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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유감

by 격암(강국진) 2022. 3. 5.

내가 평생 참가했던 대선은 사실 한가지 점에서 매우 실망스러웠다. 나는 선택에 고민을 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이번 대선도 사전투표가 시작되자 마자 찍고 왔는데 사실 윤석렬의 그간 행적을 보거나 그가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재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대통령운운할 사람이 전혀 아니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나는 이런 대선이 보고 싶었다. 후보로 이재명, 박원순, 유시민, 노회찬같은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이 일을 잘한다던데 하지만 역시 박원순이 스케일이 더 크지 않은가. 아니 이번에는 진보당 대표인 노회찬을 찍을까. 유시민도 똑똑한 사람이라던데 하는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꼭 이대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뭔가 대선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질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오히려 더 나빠진 것같다. 정책토론은 더 사라졌다. 지키지 않을 약속이라도 뭔가 일관성있는 공약도 아니고 그냥 그때 그때 입에 나오는대로 말하는 후보가 있다. 이래서는 대선은 아까운 기회낭비가 되고 만다. 

 

대선이란 누구를 뽑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몇년마다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많은 에너지와 돈이 드는 국민통합의 이벤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지금 이 나라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들을 들고 나오고 이 주제에 대해서 대선 후보들을 통해서 여러 안을 내놓게 하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국민들이 표를 행사해서 한국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정책을 뽑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어떤 후보가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소통하면서 새로이 만들어 질 수도 있는 과정이다. 어떤 기본적인 것에는 합의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왜 그런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반박하면서 정책이 더 정교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대선만큼 정말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가 없었던 때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임은 대부분 윤석렬에게 있다고 본다. 그에게 찬성하냐 반대하냐를 떠나 나는 그의 공약이 뭔지를 알 수가 없다. 그의 정체성이 뭔지를 알 수가 없다. 찬반을 떠나 여가부폐지같은 것이 주요정책일 수는 없다. 여가부에서 하는 일은 사실 대부분 여성관련일도 아니다. 본래 가족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설사 그런 일을 한다고 해도 그게 대선에서 주요 정책공약이 될 수는 없다. 그냥 여성가족부의 이름만 바꾸는 일이 될 것이다. 

 

그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정말 믿을 수 없는 선전을 보았다.

 

 

국민의 힘이 김대중, 노무현을 잇는다는 선전을 할 수가 있는가? 이거 미친 거 아닌가? 

 

이렇게 아무거나 주장하는 선거판인데 그걸 따질 토론시간도 없고, 언론도 크게 화제를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 언론이 윤석렬이 선제타격을 말했다거나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화제를 삼는다. 이런 거대한 일들도 따지지 못할 판이다. 국힘쪽에서 50억씩 먹은 사람들이 줄줄이 나타나도 대장동 비리는 어디까지나 이재명, 민주당 비리라고 말하는 판이다.

 

나는 어디가 정의인가를 따지기 전에 애초에 토론과 소통자체가 없는 대선이 슬프다. 역사도 정체성도 없는 대선이 슬프다. 누가 되든 모두가 한국인이니 아주 기본적인 것에는 공감대가 있고 단지 한국을 위하는 길이 서로 다르다라는 수준이었으면 좋겠는데 대선 후보 토론이라는게 사실상 중학생, 초등학생 반장선거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잠시만 봐도 수치스럽고 골치가 아프다. 오죽하면 허경영따위가 눈에 보일까?

 

15대 대선은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조순, 권영길, 김종필등이 나왔었다. 16대 대선은 노무현과 이회창의 대결이었다. 그때도 대선토론 수준 형편없다고 욕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보면 대선토론 수준은 그때보다 오히려 떨어진거 같다. 이번 대선은 이제 끝났다. 다음 대선부터는 제발 무속이 옳은가 그른가같은 것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그런 선거가 안되었으면 좋겠다. 대표라고 뽑은게 정말 이정도 인가. 이것 자체가 왜 국힘이 정권을 잡아서는 안되는 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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