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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채널과 문화주도권.

by 격암(강국진) 2023. 1. 12.

23.1.12

 

한류는 지난 몇년간 한국을 뒤덮은 아니 세계를 놀라게 한 하나의 큰 주제였다. 그런데 사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가 하나둘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가지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독점의 극복이었다. 다시 말해서 한국 문화컨텐츠는 본래부터 이렇게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독점 구조를 극복하면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그게 언제인가? 좀 아이러니 하지만 그건 종편방송의 등장이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그때부터 한국 컨텐츠를 공중파 3사가 독점하는 구조가 무너진다. 물론 모든 종편방송이 훌룡했던 것은 아니었고 종편방송만 훌룡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Jtbc, TvN, OCN, Mnet 같은 채널들의 인기는 그들이 출현하기 몇년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때는 공중파 방송과 OCN같은 채널의 드라마가 서로 경쟁이 된다는 상상을 하기조차 힘들었다. 따라서 모든 컨텐츠 창작자들의 맨위에 공중파 방송국이 있었다. 그들이 방송을 안해주면 어디 가서 뭘 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다. 다큐같은 걸 만들던 사람이 당시에는 제작비의 일부를 상납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상이 그랬다. 거기에 익숙한 PD가 BTS에게 갑질하다가 지금도 MBC하고 BTS의 소속사 하이브하고 관계가 좋지 않다. 

 

이 독점이 무너지면서 달라진 것은 단순히 방송 채널의 숫자가 아니다. 문화가 달랐다. 개인주의와 더 섬세하고 창의적인 스토리를 원하던 대중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간의 독점체제에 의해서 이런 건 제대로된 방송이 아니라면서 억압당했던 것들이 새로운 채널에서 크게 꽃을 피운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드라마나 미생같은 드라마가 그 예다. 그리고 지금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들의 선조는 바로 그들이지 KBS같은 곳에서 지금도 열심히 만들고 있는 막장드라마가 아니다.

 

일본드라마는 이런 독점구조를 깨지 못했고 그대로 고사해 버렸다. 그래서 한때는 한국보다도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일본 연기자들이 한국에 와서 연기하는 것을 바랄 정도로 일본 영화와 드라마 판은 망해 버렸다. 사실 한국에서도 공중파 방송의 막장드라마들은 여전히 노년층들을 중심으로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다. 그게 문제였는데 그걸 한국은 어느 정도 극복했고 일본은 그걸 극복못하면서 서서히 고사해버린 것이다. 하던걸 계속하면서 말이다. 

 

나는 같은 현상이 오늘날에는 지식인 사회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다. 한국 지식인 사회를 대표하는 직종은 언론과 대학이었다. 그들이 지식인이 말할 채널이 되어주고 일종의 자격증을 발급했다. 그런데 그것 역시 독점의 억압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진짜 현실과 그런 독점구조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크게 괴리를 보이게 된다. 얼마전에는 그걸 아주 잘 보여주는 사건 하나가 있었다. 바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방송계에서 퇴출되고 유튜브 방송으로 변한 것이다. 

 

이것이 왜 억압구조를 보여주고 모순을 보여주냐면 뉴스공장은 사실 라디오 청취율에서 지난 몇년간 압도적 1위였으며 서울 교통 방송 TBS를 먹여살리다 시피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이 인기가 워낙 대단해서 뉴스공장 사이에 하던 TBS의 뉴스가 라디오 청취율 2등을 할 정도였다. TBS는 거의 대부분 뉴스공장 때문에 유튜브 구독자를 백만명 이상가질 수 있었다. 이같은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뉴스공장이 유튜브가 된 후 빠르게 구독자가 백만에 근접하고 있고 TBS는 청취하는 사람이 급감하는 것에도 알 수 있다. 

 

억압구조가 없다면 어느 방송국이 이런 자살행위를 하는가? 뉴스공장이 편파적이라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게 아니다. 뉴스공장의 편파도가 얼마가 되건 종편방송을 포함해서 편파적인 방송들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뉴스공장만이 여전히 1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 물론 여러분중의 일부는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특정인이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뒤로 물러나서 크게 보면 결국 이것은 한국 지식인과 언론계의 독점구조와 관련이 있다. 

 

얼마전에는 이 나라의 대통령인 윤석렬이 국어공부따위는 왜 하냐는 기가막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나는 정말 궁금하다. 조국문제때 시위하던 서울대 학생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만약 문재인이 이런 말을 했으면 대학을 중심으로 탄핵 운동이 벌어지거나 적어도 사과하라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나라의 언론과 지식인 사회는 침묵하는가? 왜 민주 정부에 대해서는 샥스핀을 먹었네 안먹었네를 따질 정도로 난리를 피다가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어이 없는 일들에 침묵하나? 그건 그들의 독점 구조때문이다. 그들이 누구에게 월급을 받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거기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튜브의 시대는 이런 정보, 지식 독점을 끝장내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종편이 그러했듯이 늘어난 정보채널은 반드시 양질의 정보만을 퍼뜨리지 않는다. 엉터리 음모론자가 세상에 판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공식적 채널로는 제대로된 정보가 흐르지 않은 이 나라에서 이런 독과점 구조의 파괴는 꼭 필요한 것이다. 

 

누가 바른 역사를 가르치는가? 누가 과학적 비전과 산업적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누가 새로운 경제관념을 가르칠 것인가? 이 답은 슬프게도 대개는 언론이나 대학이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그들은 독점구조를 통해서 뒤틀어져 있다. 그들은 경쟁끝에 얻어낸 그 자리를 지키는 것만 원하고 따라서 민중과 국가를 위해 일하기 보다는 조직에 충성한다. 그러므로 이런 일을 누군가가 하게 된다면 그건 역시 유튜브일 것이다. 진짜 옳은 소리는 대학이나 언론에 퍼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 내부의 정보처리가 엉터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 얼마전에 또 있었다. 테슬라 모델 y가 세종시에서 화재가 난 사건이다. 이걸 두고 한국언론은 테슬라 또 화재 났다고 야단이었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이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들어나고 있다. 그 사건은 내연차건 전기차건 완전 파손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고속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따라서 그 사건이 가르쳐 주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그 차의 운전자 (음주운전이었다고 한다.)가 살았다는 것이지 불이 났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테슬라 불났다고 기사 내기 바빴다.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아이폰이 한국에만 늦게 들어오고 계속 폴더폰 옹호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계속 되었다면 삼성 핸드폰의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아이폰을 들여오고 몇년 지나서 삼성도 스마트폰을 만들게 되자 한국이 팔아먹는 대표 상품이 되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미국 편갈라서 월드컵 축구응원하듯이 하면 한국에 도움이 될까? 현대차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같은 짓을 당하는 빌미가 되면 그게 좋은 일일까? 

 

나는 대한민국의 가장 위대한 점이 대중의 수준이라고 믿는다. 언론은 사악하다 못해 멍청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억대 연봉 운운하는 소리가 나오는 자리에서 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고 대선의 결과에 영향을 준다. 아직도 종이신문만 보면서 그걸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이나라에 상당히 있다. 그럼에도 한국 대중은 정답을 찾아왔다. 변하기를 거부하는 한국 사회를 계속 해서 변화하게 한 것은 결국 대중의 힘이다. 이 대중의 힘이 없었다면 그 잘난 고위 공직자나 대학의 교수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시국 성명도 없는 요즘의 대학가를 보라. 나라가 부끄러움으로 가득 한데 말이다.

 

결국 새로운 광장에서 새로운 채널을 통해 소통하는 한국인들이 없으면 한국의 발전은 여기까지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여전히 뒤에서 뛰고 있다. 가장 혁신적으로 가장 현명한 길을 찾아 뛰고 있다. 그 결과 나는 한국이 점점 제자백가의 시대처럼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기성 체제의 권위가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자기의 실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고 사람들이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고 있다. BTS에게 갑질하는 PD처럼 아직도 과거의 신분을 생각하며 저항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대는 흐르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은 더욱 더 빨라질 것이고 OTT같은 곳의 힘도 강해질 것이다. 독립방송국 같은 곳들이나 독립대학같은 곳이 자라날 환경이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이 낡은 문화를 누르고 새 시대를 열어가기를 나는 소망한다. 왜냐면 기성 시스템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벤쳐 사장들 모여있는 곳에 와서 학력고사 성적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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