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를 보고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에 한동안 가지 않았다가 오랜만에 새로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와 의미가 있는 영화다. 요즘 가장 힘든 분야가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250억이나 들여서 만든 보기 드믄 올해외로케 영화로 재미도 있고 응원도 해주고 싶은 영화였다. 재미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계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라고 권하고 싶으므로 스포일러를 되도록 자제하고 간단히 이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영화의 무대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이며 시간은 한국이 아직 UN에도 가입하지 못했던 1991년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서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2021년에는 G7에 초대받는 한국이 30년전에는 UN 가입도 되지 못해서 아프리카의 빈국 소말리아의 대통령과 면담을 좀 해보려고 매달려야 하는 처지였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1980년대에는 외국 나가서 북한 사람은 커녕 단지 국적만 북한일 뿐인 재일교포를 만나기만 해도 국가 보안법에 걸릴 소지가 있다고 공포에 떨고는 했다. 한국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이때로부터 겨우 9년후의 일이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는 그런 일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야만의 시대가 겨우 30년전이었다. 

 

이 영화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많은 다른 영화들 처럼 한국의 역사를 외부적이면서 내부적인 눈으로 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로서는 드물게 100% 해외로케로 찍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로소 본격적으로 한국 바깥에서의 한국은 어떤 곳인가를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이므로 이 영화는 액션영화로서도 장점이 있다. 아니 액션영화적 특성이 사실 최고 인 것같다. 이 두가지 사실을 합치면 왜 이 영화가 그렇게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수긍하게 된다. 

 

1991년에 소말리아에서 발발한 내전은 장기독재를 하던 바레를 쫒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바레는 축출되었지만 이때부터 시작된 내전은 드문 드문 안정기를 몇년 가졌던 것을 제외하면 지금 이순간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남의 나라의 일이라고 내전이라고 하면 그런가 싶다하고 들었다가 이것이 독재자를 축출하기 위한 내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자 반군을 단순히 민주주의 투사로 보게 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우리 나라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보게 되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어린애를 보는 장면에서는 무혈혁명이라고 불리는 촛불혁명이 다시한번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절감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오락영화로서도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조인성의 연기가 이 영화에서 최고였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황정민 버전같은 좀 더 뻔하지만 감정선이 분명한 영화로 만들었다면 더 몰입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그러나 이런 것은 뻔한 멜로에 몰입되지 않고 감정을 자제했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 것같으며 이렇건 저렇건 영화를 즐기기에 부족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관에 가서 봐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