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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의 교훈

by 격암(강국진) 2022. 8. 23.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은 22년 2월 24일에 있었다. 그러니까 시작하면 금방 끝날 것같았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무려 6개월을 끌고도 아직 그 끝이 확실히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년을 더 간다는 예측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폐허가 되었고 러시아도 하루에 전비를 9억불 그러니까 1조 2천억원씩 쓰고 있는 전쟁인데 말이다. 6개월이면 200조라는 말이다. 이제까지 여러가지 전쟁이 있었지만 이 러시아 전쟁은 세계적 경제, 환경위기와 함께 닥쳐서 인지 그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22년 8월 23일 현재,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중단을 예고하여 가스비가 유럽에서 열배가 올랐다고 한다. 전기비가 작년에 비해 독일에서는 14배가 올랐다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이 아프칸이나 이라크와 전쟁을 할 때는 이런 세계적 경제충격은 없었다. 우린 이 전쟁에서 뭘 배우게 될 것인가?

 

가장 확실하고 큰 교훈은 21세기에 전쟁은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는 점일 것이다. 오늘날의 발달된 무기는 전면전을 불가능하게 한다. 진짜 전쟁은 사실 이미 불가능하다. 진짜 전쟁이란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는 전면전인데 요즘에는 핵무기가 아니라도 무기가 너무 뛰어나서 이게 안된다. 죄없는 사람을 천만명쯤 죽이고 그걸 승리라고 자축할 수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가리면 전쟁을 끝낼 수가 없다. 

 

미국은 아프칸 전쟁을 20년을 끌었다.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는 전면전이라면 미국은 핵무기로 아프칸을 하루면 평지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20년동안 3천조를 쓰면서 전쟁을 했다. 그리고는 승리없이 물러났다. 도덕적 이유때문에 핵무기를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려야 했기 때문이다. 아프칸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인데 미국도 이래서는 이길 수가 없다. 그러니 희생자와 비용만 증가시키면서 전쟁이 계속되었다. 나쁜 것은 이렇게 희생이 크다보니 일단 전쟁을 시작하면 이길 수도 끝낼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냥 끝낸다면 그 피해는 누가 지불할 것인가? 전쟁을 시작한 쪽에서 사과하고 배상하고 끝낸다는 스토리는 정치적인 자살이다. 그러니 끝이 나질 않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 식이라면 러시아가 전쟁을 이겨도 세계가 러시아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수단방법을 가리면서 전쟁을 하면 전쟁을 끝낼 수가 없다. 그 사이에 비용은 늘어만 가고 러시아 경제는 당연히 뿌리부터 썩는다. 러시아가 이 전쟁비용을 언제 다 경제활동으로 채울 것인가? 러시아는 이번 전쟁이후 3류 빈국이 될지도 모른다. 쿠데타가 나고, 내전으로 엉터리 정부가 서고, 경제난으로 내부 자원을 팔아먹는 악순환으로 가지 않을까? 그 넓은 땅을 탐낼 사람은 세계에 많으며 경제전쟁에서는 핵무기가 별로 소용이 없다. 안그래도 땅넓이에 비해 작았던 인구가 전쟁으로 더 줄었다. 전쟁이후 러시아는 누구 손을 잡고 나라를 다시 일으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고 상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한국에게도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미국은 요즘 러시아보다는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 중국이 g2로 부상한 기간이 미국이 아프칸 전쟁에 빠져 있던 기간이었다. 미국이 아프칸과 전쟁하는 것은 중국에게는 2중으로 좋은 일이었는데 미국의 힘이 빠질 뿐만 아니라 실은 중국과 가까웠던 아프칸을 공격함으로서 중국을 보호해주는 일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장의 이슬람들을 탄압했는데 본래는 이것때문에 같은 이슬람신자인 탈레반이 지배하는 아프칸과 중국간에 싸움이 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미국이 아프칸과 싸워주니 중국은 2중으로 좋았던 셈이다. 미국이 2중으로 바보짓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중국의 대만침공설이 그럴듯해 보였다. 물론 위험은 여전히 크다. 무엇보다 애초에 전쟁이란 합리적인 사고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프칸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중국이 치뤄야 할 댓가는 생각보다 매우 클 수 있다. 물론 대만은 섬하나니까 아프칸이나 우크라이나 침공처럼 오래 끌지 못할 수도 있지만 본래 우크라이나 침공때도 이렇게 전쟁이 오래 끌줄 몰랐고 전쟁의 양상이 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랐다. 

 

마찬가지 주장이 가능하다. 중국이 대만을 폐허로 만드는 것은 순식간에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진짜로 점령하자면 배와 장갑차와 군인이 상륙해서 전체 섬을 차지해야 한다. 그것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드론이니 휴대용 미사일같은 것이 흔한 요즘에는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러시아도 잘난 척하다가 실력이 허풍이라는 것만 탄로났다. 과연 중국의 실력은 진짜 일까? 중국도 전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중국이 대만을 차지한다고 단숨에 세계 정복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중국은 거의 망국수준으로 망할 가능성이 있다. 즉 베스트 시나리오와 워스트 시나리오가 대칭이 아니다. 어쩌면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이 미국에게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경쟁자인 중국을 완전히 망하게 할 좋은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다 아주 위험한 계산이다. 망하는 것은 모두 다가 될 수도 있다.

 

지금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은 그 무기가 아주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본래 핵무기가 있던 나라였다. 그 핵무기를 계속 가지고 있었다면 이 바보같은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핵무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나라가 늘어날 것이다. 물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그걸 막으려고 하겠지만 첫째로 경제제재가 그다지 잘 통하지 않는다는 걸 북한이 보여줬다. 둘째로 미국이 스스로 나는 세계 경찰이 아니라고 말하는 시대에 반대 급부는 주지도 않고, 전쟁도 안막아주면서, 언제까지 핵확산을 막을 수가 있을까?

 

우크라이나의 선전을 보면서 세계의 여러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그렇게 까지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전쟁이 나면 나도 망하지만 상대방도 큰 피해를 입는다. 그러니까 지금 이대로라면 세계 최강 군사 국가라고 해도 전쟁은 함부로 일으킬 수가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전쟁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교훈도 얻을 것이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내에 우리는 공상과학에서나 보던 전쟁을 할지도 모르겠다. 천만대의 드론이 날아가서 특정한 사람만 골라서 죽이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면 전쟁의 피해가 너무 커진다는 것을 사람들이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로봇의 개발은 인공지능발달초기부터 반대되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반인륜적 대학살을 피하는 방법이 킬러로봇을 만드는 일인 것처럼 보인다. 킬러로봇에 대해 찬성할 수 있는 중요한 논거가 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만들어 졌다. 사실 테러단체가 무슨 짓을 해도 전쟁은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는게 당연한 시대가 온다면 세계는 엉망이 될 것이다. 전쟁이란게 탱크와 미사일로 하는게 아니라 적의 통신장비를 무력화하고 킬러로봇이 투입되는 시대가 오는 일은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인들을 무장하게 만들었다. 핵무기가 아니라도 전세계적으로 무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킬러 로봇의 제작을 위한 경쟁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의 교훈은 국방의 중요성에서 끝나서는 안된다. 전쟁에는 3가지가 있다. 군사전쟁, 경제전쟁, 문화전쟁이다. 이 글은 군사전쟁이 손해만 보는 짓이라는 것을 지적했지만 사실 경제전쟁도 이익이 안된다. 일본의 한국 경제 제재가 실패로 돌아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최대한 군사전쟁과 경제전쟁을 피하면서 문화전쟁에서 이기는 일이다. 이유가 뭐건 군사경제전쟁에 빠져드는 순간 한국은 추락할 것이며 적어도 굉장히 큰 댓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다만 소프트파워를 기르는 문화전쟁은 다르다. 문화는 국경선을 훨씬 쉽게 넘는다. 게다가 경제적 의미도 국방의 의미도 크다. 우리를 지킬 경제력과 국방력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승자는 문화분야에서 만들어 진다. 경제적 군사적 관계도 문화적 이해가 없으면 이뤄지기 곤란하다. 영국이나 폴란드나 미국이 유럽만큼이나 한국을 잘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는 선진국으로서의 위치를 탄탄하게 다지게 될 것이다. 힘으로 승자가 되는게 아니라 덕으로 세상이 우리를 승자로 만들고 싶어하게 해야 한다. 러시아는 힘만 믿다가 마지막 남은 국력도 다 소진하고 있다. 어리석은 일이다. 그들에게 명분이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설득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우크라이나에 채찍이 아니라 당근을 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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