이 뭔가를 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경기를 활성화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심지어 이 재난지원금은 몇달안으로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조항을 달 수도 있다. 그렇게 할 때 이 재난 지원금은 매출로 변할 것이다. 사람들은 식당에 가고 물건을 사고 학원을 등록할 것이다. 그래서 백만원의 재난지원금은 노동력이 더해져서 몇배의 돈으로 변하고 특히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선별해야만 하겠다는 사람들은 뭘까? 나로서는 이들이 다음의 몇 종류중의 하나에 속한다고 밖에는 상상되지 않는다. 첫째는 건물주들이다. 선별하지 않고 주면 부자들에게 돈이 간다고 하는 반대논리와는 반대로 부자들은 선별하는 재난지원금을 더 좋아할 것이다. 왜냐면 방금 말했듯이 그 돈은 가난한 자영업자의 통장을 스쳐 건물주에게 바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돈이 부자 한명이 비선별적 재난지원금 몇푼받는 것보다 당연히 훨씬 많다. 

 

둘째는 선별이라는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사람들이다. 여야의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선별적 지급이 결정되면 엄청난 로비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왜 안그러겠는가. 누가 얼마를 받게 될 것인지를 이제 어둠속의 테이블속에서 자기들이 결정하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돈이 내려가면 그 돈이 마치 세금으로 주는 게 아니라 그 공무원이나 그 정치인이 사비로 주는 것처럼 고맙다는 인사도 받게될 것이다. 이들로서는 선별지급의 유혹을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세째는 국민은 본래 고생하고 배가 고파야 한다고 생각하는 엘리트 주의자들내지 봉건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애초에 재난지원금 따위를 주는 걸 반대한다. 그냥 반대한다고 할 수 없으니 선별적으로 지급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국민은 탐욕스럽고 어리석어서 그들에게 뭔가 행동의 기회를 주면 그것이 나쁜 쪽으로만 간다고 생각한다. 그걸로 투기나 할 것이다, 사치나 할 것이다, 돈맛을 보고 나면 더 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나라가 망한다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결국 그들이 선별지급을 찬성하는 이유는 똑똑한 엘리트에 비해 어리석은 시민들은 돈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다.

 

이와 똑같은 주장이 학생들 급식문제에서도 있었다. 학생들 급식을 무료로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오세훈은 진정으로 그렇게 믿어서 그 대단한 서울시장직을 걸고 투표까지 진행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오세훈이 무료급식이 시행되면 나라가 망할 것이 100% 틀림없다고 믿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정치적 생명을 건 망동을 하고도 요즘 오세훈은 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기웃거린다. 참 염치도 없다. 

 

지금 한국의 무상급식은 전세계의 자랑이다. 세계가 그걸 따라 배우려고 한다. 무상급식이 생기고 나니 식자재를 국산 농산물로 쓴다던가 하는 효과도 생기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주는 밥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자세는 너무 당연한게 아니냐면서 그렇게 하고 있는 한국이야 말로 진짜 선진국이라고 말한다.

 

나라가 망해? 부자들에게 왜 공짜밥을 주냐고? 돈없어서 밥을 못먹는 아이들에게 선별적으로 급식쿠폰 지급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부끄럽지 않은가? 부자들에게 왜 공짜밥을 주냐는 주장은 현실과는 반대다. 그 주장은 왜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구분이 없냐는 것이다. 부자는 좋은거 먹고 가난한 사람들은 굶거나 적어도 구걸하듯 표를 받아가는 성의는 보여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취급받는 무상급식이 공동체 의식을 늘려서 학교폭력을 줄이는 효과까지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고 한다.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 무상급식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바로 이게 싫었던 것이다. 왜 평등하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저런 핑게를 대고 선별지급을 옹호 한다. 하지만 그 숫자들은 그저 증명할 수 없는 변명이다. 진심은 결국 그들은 시민의 힘을 믿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시장을 믿지 않는다. 자영업자를 구해주자고 한다. 그런데 인기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는 사람들은 거듭 느꼈을 것이다. 모든 자영업자가 다 구원받을 자격이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망해 마땅한 가게와 사라지면 절대 안되는 지역의 노포가 같은 돈을 받는게 선별지급이다.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업종에 따라 상황은 다 다르다. 뭘 어떻게 선별한다는 것인가. 식당은 되고 커피숍은 안된다던 얼마전의 상황도 모순적이었지 않은가? 자영업자만 구원받아야 하나? 일용직 근무자들은 어떤가. 사실 여기에 늘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상황은 가지 각색이 아닌가. 상황이 이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선별은 현명한 일이고 시민들이 알아서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만 한다. 

 

내가 선별지급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묵직한 감정은 무상급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를 치던 사람들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일괄지급도 당연히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얼마나 어떻게 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거리는 잔뜩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괄지급을 하려고 하지만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는게 아니라 일괄지급하면 나라가 망하니 당연히 선별지급이라면서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일괄지급이 아니라 선별지급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 물론 이것은 과장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과장일뿐 절반정도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