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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민으로 흥하고 망했다.

by 격암(강국진) 2023. 9. 20.

23.9.20

최근에 미국에 사는 친척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이 더이상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번 방문에서 몇가지 대화를 하다가 나는 그것을 새삼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 한국이 좀 더 좋아지니까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비교하지 않아도 미국은 쇠락하고 있다. 

 

일단 미국은 한국보다 월급이 더 높아도 주거비와 세금이 그리고 병원비가 워낙 비싸다. 한국에서 4백만원짜리 월세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뉴욕에서는 50년된 허름한 스튜디오 방이 그 정도 한다. 미국 의료비가 비싸다는 것 특히 의료보험이 없으면 말도 안되게 비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래서 손가락이 잘라져도 보험없는 사람은 그걸 붙일 생각을 못한다고하지 않는가. 미국이 지금 마약으로 난리인데 그것도 알고 보면 진통제 남용으로 벌어진 일이고 진통제 남용은 사람들이 아플 때 마다 병원에 가질 못하고 집에서 진통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많아서라고 한다. 다 병원비가 비싸서 나온 이야기다. 

 

이 두가지만 합쳐도 미국의 삶의 매력은 상당부분이 날아간다. 연봉 1억이 미국에서는 겨우 겨우 먹고 사는 수준의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가지만 합쳐도 왜 미국에서 실직을 하면 당장 노숙자가 되는 일이 많은가를 이해할 수있다. 엄청난 주거비에 직장의료보험이 없는 실직자는 살아갈 길이 없다. 이는 은퇴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라서 재미교포중에는 역이민을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 국민의료보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교육비가 비싼 건 그냥 넘어가자. 미국에서는 이제 외식도 못한다고 한다. 물가가 엄청 올랐는데다가 실은 팁조차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비싼 외식이 사실은 대개 질이 형편없다. 미국의 웨이터들은 팁까지 받는 사람이지만 대개 매우 불친절한 저숙련자들이다. 한국에서는 돈 안내는 식당의 종업원도 그것보다는 훨씬 친절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이런 나쁜 점들의 뒤에 있는 이유를 생각하면 더 심각해 진다. 미국 사회의 이런 특징은 미국이 이민자를 착취해서 성장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보편복지가 약할 때 이런 것들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이 가난한 이민자들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은 이민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민을 마구 받는 나라는 보편복지가 강하기 어렵다. 왜냐면 외국인들이 그 나라로 물밀듯이 와서 그 나라의 복지혜택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은 저소득 계층으로서 복지혜택없이 저질의 삶을 견디고 열심히 일해서 그 나라의 부자들에게 서비스를 해야 한다. 이게 이민을 받아주는 댓가다. 그리고 그 댓가로 원래 그 나라에 살던 사람들은 값싸고 질좋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결국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러니까 네가 와서 이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서 벌칙을 견디면서 위로 올라와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이민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보편복지가 약해지면 원래의 미국인들중 저소득자도 같은 문제를 똑같이 겪는다. 이민자는 원래 살고 있던 미국인들과 직장을 가지고 다툴뿐만 아니라 보편복지조차 약하게 해서 가난한 미국인들의 삶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인력이 없으면 천만명쯤 외국에서 노동자를 데리고 오자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은 그 이민자들과 경쟁할 자리에 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은 사장을 할테니 값싼 월급을 받을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라는 식이다. 그 사람들의 노동을 착취하겠다는 뜻이고 결국은 많은 한국인들도 마찬 가지 문제를 겪을 거라는 점을 무시한다. 최근에도 값싼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수입하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도 이민의 의미를 고민해 봐야 한다. 값싼 인력의 대거 이민은 당장 편하자고 망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차세계 대전 이후 고성장의 황금기를 거쳤다. 이럴 때는 괜찮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민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그들의 자식들이 교육받고 비싼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백인 기독교도들이 주도하는 미국은 잘 굴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민자들이 더 많아지고 그들의 자식들이 정말로 피라미드의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이런 착취는 점점 쉽지 않아졌다. 이젠 보편복지가 없다는 사실의 피해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들의 힘이 정치적으로도 너무 커지게 된다. 너희들도 열심히 일하면 우리처럼 잘 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런 현실이 오게 되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마치 카드로 고가의 물건을 산 사람처럼 과거에 흥청망청 썼던 일에 대한 댓가를 치루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을 값싼 노예처럼 여기는 태도는 지금 빚내서 흥청망청 쓰고 그 빚은 미래세대가 갚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외국인들도 이민 오면 그 나라 사람이고 인권이 있다. 결국은 처음만 좋지 나중에는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 계속 이민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언젠가는 서비스가 후져지고, 물가는 오르고 직장은 없어진다. 게다가 사회적 분열이 심각해 질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쪽에서는 아예 영어를 쓰지도 않는 것같은 풍경을 보고 놀란 것도 벌써 20년은 되었다. 애초에 우리집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라고 가정부를 부르고는 우리는 다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월급도 안주고 가족의 자리를 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사람을 점점 더 많이 부르면 어떻게 될까? 결국 그 집안은 분열되고 난리가 날 것이다. 그 집이 이씨집인지 구씨집인지도 혼동이 올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붕괴는 피라미드 사기의 붕괴다. 결국 누군가가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납득할만한 청산이 불가능하다. 피라미드의 확장이 멈추면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르는 것은 피라미드 맨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또 누군가가 그들 다음에 들어와서 그들에게 계속 싸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길 바라지만 이젠 그런 사람이 없다. 피라미드 위로 상승하는것을 꿈꾸며 참았던 사람들은 이제 당장 댓가를 바랄 것이다. 이 말은 임금상승을 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세금 내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파국은 점점 더 피라미드의 윗층으로 파급되어 올라갈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혼란은 크나큰 경제적 댓가를 치루게 할 것이다. 

 

사실 이렇기 때문에 사회주의가 20세기 이래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것이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이 불쌍해서 하는게 아니다. 막내 아들이 불쌍해서 공부를 시키는게 아니라 막내 아들이 폐인이 되면 집안을 다 말아먹을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아들을 살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가 공산화되지는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수많은 사회주의적인 정책이 전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다. 교육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공동체적인 접근이 없으면 결국은 사회가 더 큰 비용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 바로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를 이민자로 받는 정책이고 이 정책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미래 세대에게 댓가를 치루게 하는 국채발행보다 더 나쁘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융합을 약화시키고 보편 복지의 시행을 막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제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의 당선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주로 저교육, 저소득자들에게 자신이 지금 미국이 처한 문제에 강력한 해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트럼프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바이든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제의 진짜 해결책은 계산서에 돈을 지불하는 것밖에 없고 지금 그것을 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는 건 미국의 기업이나 소수의 극도로 부자인 사람들밖에 없다. 그들이 엄청난 돈을 다 지불하고 미국의 부채를 해결하고, 보편복지를 시행하는 일은 노예 해방 운동 이상으로 힘들 거라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마약에만 중독된 게 아니라 노동 착취 구조에도 중독되어 있다. 남북전쟁에서는 북부군이 이겨서 노예를 해방시켰지만 지금의 미국은 모두 노예를 쓰는 남부군이다. 그러니 그들은 보편복지를 시행할 수 없고, 총기 소지도 제한 할 수 없으며 교육비도 싸게 만들 수 없고, 국민의료보험도 실시할 수 없다. 저렇게 땅이 넓은 나라에서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것은 정말 사기다. 

 

이도 저도 안된다면 미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정치가 날로 망가지면 사회는 더 망가질 것이다. 유명한 샌프란시스코도 지금 디트로이트같은 망한 도시가 되어간다고 한다. 사회가 망가지면 물론 사회 인프라가 망가질것이다. 시가 파산하면 도로도 치안도 교육도 멈춰설 것이고 결국에는 전기나 물도 끊기거나 민영화되어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공급될 것이다. 그리고 그쯤 되면 이미 합법적으로 사회를 개혁할 동력은 없기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것을 구할 방법이 없다. 

 

결국 미래가 밝은 나라란 그 나라의 국민들이 대다수 잘 교육받고 윤리적이며 부지런한 나라다. 그래야 그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선거에서 할 것이다. 그런데 욕망은 자꾸 사람들에게 쉬운 길을 택하게 한다. 저임금 노동을 하는 이민자는 바로 그 쉬운 길이다. 당장은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다. 마치 내집을 전당잡혀서 돈을 빌리고 파티를 하면 그렇듯이. 그리고 파티에 익숙해 지면 수입보다 더 많이 지출하게 된다. 계속 더 많은 돈을 빌릴 쉬운 길을 찾는다. 그러다가 더이상 돈을 빌릴 곳이 없어져서 계산서를 지불해야 할 때가 오면 한순간에 망하는 것이다. 그때가 오면 이미 국가는 스스로 개혁되기가 불가능하다. 국가의 정체성의 핵심이 될 인간들이 없기 때문이다. 값싼 외국인 노동자에 중독되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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