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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위기, 한국의 책임

by 격암(강국진) 2022. 9. 29.

22.9.29

윤석렬이 인류를 멸종시킨다. 이런 문장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에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라고 할 것이다. 나도 이 문장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장을 쓴 것은 이런 문장이라도 그 안에는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진리가 포함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진리란 지금의 한국과 세계를 똑바로 보고 우리의 권리와 책임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더이상 존재감이 하나도 없는 변방의 작은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중 하나는 누가 우리를 숨겨주지도 않지만 우리는 더이상 누구 뒤에 숨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세계에서 가장 절실한 것중의 하나는 다른 나라의 시민들조차 존경하고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존재감있는 국가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 일본등 어느 나라를 봐도 이런 정치가가 눈에 띄질 않는다. 사실 코앞에 닥친 기후 위기를 생각하면 인류가 가져야 할 것은 세계 정부의 세계 대통령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설사 언젠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1-20년내에 출현할만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류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세계의 국가들이 질서있게 연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세계를 보면 오히려 세계는 분열하고 있다. 유럽이며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등 여러 나라들이 자국 이기주의를 발휘하면서 세계적인 시각으로 일을 이끌어가기보다는 자기 나라 내부 사정을 돌보는 것도 점점 더 버거워하는 느낌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고 중국은 대만침공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은 호주와 경제전쟁을 벌인다. 미국은 대중국 전쟁을 말하면서 자기 동맹의 뒤통수를 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금의 세계적 혼란을 우리는 무엇보다도 기성질서의 와해로 봐야 한다. 즉 세계를 주도하던 10여개의 국가들이 만들던 세계 질서가 지금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인도 중국인도 불만인데 유럽인과 미국인도 불만이다. 바로 이 점이 한국의 중요성을 크게 돋보이게 한다. 한국이 인류가 가진 유일한 희망일 리는 없지만 한국은 사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중요성을 가지는 인류의 희망일 수 있다. 왜냐면 첫째로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최근에 선진국이 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세계질서를 만들고 유지해 온, 보수적이고 늙어버린 선진국중의 하나가 아니다. 둘째로 한국은 그 소프트파워의 성장이 최근 아주 두드러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 점은 세계가 한국인이 사는 방식에 대해서 공감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제규모의 성장만 본다면 중국의 성장이 21세기 들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겠지만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는 없다. 제 아무리 미국을 욕한다고 해도 미국은 세계 질서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끌어온 나라다. 다시 말해 지난 반세기의 세계는 경제, 군사 분야에서 질서를 유지시키는 경찰국가로서의 미국을 인정하고,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 질서를 지켜온 것이다. 반면에 중국을 좋아하는 나라는 세계에 거의 없다. 중국이 선진국이라고 믿는 나라도 중국인 이외에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중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발전이라고 믿거나 거기에 인류의 희망이 있다고 믿기에는 중국은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 언론자유도 자유 선거도 없는 중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인가? 뭐든지 중국 것이라고 우기고 저작권따위는 전혀 신경쓰지도 않는 중국이 세계의 질서를 지키는 경찰국가가 된다는 생각은 말도 안된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더이상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미국도 자신의 패권을 중국에게 넘겨주고 싶어도 넘겨줄 수 없는 것이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세계 패권이 넘어갈 때는 영국과 미국의 전쟁이 필요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세계는 이미 국경선이 많이 와해된 연결된 곳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은 최고로 국력이 강한 나라가 왕처럼 군림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문제가 생기면 경제적 영향력이나 군사력으로 그걸 다 해결할 수 없다. 이는 바로 중국이 호주와 경제전쟁을 해서 실질적으로 패배했고 일본도 한국에 경제재제를 해서 실질적으로 패배하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일주일에 끝장낼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절대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한쪽이 한쪽을 목숨걸고 공격하는 전면전이라면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게 이길 수 있겠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전면전은 결국 양쪽 모두의 멸망으로 가게 된다.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타국을 공격하는게 자해가 되고 제 3국을 공격하는 일도 된다.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생산을 막으면 그것은 세계적 위기가 된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세계가 시끄럽지만 사실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들은 서로 싸우고 싶지도 않고 전면전을 벌일 수도 없다. 경제적으로건 군사적으로건 말이다. 모두가 죽기 때문이다. 

 

이제 안보는 연결에 의해서 보장되고 있다. 그래서 여러나라와 연결된 한국이 굉장히 중요한 국가로 떠오른 것이고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G7때마다 불려가고 세계 여기저기에서 아주 좋은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한국은 이제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화, 경제, 국방등 모든 국면에서 미국과 중국이 싸울 때 그 세계의 무게추를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싸워도 마찬가지고 유럽과 러시아가 싸워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한국은 싸우려는 무질서한 어깨들 사이에서 평화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다들 속내는 전면전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핑게를 제시해주는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은 물론 러시아나 중국 모두와 다 비교적 잘 지내왔다. 한국의 국제적 위치는 코로나 위기속에서 크게 성장했다. 세계 무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은 영향력이 있는 합리적 국가였고 세계질서를 지키는 힘을 발휘하는 나라였다. 그리고 가장 미래지향적인 국가로 세계를 혁신으로 유혹하는 나라이기도 했다. 계속 자유무역을 해도 될거라는 것을 믿게 해주는 나라였다. 말했듯이 세계 평화는 이제 연결에 의해 보장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한국을 믿고 중국이 한국을 믿고 미국이 한국을 믿으면 이 나라들이 싸울 때에 발빼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반도체가 없으면 안되니까, 한국의 군사력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한국이 자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높으니까 싸우지 말자는 여론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극이 생겼다. 윤석렬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세계는 정말 얼마되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존경할만하고 믿을만한 정치가를 잃었다. 힘의 논리가 넘치는 곳이 외교무대라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세계를 미래로 나가게 할 것같은 정치가, 철학과 원칙이 있는 정치가가 문재인이었다면 윤석렬은 그냥 예측불가능한 골치덩어리일 뿐이다. 그게 외교참사들을 통해 무식한 윤석렬이 폭로한 한국의 현실이다. 문재인의 한국은 세계질서를 지켜주는 범퍼같은 것이었다면 윤석렬의 한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연재해같은 것이다. 외교 프로토콜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윤석렬이 갑자기 미국 만세를 하거나 중국 만세를 하거나 일본 만세를 하면 그 결과가 반드시 평화로 가지 않는다. 문재인은 모두를 안심시키는 정치가였다면 윤석렬은 미국을 포함해서 모두를 불안감에 떨게 한다. 

 

결국 윤석렬의 당선은 세계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제 러시아와 우리가 무슨 연결고리가 있기는 한가? 중국과 우리가 잘 지내고 있는가? 미국은 어떤가? 동남아시아는 영영 잊혀질 것인가? 한국외교의 퇴조는 우리에게만 문제가 아니다. 세계질서가 유지될 국제관계의 끈이 약화된 것이다. 오늘날 누가 정말 인류적 차원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노망난 것같은 바이든인가? 오히려 여기 저기에서 정신나간 극우파 정치인들이 점점 더 많이 당선되고 있다. 

 

말했지만 이제 우리는 너무 커서 누가 뒤에 숨겨주지도 않지만 뒤에 숨을 수도 없다. 한국은 한국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 한국이 국제관계에서 커진 덩치만큼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힘만 가지고 있을 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같이 군다면 세계는 힘을 합쳐서 한국의 힘을 빼려고 할 것이다. 

 

인류는 지금 기후문제라는 인류생존의 문제와 직면하는 한편, 자본주의 역사에 없는 경제난과도 만나고 있다. 만약 수년앞으로 다가온 기후 이변으로 대혼란이 발생했을 때 인류가 각자 살아남자고 이기적으로 군다면 남는 결과는 인류의 멸종일 것이다. 지금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는 시기다. 반세기전과 지금의 나라들은 달라졌다. 그들이 공존할 새로운 질서를 찾아야 한다. 중국, 러시아, 일본이 갑자기 사라질리도 없고, 유럽과 미국이 갑자기 사라질리도 없으며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사람들도 그건 마찬가지다. 호주도 남미도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뒤돌아보면 비록 그 결과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하더라도 문재인대통령의 외교활동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 평화로 심지어 인류생존으로 이어지는 문제였다. 그는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존경할만한 정치가였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그런 지도자를 한순간에 잃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지금 윤석렬이 앉아있다. 이는 인류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 엄청난 재난이다. 지금 미래지향적으로 합리적으로 움직일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기존의 선진국들에서 정치적으로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이 있다면 진작에 나왔을 것이다. 늙은 바이든도 문제지만 그 사람이 물러가면 트럼프나 트럼프와 비슷한 사람이 정치가로 나올 수도 있다. 푸틴이 암살된다고 해도 푸틴이 러시아에서 가장 공격적인 정치가라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일 수도 있다. 정치적 위기를 맞은 시진핑은 중국인의 불만이 터져나오면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노령화가 많이 된 일본이 무슨 희망이 있는가? 

 

이렇게 보면 한류열풍은 그냥 영화몇편 파는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냥 한국인들이 잘먹고 잘사는 문제가 아니다. 윤석렬의 당선은 한국인들의 아픔이나 부끄럼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윤석렬이 인류를 멸종시킨다. 나는 여전히 이 문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틀린 문장이 가진 일말의 진실도 많이 망각하고 있는 것같다. 이제 세계는 한국인대신 누군가가 구원해 주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그저 한국 사람 잘먹고 잘사는 것만 고민해도 되는 시대가 아니다. 그게 다시 잊혀질 것같으면 우리는 이 문장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윤석렬이 인류를 멸종시킨다. 우리의 정치는 이제 우리의 밥그릇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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