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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현실 부정과 코로나

by 격암(강국진) 2022. 11. 29.

22.11.29

중국 사람들이 코로나 봉쇄 정책에 지쳤다. 그러는 가운데 월드컵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드물게 공산당과 시진핑 물러나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런 보도는 두 가지를 느끼게 한다. 하나는 시진핑의 권력이 정점에 달하자 오히려 위기가 본격화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국인들의 과대망상이 정점에 달하자 이제 현실이 그들을 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얼마전부터 시진핑 독재가 시작되었다. 본래 여러개의 파벌들이 돌아가면서 집단지도를 하던 시스템이 이번에 완벽히 붕괴되고 정치를 시진핑 파벌이 독점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사실 독재는 완벽한 책임을 부르기 마련이다. 합의에 의해서 돌아가면 지금의 경쟁게임을 계속하다보면 나에게도 좋은 때가 오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독재로 완벽히 정치에서 제외되어 버리면 사람들은 반정부를 할 수 밖에 없다. 독재는 정치의 종말이니 독재를 한 사람이 먼저 정치게임을 망가뜨린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 독재가 시작되자 중국은 급격히 더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시진핑은 뭔가 댓가를 지불해서 다시 중국의 여러 파벌들의 협조를 얻어내려고 할지도 모르지만 한번 사라진 신뢰는 그렇게 쉽게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대중이 가진 비현실적 현실인식이다. 중국인들은 중국의 대단함만을 너무 강조하는 언론에 익숙하다. 중국의 문화적 영토적 야심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공산당 특히 시진핑의 업적을 칭찬하는 일만 반복하다보니 점점 더 중국이 최고라는 말만 하는 언론만 남게 되었고 거대한 중국안에서 그런 말만 듣고 사는 중국인들은 세뇌가 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뭐든지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한다던가 중국은 좋은 나라라고 자부심을 너무 가지는 일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덕분에 세계에서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감은 엄청나게 증가했고 이보다 더 나빴던 적이 없었던 것같다. 

 

우리나라만 해도 문화공정, 역사공정으로 어이가 없어하는 일이 많이 있었으며 21세기 중국인들의 세상 인식이 우리의 그것과 너무 다르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일이 BTS가 한국전쟁때 중국이 한 역할에 대해 감사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인들이 분노를 표했다던가 월드컵 현장에 김치가 공수되어 갔다는 말에 중국인들이 항의했다는 소식같은 것이다. 중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한국 전쟁때 함께 싸워준 미군에게만 감사하고 왜 중공군에게는 감사하지 않냐고 말하고, 김치는 중국의 것인데 왜 한국이 월드컵에서 김치 가지고 홍보를 하냐고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인들의 현실인식은 중국바깥의 현실인식과는 점점 멀어져 왔다. 안에서 자기를 보는 눈과 바깥에서 자기를 보는 눈이 어느 정도 다른 것이야 흔한 일이고 한국도 일본도 미국도 그런 면이 있지만 중국의 그 차이는 워낙 크다. 언론통제가 심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SNS도 유튜브도 할 수 없는 나라가 중국이 아닌 가. 중국은 스스로를 이렇게 봉쇄해 왔다. 중국의 한한령도 따지고 보면 유튜브를 막듯이 바깥의 관점이 중국 안으로 스며들 수 없도록 막은 일이다. 사드 따위는 핑게에 불과하다. 그걸 설치한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는 잘만 상영한다. 할리우드 오락 영화에 비해 사회적 시선이 더 강하고 민주화가 된지 얼마 안되는 한국의 문화물이 중국에게는 오히려 더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때문에 홍콩시위때 소위 민주주의 3부작(택시운전사,변호인,1987)이라는 한국 영화들이 상영되기도 했다지 않은가.

 

코로나 사태는 중국과 세계의 현실 인식의 간격을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키워 놓았다. 애초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유행을 거꾸로 중국인의 자부심을 키우는 일로 만든 것이 중국 정부다. 세계의 눈으로 보면 어이가 없게도 그들은 중국이 코로나에 가장 과학적으로 대응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키워온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만든 백신만을 쓰면서 말이다. 이것은 언론 조작, 통계 조작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라면 허용되지 않을 인권탄압적인 봉쇄정책을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오히려 세계인들을 비웃어 왔다. 코로나 전쟁속에서 중국은 더욱 더 확실하게 중국 바깥의 세계와 분리되었다. 

 

그리고 이제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와 중국은 다시 만나고 있다. 현실을 보면 중국은 결코 의료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후진적 국가에 불과한데 마치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 처럼 스스로를 생각하면서 중국이 행해온 인권탄압적 행위를 모두 감내해 온 중국인들은 충격을 받게 되었다. 어쩌면 중국은 그런 망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월드컵 중계도 막았어야 하는지 모른다. 

 

현실부정이 너무 심해지면 그걸 되돌리기가 더욱 힘들다. 왜냐면 자신의 망상을 인정할 때 지난 시기의 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오해를 해서 누군가에게 심한 말과 행동을 했다고 하자. 사람들은 그게 자신의 오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도 쉽게 사과하지 않는다. 오해였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잘못된 투자를 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손절은 쉽지 않다. 그래서 문제는 종종 점점 더 커진다.

 

중국이 세계 최고이며 중국이 세계를 정복할 거라는 중국몽은 미친 듯이 성장했다. 마치 무슨 피라미드 투자 사기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제 세계는 중국인들을 미워하고 있고, 중국없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길을 찾기 시작한지는 오래다. 물론 어느 정도는 어느 나라나 그렇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폐쇄성은 비교될 차원이 아니다. 미국은 봉준호와 BTS가 그들의 안방 문화잔치의 주역이 되도록 허용할 수 있지만 중국은 한한령을 하면서 한국 문화물 복제에 열중한다. 

 

독일이나 일본이 일으킨 세계 대전에서 보여주듯 과도한 애국주의와 비현실적 자기 인식은 아프게 종결이 난다. 그게 이번일 수 있다. 물론 시진핑이 게엄령을 발동하고 심지어 월드컵도 부정할 수 있으며 더욱 더 중국을 고립시킬 수도 있다. 대만을 침공해서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뭘 하든 중국몽이 끝장나는 것이 그리 멀지는 않은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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