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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에 대한 단상

by 격암(강국진) 2021. 1. 25.

한국 사람에게 묻는다고 하자. 

 

만약 북한이 한국보다 훨씬 더 잘 산다고 하자. 우리는 나라가 너무 엉망이라 다른 나라에 흡수되어야 할 판인데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다면 공산주의 북한과의 통일과 미국과의 합병중 어디를 더 원할까?

 

이것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처음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토론을 해나감에 따라 의견이 바뀌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위의 질문에 대해 미국을 택해야 한다고 말하는 한국 사람이 아주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안에 누적되어진 북한 공산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비판의 양을 생각하면 미국을 선택하는 사람이 과반 이상이 아니라면 오히려 그게 놀라운 일일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 사람들은 북한이 붕괴하고 북한이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미래를 결정한다면 당연히 한반도가 통일될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는 러시아나 중국, 일본, 미국등 주변 나라들이 맘대로 억지를 부릴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북한이 자유투표로 미래를 결정해도 그들은 한국보다는 중국과 하나 되기를 선택할지 모른다.  그리고 북한이 중국에 흡수통일되고 중국의 힘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미래지만 어쩌면 한국은 제 2의 대만이 될지도 모른다. 중국이 남한은 본래 중국의 일부라고 더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어차피 북한을 흡수한 중국은 한국 문화의 대부분을 중국것이라고 할 것이다. 중국은 한글과 한국어를 금지하면서도 세종대왕과 이순신이 중국사람이라고 선전할 수 있다. 이런 미래가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이 징기스칸을 당연히 중국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과연 외몽고 사람들에게 그것이 어떻게 들릴까? 몽고문자를 금지당한 내몽고사람들에게 이런 미래는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본래 강대국은 주변 나라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마련이다. 사람의 관점이란 결국 자기 중심적이고 그런 자기 중심적 관점을 관철할 힘을 가진 강대국은 주변 나라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이 힘이 되는 오늘날 강대국이란 대개 모든 면에서 강대국인 경우가 많다. 즉 군사력, 경제력 뿐만 아니라 문화와 정치를 포함하는 소프트 파워에 있어서도 강한 것이다. 수준높은 민주국가라고 해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이지만 그래도 자기 검렬이란게 있기는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민폐를 자제하는 면이 있다. 게다가 약소국의 관점도 자기 중심적이기는 마찬가지이며 문화적 수준이 떨어지는 야만적 약소국도 주변에 민폐를 끼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공평한 일이라고 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강대국과 약소국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균형이다. 한가지 예는 남한과 북한이다. 남한과 북한은 통일이 없이도 그저 과거에는 하나의 나라였던 두 개의 형제나라로 지내는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더 강한 한국이 통일에 그리 열정적이지 않고 북한은 자기방어는 몰라도 한국을 차지할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런 계산에서 예외적이다. 중국은 경제 총량과 군사력으로는 1류인데 문화적으로는 3류다. 만약 중국이 자기가 홀로 세계와 싸워 이길 수 있고, 특히 미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확신한다면 중국은 그 자체가 일종의 전염병처럼 전세계를 덮칠 것이다. 자기를 자제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특히 중국을 이웃한 북한과 남한에게 큰 문제다. 

 

중국사람들은 끊임없이 세뇌되고 통제되지 않으면 중국 사람으로 남아있기 힘들다. 국민의 권리도 없고, 부패가 만연하고, 기본 인권도 없는 나라를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까 중국정부는 중국인들의 정신을 병들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그런 중국을 북한을 중간에 두고 떨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문화적으로 후진적인 이웃국가가 만드는 나라의 문제를 잘 모른다. 만약 한국과 중국이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서 출퇴근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두 나라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한국은 중국인들을 한국화하고 중국은 한국을 중국화했을 것이다. 한국에게 접한 중국땅은 한국화했을 것이고 중국에게 접한 한국땅은 사실상 중국이나 다름없이 느껴지게 중국인들이나 중국조선족으로 가득 채워졌을지 모른다. 이건 정말 정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미국도 남미와 접한 남부지역은 남미화 된 곳이 많다. 

 

이걸 생각하면 한국은 북한에게 더 잘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남한은 북한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인데 중국은 북한과 훨씬 더 많이 소통하는 지금의 구도가 실은 아주 위험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로 처음에 말했지만 그런 북한이 힘을 잃고 무너지면 당연히 저 북한땅이 한국땅이 될거라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 우리가 뭘 해줬다고 그 땅이 반드시 한국땅이 된다는 것인가. 현실적으로 북한 땅은 우리땅이라기 보다 북한 사람들의 땅이다. 우리는 북한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막아주는 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본의 아닌 것이지만 이것은 한국에게 도움되는 일이기도 하다. 섬은 자기를 지키기 쉽다. 남한은 북한때문에 진짜 섬인 일본보다도 더 고립되어 살아왔다. 하지만 그 장벽이 무너진다면 이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것이다. 

 

미국과 붙어있는 멕시코는 지옥같은 나라다. 그런데 그 나라가 마약천국이 된 것에는 인접한 미국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마약의 최대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보다는 더 좋은 이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도 멕시코에게 좋은 영향만 미친 것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와 이웃이 된다는 것은 한국에게 기회이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이웃관계는 기술의 발전과 한국의 성장에 따라 이미 막을 수 없는 것이 되버렸다.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바다가 있고 북한이 있지만 그래도 엄청난 수의 중국인들이 한국에 온다. 러시아인들도 들어온다.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한국이 전보다 살기 좋아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북한은 크게 성장한 중국과 한국 사이에 존재하는 연약한 장벽이다. 상식적으로는 말하자면 양쪽에서 자기쪽으로 당기는 것이 당연한 경계국가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에 비하면 북한과 훨씬 소통하지 않는다. 우리가 북한과 소통하고 북한에게 인도적 도움을 주는 것을 단순히 100% 우리가 손해보는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북한의 중국화가 상상이상으로 진행되면 그때는 그걸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런데도 북한이 계속 중국에게 신세를 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남한에 약과 음식과 옷이 썩어나게 있어도 북한동포들이 중국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게 하면서 당연히 우리는 형제고 하나의 나라라고 말하나. 

 

우리나라가 가난했을 때 그리고 냉전이 한창일 때 한국이 북한 덕분에 섬처럼 사는 면도 있었지만 동시에 세계인들에게 한국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을 때 한국은 자기를 지키는 비용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거지가 돈을 넣어둘 금고를 살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이 부자가 된 지금은 세계를 봐야 하고 이웃국가를 더 잘 봐야 한다. 우리 일만 신경쓰는게 아니라 세계의 일들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고 이웃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잘 관리해야 한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쓰는 돈과 에너지를 아까워 하면 어느 날 크게 도둑을 맞을 것이다.

 

이웃나라중에 신경쓸 필요가 없는 나라는 없겠지만 북한과 중국은 정말 중요한 이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냉전시대를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무관심하거나 그들과의 관계에 들어가는 비용을 낭비나 퍼주기라고만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는 보수 언론들도 많은게 특히 문제다. 어쩌려고 그러나. 꼭 이익만 따질 사이도 아니지만 이익을 따진다고 해도 북한은 우리가 홀대 할 수 없는 나라다. 잘 달래야 하고, 그들의 고충도 이해해 줘야하는 나라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그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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