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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의 위기, 한국의 위기

by 격암(강국진) 2022. 10. 9.

22.10.9

검사출신 대통령이 나타나자 이제 사법 구데타의 소문이 돈다. 그 소문은 사법부가 이 나라를 지배하려고 든다는 것이다. 사실 군사독재가 물러가고 나자 조금씩 조금씩 몇몇 집단들이 견제없는 권력이 되어가고 있다. 그 중하나는 재벌이고 또 하나는 사법부다. 독재때는 독재자가 군사력으로 이들을 억눌렀지만 민주화운동으로 정치적 독재가 사라지자 이들은 점차 자신들을 견제할 세력이 세상에는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알듯이 주권의 근원은 국민이다. 그러니까 모든 권력은 기본적으로 선출된 사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걸 위해서 우리는 대통령을 뽑고, 국회의원을 뽑는다. 그들이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해서 사회적인 제약을 가한다. 대통령은 장관을 임명해서 공무원 사회를 움직이며 군대를 지배한다. 군대가 독립을 주장하면 군사독재가 왔다. 그래서 군대는 선출된 대통령에게 충성해야 한다. 군대가 독립을 주장하면 그건 반역으로 최고형을 선고받아야 한다. 

 

그런데 사법부는 좀 다르다. 검사와 판사는 공무원이며 선출된 사람들이 아닌데도 내놓고 독립을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누굴 수사할 것이고 누굴 기소할 것이며 누구에게 어떤 형벌을 내릴까를 검사와 판사가 결정해야 하며 그것이 정의다. 물론 그들은 입법부가 만든 법에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 같은 법을 가지고도 그 적용이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은 대선 이후 압수수색만 166번 당했는데 윤석렬 대통령의 장모는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없다. 사실여부가 의심스러운데다가 고작 자원봉사 표창장을 위조했나 안했나를 가지고 다퉜던 조국일가는 무수한 압수수색을 포함한 수사과 구속으로 가루가 되어 버렸는데 김건희의 기괴한 논문은 사법의 대상이 아니다. 그 일로 물론 압수수색따위를 받은 적도 없다. 자원봉사 표창장위조혐의는 중죄인데 박사학위를 이상하게 받아서 즉 학위를 위조해서 교수를 하는 혐의는 별일이 아니다. 아마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이라는 자료를 모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길고 긴 목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록에서 우리는 한국은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통하는 사회라는 것을 절감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권력을 누가 판검사에게 주었는가? 판검사는 공부를 잘하니까? 공부를 잘하면 권력을 가져도 좋다면 뭐하러 1인1표로 선거를 하나 그냥 공부순으로 권력을 가지지. 사실 사법부의 가장 큰 문제는 판검사가 그 법공부만 잘한다는 것이다. 사법고시만 통과하면 판검사가 되고 로스쿨 다니면 판검사가 되는 시스템 어디에 그들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항목이 들어갈 때가 있으며 어디에 세상의 상식을 배우고 그걸 지속적으로 따라가라는 요구가 있는가. 법이란 본래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지 판검사가 자신의 개인적 사상이나 도덕으로 따져서는 안되는 거라면 사법부를 없애고 그냥 AI 판검사를 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개인적 판단없는 법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바보가 아니면 누구나 안다. 현실적으로는 판검사들이 사회적 권력과 유혹에 조종당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예를 들어 지금의 한국에서 재벌회장 구속하는 것과 일개 소시민 구속하는 것이 정말 똑같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바보다. 

 

여러가지 이유로 정말로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하려면 최소 판사와 검사들이 진짜로 자유롭기라도 하면 모른다. 그러면 내부적인 견제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가들만큼 깃수따지고 직위따지는 직종이 없다고 할정도로 위아래 권위를 따지는 것이 판검사집단이다. 이런 집단의 수뇌부가 썩으면 사법부는 완전히 미친 집단이 되고 만다. 그 수뇌부는 심판받지도 않고, 선출되지도 않으면서 무한대의 권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지금의 사법부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노무현때의 수도이전을 막은 관습헌법 재판이며 양승태 전대법원장 사건따위를 보고 사법부가 부패하고 정치화해왔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가?

 

지금 한국은 법무부 장관이 사법부를 독재적으로 지배하는 시대보다도 더 위험하다. 왜냐면 그런 사법부가 잘못을 저지르면 법무부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책임질 사람이 있지만 판사와 검사가 독립만을 주장하면서 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자기들만 살아남으려고 하면 그야말로 내전이 벌어질 판이기 때문이다. 이러면 선출된 권력위에 즉 국민위에 사법부가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사법부가 본격적으로 썩으면 나라의 기둥이 망가진다. 법치가 사라지면 무슨 근거로 다른 사람들을 제어한다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자신은 조직에 충성한다고 말하는 전직 검사 윤석렬이 대통령이 된 지금은 너무나 무섭다. 사법에 종사하는 사람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고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그게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인가? 마치 자기 조직 즉 검찰조직이 모든 사회적 정의 위에 있다는 발상이 아닌가. 언뜻 들으면 대통령에게 충성한다는 말이 더 문제인 것같지만 사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므로 이는 돌아서 말하면 국민에게 충성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검찰조직이 뭔데 절대적 충성의 대상인가. 

 

이런 문제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임기내내 사법부 개혁에 힘썼고 그 힘을 공수처 법에 쏟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문재인 정권은 결국 사법부가 더욱 정치화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어쩌면 너무 욕심을 내서 사법부를 개혁하고자 하니까 반대로 사법부는 자기 이익을 지키겠다며 더욱 흑화해 버리고 만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법부의 정치화가 워낙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무능이나 영부인의 기괴한 과거따위는 이에 비하면 오히려 작은 일이다. 이대로 가면 사법부는 국민의 적이되고 다음번 촛불집회의 대상은 사법부가 되고 말 것이다. 나라의 근간인 법과 국민이 싸우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도 두렵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서 자기 힘을 다하고 있다. 제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일의 무게를 생각하고 움직였으면 좋겠다. 물론 여기에 가장 책임이 있고 정성을 다해야 하는 사람은 현직 대통령이다. 국민이 뽑은 가장 큰 권력이니까 그렇다. 하지만 시시한 일로 감사원을 동원해서 전임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는 윤석렬을 보고 있으면 그는 개혁을 할 사람이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라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말 어쩌다 이런 대통령이 뽑혔을까? 나는 요즘 이 생각을 매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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