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6.
어제는 세종시에서 열린 이재명 간담회에 참석했었습니다. 자주있는 일은 아니었지요. 그래서 간단히 그 후기를 남기고 생각을 정리해 볼까합니다.
간담회는 세종시 해밀동주민센터의 강당에서 7시에 열렸습니다. 제 눈대중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참석한 사람의 수는 3-4백명쯤 된 것같습니다. 이해찬부부가 참석했었고 최고위원 선거에 나간다는 후보들도 3명 참석했었습니다. 그리고 15명은 되어 보이는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왔더군요. 기자들인지 유튜버들인지 당의 직원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행사는 이재명의 주도로 최고위원 후보들의 간단한 선거유세가 있었고 이해찬의 간단한 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재명의 간단한 말들이 있었으며 나머지는 참석한 사람들의 질문과 이재명의 답변으로 이어졌습니다. 행사시간은 1시간정도로 더 늘어지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사실 그날만 해도 이재명은 그게 3번째 간담회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을 조금 더 넘기기는 했지만 아주 많이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이 행사의 분위기는 어찌보면 어수선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지금의 상황이 정권을 빼앗긴지 아직도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반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할 시기인 것이죠. 그러나 그런 정치집회에는 강력한 지지자이지만 동시에 수동적인 사람들도 많이 옵니다. 그들은 그런 행사를 고민과 반성의 장소로 만들기보다는 이재명 팬과의 만남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외치고, 힘내라는 말을 외치는 대중이 싫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분위기도 꼭 필요하겠지만 사실 절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절제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파티와 잔치로 만들어 버리려는 다수의 참석자들을 적절히 누르면서 행사는 어디까지나 대화의 장의 분위기를 지키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말이죠.
저는 그런 이재명의 절제력과 참석한 다른 정치인들을 배려하는 이재명의 배려가 돋보이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치가들에게는 자신을 대중에게 친밀하게 만들 기회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테니까요. 그러니까 이재명 간담회지만 정치가들이 소개되어지는 자리가 되는 것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웠습니다. 다만 그런 식으로 뭐가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짧아서 이겠지만 아주 인상적인 소개를 하는 사람은 없었고 이해찬의 말이 당시의 분위기에서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당연한 말들인 것같았습니다. 뭐 결국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희망이라는 말이었지만 말입니다.
저로서는 이 간담회가 나쁘지 않았고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지자와 정치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된 모임이었습니다.더 뛰어난 정치가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더 뛰어난 시민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 모임이었습니다. 거기 모인 분들을 비하하는 것같아 조심스럽습니다만 사실 지지자라는 입장은 수동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만세, 화이팅 같은 것을 외치고 실은 소원을 비는 것이죠. 저는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게 좋습니다 그걸 이뤄주세요하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사실 복잡한 이야기는 필요도 없고 통하지도 않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노래라도 한 곡하면 분위기가 터져나갈듯 좋아지겠죠.
거듭 거듭 말하지만 좋은 분위기란 건 꼭 필요합니다. 특히나 잘못된 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마치 장례식같은 엄숙한 분위기의 간담회를 보았으면 마음이 더 기뻤을 것이며 좀 더 큰 희망을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나라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 윤정권은 아직도 한참 남았으니까요. 그리고 이명박과 박근혜를 겪고도 문재인이 하는게 없다면서 다시 국민의 힘을 지지한 사람들이 더 많아서 민주당은 정권을 빼았겼으니까요. 언론, 검찰, 금융마피아, 학계등 이 나라의 여러 집단들이 결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매일 매일 느끼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걸 풀어야 하는 이재명같은 사람의 입장이라면 결코 파티를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 나온 사람들의 다수는 자꾸 있었지도 않은 승리의 파티같은 것을 하면서 그렇게 하면 거기서 승리를 이룰 힘이 나온다는 것같은 생각을 하는 것같았습니다.
간담회를 보고 나오면서 제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희망은 있는가?'
글쎄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개혁이전에 민주당의 개혁도 필요할 것이고 그 둘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가는 모든 걸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어찌보면 대중이 만들어 낸 얼굴이라는 겁니다. 키크고 얼굴이 멋진 사람을 사람들이 좋아하면 그런 사람이 뽑힐 것이고 말잘하는 사람을 사람들이 좋아하면 그런 사람이 뽑히겠지요. 새로운 정치는 책에 있거나 어디 외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민중속에 있습니다.
이번에 윤석렬이 당선된 것을 보면 극단적으로 잘 알 수 있지만 새로운 민중의 출현이란 참 쉽지 않은 것같습니다. 저는 정치 참여의 방식이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새로운 게임이어야 새로운 승자가 나오고 새로운 나라가 세워지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하다가 보면 과거의 지지세가 약해져서 오히려 당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으니 쉬운 일은 아닙니다. 노인정가서 인사하고 막걸리 먹는 정치를 안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그걸 안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다면 피하기도 어려운 일이죠. 어쩌면 당대표가 된다면 그 사람이 해야할 가장 큰 일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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