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13
악이 탄생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출세에 의한 것이다. 즉 재수가 있어서 성공하고 더 좋은 자리에 앉게 되고 더 큰 권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자신은 그 자리에 어울리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그 집안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대기업의 총수가 된다거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일은 악을 탄생시키기 쉬운 일이다. 왜냐면 오늘날의 한국은 워낙 대단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세계적 기업이고 한국의 대통령은 국내의 여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제에 까지 관여해야 하는 대단한 자리다. 선진국이 된 한국은 그런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그런 자리에 어울리는 능력을 가지는 일은 정말 어려운 것이고 따라서 격에 안맞는 출세는 악의 시작이 되기 쉽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을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윤석렬은 대통령이 될 수준이 전혀 아니라고 본 나에게 있어서 이번 대선은 악의 시작이다. 무능력과 무지는 악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가르켜 그런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으로서 윤석렬의 부족함은 그야 말로 비교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대선 토론회도 나오기 싫어하는 능력으로 앞으로 훨씬 더 곤란한 상황인 다른 강대국의 정상을 만날 때는 어쩔건가.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 총리에게 중국 지도자에게 과연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대화가 될까? 영부인들이 만나는 것도 정치다. 과연 김건희씨가 해외로 나가 한국을 대표해서 한국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까? 이 부부가 부디 재미있는 일을 말하기 좋아하는 세계인들에게 웃음거리나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게 곧 한국의 망신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따라하지 못해 허둥지둥대던 박근혜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의전에 더욱 어둡고 토론에 더 약한 이 부부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어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 하기가 그리 쉬워 보이나? 박근혜가 괜히 구중궁궐속으로 숨어서 비선 조직이 나라를 움직이게 하고 자기는 장관도 총리도 만나지 않는 삶을 살았겠는가. 실력이 없는데 그런 자리를 맡았으니 외부노출이 심할 수록 위신이 안서고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자꾸 숨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세상이 알까봐 두려운 것이다. 윤석렬의 실력은 다른가? 러시아의 지도자를 정치신인으로 알 정도로 무식한 사람이? 나는 이 지구상에 푸틴을 모르면서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나라가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라걱정은 둘째치고 능력이 안되는 자리에 앉았으니 지옥일 것이다. 대통령의 문제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절대 다른 사람 탓을 못하는게 대통령이다. 검찰총장도 법무장관이나 대통령이 있으니까 윗사람 핑게가 가능하지만 대통령만은 그런 핑게가 통하지 않는다. 임기말에도 높은 지지도를 유지했던 문재인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물론 그 대단함도 윤석렬의 당선으로 인해 빛이 바랬지만 말이다. 노무현의 최대 정치적 실패는 정권 유지에 실패한 것이고 문재인도 같은 실패를 했다. 나는 그 둘을 매우 존경하지만 이것도 그들의 실력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그들도 한계는 있다.
어떤 사람들은 왜 한쪽 편만 드는가. 국민의 힘이 잘할 수도 있지 않냐고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 미래는 모르고 사실 나라가 정권 하나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나라가 다른 누구보다 민중의 힘으로 성장했다고 믿는다. 그러니 누가 대통령이 되건 한국은 발전하고 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가 무능하다는 것을 도대체 몇번을 검증해야 그들이 무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편향적인 일이 아니게 되는가? 나는 이번 대선의 과정 자체가 보수의 무능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보수지지층도 윤석렬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보수후보였기에 표를 줬을 뿐이다. 만약 국민의 힘의 대선 후보가 안철수였거나 홍준표였다면 선거를 더 쉽게 이겼을거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있는가? 윤석렬은 거의 날마다 망언을 쏟아냈고 그 장모와 부인의 꺼림직한 과거는 매일 폭로되었다. 그 많은 이슈중의 단 하나만이라도 만약 이재명이 범했다면 그 날로 선거는 끝이었을 것이다. 이재명의 부인이 주가 조작을 의심할 정황이 이정도로 분명하다면 과연 이재명이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마칠 수나 있었을까? 이재명이 아는 사람이 50억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그걸로 선거는 끝이었을 것이다. 경쟁 구도는 이렇게 처음부터 불공평했다. 그래서 윤석렬이 이긴 것이다. 윤석렬의 힘이 아니다.
문제는 단순히 이겼다고 유능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무능한 자가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는 것은 악의 탄생이다. 그러므로 어떤 승리는 악의 탄생이고 악을 탄생시키는 것을 유능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안철수도 홍준표도 지지하지 않지만 그들이 아예 대선후보의 격에도 안맞는다고까지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보수는 윤석렬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는가? 왜 그가 당내경선을 통과하게 만들었는가? 이게 무능이다. 이건 무능의 검증이다.
앞으로 비슷한 선택의 순간이 많이 올 것이다. 벌써 장제원같은 자가 청와대 비서질장이 될거라는 소식도 들리는 일이 있었다. 염치가 없어서 선거판에도 못나왔던 사람이 청와대 실세가 된다는 것이다. 국민을 아예 대놓고 바보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물을 것이다. 그리고 보수 지지층 스스로도 물을 것이다. 도대체 왜 장제원같은 자가 청와대 실세가 되는 것을 보수는 막을 수 없었을까하고 말이다.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된다. 이래도 윤석렬의 당내경선 승리가 보수의 무능의 증거가 아닌가? 그리고 그 검증된 무능이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어떤 일을 일으키게 될까?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언제나 좋은 인사만 있을 수는 없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사람이 웃자리로 와서 그 조직이 고초를 겪는 일은 많다. 윤석렬 정부는 벌써 그런 냄새를 아주 진하게 뿌린다. 이래도 이게 보수의 무능의 증거가 아닌가?
그러나 이 글은 결코 보수에 대비해서 진보는 유능하고 민주세력은 유능하다는 결론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유능하다는 결론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실 대한민국을 믿었다. 한국이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믿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어떤 의미로 한가지 좋은 사실을 가르켜 주었다. 그것은 만약 지금의 한국 정도가 운이 좋아 더 대단한 부자가 되고 더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악의 탄생이 될거라는 것이다.
윤석렬 정도의 후보도 막을 수 없는 한국 사회가 어떻게 중요한 판단을 하겠는가. 우리가 영국이나 미국처럼 세계를 주름잡는 패권국가가 되어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결정하고 중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이 있다고 해도 과연 그 힘을 올바로 쓸 수 있을까?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지만 그만큼 온갖 비극을 양산했다. 그들의 성공이 제국주의의 어두움을 보여주었던 것은 그들이 결국 그런 대단한 자리에 올라설 나라가 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다를까? 만약 북한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할 방법이 있는데 그대신 북한에 있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비극을 겪게 된다고 하자. 한국은 그런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북한을 선제공격하자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한국은 힘만 충분하다면 경제적 공격이든 군사공격이든 감행해서 약한 나라 하나쯤 쉽게 날려 버릴 수 있는 것 아닐까? 한국의 섯부른 성공은 또다른 제국주의의 번성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한국이 한때 위대한 국가가 될 가능성을 보였던 것은 결국 촛불혁명의 힘이었다. 폭력없이 참여하는 시민의 힘이었다. 그후 불과 5년만에 한국의 위상은 믿을 수가 없을 만큼 올라갔다. 미얀마와 홍콩에서 한국의 정치발전을 보고 따라하자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다. 한국의 실력은 검증된 것같았고 한국은 금방 위대한 국가가 될 것같았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를 통해 우리는 한국은 결국 그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수준에서 한국이 더 커지면 악의 탄생이 된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우리의 목표가 중국이나 일본처럼 악당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본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전은 두가지 였다. 하나는 더 많은 시민들이 깨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위로부터의 정치로는 세상이 안바뀌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정치하지 말라는 말까지 하셨다. 책쓰고 공부하고 강연하고 가르쳐서 깨어있는 시민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스스로가 깨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대선에서 이번남이니 이대남이니 하는 말로 20대 남성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 60대 이상의 노인층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계 최고의 방역성과로 살려낸 노인층이 문재인 정권을 죽였다고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역시 그들이 왜 뒤에 남겨졌는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얼마라던가, 무슨 상을 받고 군사력이 얼마다같은 것을 따지기 이전에 왜 누군가가 어둠에 있는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것이 없었기에 대선은 실패한 것이다.
노무현의 또다른 비전은 농촌살리기였다. 이 역시 이번대선의 패배와 깊은 연관이 있는데 지역은 노년층이 많고 농촌은 더 그렇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중에 수도이전을 추진할 만큼 지방 자치 시대, 균형 발전 시대를 강조했다. 물론 이는 역사에 남을 헌법재판소의 반대로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것이 그의 비전이었다. 또한 그는 임기후 봉화마을로 돌아가서 성공적인 농촌마을의 모델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깨어있는 시민과 농촌살리기라는 그의 비전은 당시에는 너무 돌아가는 것같은 비전이었으나 이제와 돌아보면 결국 그 부분이 취약해서 한국은 위대해 질 자격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윤석렬이 대통령이 된 것이다. 위대한 철학, 위대한 윤리적 힘없이는 큰 권력과 큰 돈은 악의 시작이 된다. 그렇다면 대선의 실패는 마냥 아쉬워만 해야 할 일은 아니다. 0.7% 모자라 진 것이 아쉬운가? 본래 상당한 차이로 이겨야 의미가 있는 선거였다. 0.7% 넘쳐서 승리했다면 그것은 한국이 악의 제국이 되는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부풀어 오른 자만심과 욕망이 한국을 마구 몰아부쳐서 한국을 악으로 만들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깨어있는 시민과 지방자치는 노무현이 남긴 숙제다. 그 숙제를 돌아서 빨리 가는 지름길은 없다. 이번 대선은 그걸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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