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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의 광기는 어디에나 있다.

by 격암(강국진) 2022. 7. 10.

모처럼 트위터를 켜니 요즘 화제가 되는 박지현이라는 민주당원이 박원순과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을 2차 가해자 운운하면서 어디까지나 성범죄로 기소된 박원순은 나쁜 인간이라고 말하는 트윗을 올리는 것을 보았다. 나는 한숨이 쉬어진다. 도대체 이 PC니 페미니즘이니 하는 것이 어디까지 광기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인가.

 

이 정도의 의견표면에도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뭐가 옳으니 그르니 하고 시비를 따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바로 광기의 시작이다. 현실은 옳고 그른  팩트들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는게 아니라 관념화 되기 이전의 복잡한 사정들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그것은 결코 확실해 질 수 없는 말과 평가를 통해서 우리에게 온다. 그러므로 뭐든지 흐리멍텅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경계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법이 필요악이듯 시시비비도 필요악이다. 나는 전두환과 박정희가 군사구데타를 행한 나쁜 독재자라고 믿지만 그런 나도 그들의 자손이 제사를 지내는 데 가서 '이들은 나쁜 인간입니다. 이건 팩트입니다.'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전두환의 후손중에 초등학생쯤 되는 아이에게 가서 너는 나쁜 인간의 자식이다라고 말할 생각도 없다. 나는 그들이 나쁜 인간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적어도 이미 죽은 사람에게 시비를 묻는다면 그 한계는 분명하다. 

 

박지현의 언행을 보면 대한민국 성추행의 상징이 박원순이 된 듯하다. 성추행으로 혹은 사람들의 말로 괴로움을 당하는 여자의 아픔에는 그렇게도 공감대를 느끼면서 자살하고 죽은 박원순과 그 가족에 대해서는 어쩌면 그렇게 인간으로 취급하는 느낌이 하나도 없는가. 그녀에게서 느끼는 최대의 문제는 그녀는 마치 아픔이라는 것을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만이 느끼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녀를 보면 그녀가 만약 핵무기 스위치라도 있다면 성폭행이 있는 이 지구따위는 세상에 필요없다면서 지구를 날려버릴 것같다. 가난이고 국방이고 외교고 역사고 다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성추행하는 한국 남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라면 나라라도 파는게 당연한 것같다. 증오로 똘똘 뭉쳐있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예전에 나는 심지어 뱃속에 들어있는 남자 태아까지도 벌레 취급하는 자칭 페미니스트를 보았다. 그냥 남자니까 아버지고 태아고 다 한남충이라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인간이 아닌가? 나는 여자고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다 면죄부를 받는가? 페미니스트에게 인간이란 곧 여자이고 남성은 특히 한국 남성은 인간도 아닌가? 세상에는 성매매를 하다가 단속되면 남자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섹스를 판 여성은 피해자니까 오히려 보상해주고 보호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게 광기가 아닌가? 자기 눈앞의 것만 보는 것이 광기가 아니면 뭐가 광기인가? 

 

이런 사람들은 극히 소수고 세상의 사람들은 대부분 정상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다 정상인지는 모르겠다. 분명 박지현 같은 여자는 박원순이 무슨 일을 해도 피해자에게 끼친 피해는 보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1조를 주던 대통령자리를 주던 그 피해는 보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말도 어떤 문맥에서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많은 다른 문맥에서 현실적으로 그건 광기다.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입으며 산다. 그리고 과거는 뒤집어지지 않는다. 그런 논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모두가 모두를 용서하지 않고 무한대의 댓가를 요구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인가? 

 

현실적으로 그 일로 해서 박원순이 죽었는데 계속 그걸로 부족하다고 말하는 박지현은 지금 2차가해자가 아닌가? 나는 당사자가 아니므로 이렇다 저렇다 확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성추행의 피해자라고 해도 그걸로 상대방이 자살까지 했다면 모든 일을 잊고 살고 싶지 성추행 피해자의 대표로서 세상에서 계속 오르내리고 싶지는 않을 것같다. 박원순의 잘못을 말하기 위해 계속 내 이름을 언론에서 보고 싶지는 않을 것같다. 아닌가?

 

그렇다면 정치적으로 그 피해자를 꺼집어 내어 억지춘향으로 한반도 성범죄의 상징으로 만들려고 하는 박지현 같은 사람이 오히려 본인의 정치이력을 위해 피해자에게 2차가해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박원순 타도가 이 땅의 여성해방과 성범죄 제거의 결정적이고 필수 불가결한 사건인가? 

 

의견은 다를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인간이고 다들 이런 저럼 아픔이 있다. 그래서 말을 할 때는 다들 용감하고 단호하게 하지만 동시에 가슴아파하면서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걸 모르는 인간이 정치적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이란 이런 공감대가 갖춰져야 완성되며 그게 없으면 인간이 아직 덜 된 것이다. 미친 광기다. 하긴 그녀도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의 정치적 도구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으면 왜 그녀에게 저렇게 큰 확성기가 주어지겠는가. 그래도 제발 이런 광기를 미디어에서 보는 일은 좀 가끔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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