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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인공지능에 대한 글

AI 대학이라는 생각의 위험성

by 격암(강국진) 2024. 1. 30.

나는 항상 인공지능이라는 말과 대학이라는 말은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전제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AI를 대학이 교육하려는 것은 마치 교회가 과학교육기관이 되려고 하는 것과 같아서 근본적인 믿음의 충돌로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인공지능 열풍이 불자 인공지능학과를 넘어 인공지능 대학을 만들겠다는 선전까지 나오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이 만든 결과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그 문제의 선전을 들여다 보니 문제점은 그대로 들어났다. 그 인공지능 대학은 사실상 지금 존재하는 모든 학과들의 이름앞에 AI를 붙이는 거나 마찬가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AI 부동산학과라면 부동산 분야에서 AI를 적용하게 할 수 있게 교육한다는 것이고, AI 마케팅이라면 마켓팅 분야에서 그렇게 하려는 것이다. AI가 지금 인기라고 하고 미래라고 하니까 각각의 분야에서 AI를 쓸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아이디어는 언뜻 보면 자연스럽다. 우리는 AI를 공부해야 할 것같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발상들이다. 

 

대학은 그리고 나아가 지금의 공교육 시스템 전체는 하나의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상에는 거대한 객관적 지식의 시스템이 있으며 그 지식의 시스템을 확장하고 보존하며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교육기관이나 연구기관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백과사전을 연상하게 하는 그 지식의 시스템은 거대하다. 그래서 전문화는 필연적이 되었고 대학은 점점 더 많아지는 학과들로 붐비게 되었다. 지식의 시스템이 성장함에 따라 한 명, 한 명의 전문가가 배우고 가르치기에는 지식의 양이 너무 많아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예전에는 생물학과가 있었다면 포유류학과가 나오고 그다음에는 개학과가 나오다가 다음에는 개 미용학과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개 샴푸학과가 나오는 식이다. 이 교육이 만들어 내는 인간은 하나의 표준화된 부품과 같아서 이 부품은 이 세상의 어느 시스템에 들어가 쓰이게 될 것이다. 교육기간과 교육비가 정당화될 정도로 오랜간 말이다. 

 

이런 대학에서 새로운 중요한 지식이 등장하면 어떻게 할까? 그냥 더 가르친다. 그 결과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양은 증가하고, 그것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학과가 다시 한번 분열하는 역사가 반복되어져 왔다. 이러한 과정은 한국의 초중고 교육에도 존재했다. 학생이 이건 꼭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는 지식이 새로 등장하면 우리는 그냥 교과목을 더 늘리거나 교과서를 더 키운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면 학생이 배워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져서 공부가 힘들어 진다. 그 결과 현실적으로는 학생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동시에 이전에 가르치던 것을 더 대충 가르치게 된다. 최근에도 고등학교 수학에서 미적분이 빠진다고 해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지금의 학교가 가지는 이런 본질적인 성격이 존재한다. 지식의 시스템이 점점 커지고 꼭 배워야 할 것이 많아지니 점점 각각의 것을 대충 가르칠 방법밖에는 없다. 학생들은 옛날보다 공부때문에 더 죽겠다고 하는데 정작 대학은 신입생들이 너무 아는게 없어서 대학교육이 어렵다고 한다. 

 

이것은 대학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AI 부동산학과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그게 뭐든 좋다. AI 물리학과가 있다면 AI 물리학과도 마찬가지다. AI에 대한 내용을 배우고 부동산에 관한 지식도 배운다는 이 학과는 부동산학과라는 것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학과는 예전에는 별로 가르칠 것이 없었다는 말인가? 그럴리가 없다. 지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요즘은 아무리 세부적인 주제를 정해도 거기에서 배워야 할 것이 거의 무한대로 있다. 그런데 그 부동산 학과의 학생들이 AI를 배운다는 발상은 올바른 것일까? 그럴 여유가 있다는 건가? 배운다는 게 뭘까? 물리학에 대해 재미있는 대중 소개서를 한권읽는 것과 물리학을 배우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지금 겨우 미적분 하나를 배우니 마니 가지고 교육개편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AI를 개발하는 개발자정도의 지식을 가지려면 수학적 공학적 지식은 물론 코딩기술도 배워야 할 것이다. 여기서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대학 교육자들은 할 것이다. 공부란 본래 무한대의 크기를 가진 지식 시스템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졸업생들은 결과적으로 부동산 분야에 대해서도 AI 분야에 대해서도 그다지 전문적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졸업할 무렵에는 그들은 그들이 배운 것들이 거의 다 쓸모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필사적으로 공부했는데 말이다. 바로 AI 때문에 그리고 그들이 보다 덜 전문가라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지금은 아직 인공지능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분명 수많은 분야가 AI의 적용을 기다리고 있고, 발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발전이란 걸 지금 만들어지는 AI 부동산학과 졸업생이 만들까? 왜 그렇게 생각하나? 부동산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는 이미 세상에 있다. 그리고 AI 전문가가 사방에서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내가 보기엔 AI 개발자는 세상에 이미 과잉공급되어 있다. 그러니 부동산 전문가와 AI 개발자가 만나서 부동산에 관련된 AI를 개발하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AI는 부동산 학과에서 대충 공부한 사람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지금의 발상은 마치 영상 기술이 발달해서 티비가 만들어 질 것같으니까 영화학과 학생들이 티비 제작기술을 배워서 장차 티비 드라마를 만드는 전문가가 되겠다는 식이 되기 쉽다. 이런 학과를 티비 영화학과라고 한다면 그들이 졸업하면 누군가가 이미 티비를 만들어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저것 배운 그들은 어떤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흔하다. 이 질문에 대해 내가 느끼는 한가지는 대체로 어떤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들은 AI에 대해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걸 그 전문가들이 AI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고 때로 그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꼭 그렇지는 않다. AI는 사실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모든 시장을 독식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면 AI가 오히려 희소식이라는 것이다. AI와 사람의 경쟁구도란 착각이다. 결국 AI를 쓰는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1류와 3류간의 생산성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되며 결국 1류가 모든 시장을 장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진짜 전문가는 AI를 두려워 하는게 아니라 환영해야 한다. 여기서 앞에서 내가 말한 AI 학과가 오히려 지금보다도 모든 면에서 미숙한 졸업생을 양산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 이들은 티비가 나와서 티비 오락의 시대가 온다고 하니까 티비와 관련된 전자공학을 배운 배우가 되려는 공부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AI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은 조심스럽게 해야 하지만 난 지금의 AI 공부가 대부분 엉터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이렇게 표현해야 하겠다. 시중에 나와 있는 AI 책의 대부분은 기술적인 사항이나 현재의 발전 상황에 대해서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정작 AI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은 그 안에 없거나 희석되어 있다. 기술적인 공부나 현재 발전 상황도 물론 AI 개발자가 될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 AI 세계에서 권위자가 되는 것이 어려울 뿐 AI 개발자가 되는 것은 이공학도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공계로부터 먼 사람들이 지금부터 그런 기술적인 부분을 파고들어 봐야 대부분 경쟁력이 없을 것이다. 수학은 중학교 수학도 못하는 사람에게 물리학이란 무엇입니까라고 하니까 자 물리학은 일단 미적분을 알아야 해, 미적분을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라고 하는 꼴이니 대부분은 인수분해를 공부하다가 포기할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AI는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적응의 대상이다. 세부적인 것에 빠져들지 말고, 최신 서비스에 흥미를 가지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그 안으로 파고들 필요는없다. 왜냐면 곧 상황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쳇GPT가 처음 나왔을 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게 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상황에서 이제는 GPTs라는 것이 나온다. 미래는 GPTs의 것이라고 믿는다면 순진하다. 새로운 변화는 또 있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공지능의 폭발적 증가는 이제 겨우 시작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공부하지 말라는 말은 보편적인 조언이 아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 패러다임이 말하는 바는 보편적인 일반론을 멀리하고 자신의 문제와 환경에 집중하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기를 보고 자기의 환경을 볼 필요가 있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세상을 주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평균적 대중이 아니라 특이한 사람 즉 어떤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될 필요가 있다. 그럼 그 전문가는 더 쉽게 쓸모를 찾을 것이다. 남따라하면서 적당히 중간인 사람은 점점 더 어딜가나 쓸모가 없을 것이다. 

 

AI의 시대가 온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그다지 질이 높지 않고 반복적인 일들을 하는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 일은 AI나 AI를 쓰는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해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AI를 공부해야 하는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개성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AI의 도움을 받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쉽다. 아무 개성도 없으면 AI에 의해 대체될 사람이 되기 쉽다. 

 

그런데 지금 교육의 핵심적 특징이 바로 개성을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점에서 지금의 교육은 본질적으로 인공지능 시대와 충돌한다. 지금의 초중고 대학은 대부분 사람들을 모아다가 비슷하게 만드는 공장과 같다. 이런 교육도 필요하다. 하지만 군인정신으로 무장해서 한류 전사를 양성하면 BTS 같은 가수들이 잔뜩 나올거라는 식의 발상은 엉터리다. 우리도 100명의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를 교육해 내자는 식의 발상은 엉터리다. 대학교육과 인공지능간의 패러다임 충돌은 이와 비슷하다.

 

그럼 뭘 해야 한다는 것인가?  나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교육이란 것이 있다면 그건 작가와 같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졸업장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기와의 대화가 만드는 것이다. 체험이 만드는 것이다. 남들과 대화하라. 특히 창의적인 사람들과 그렇게 하라. 책을 읽어라.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고 자기 투자를 하고 자신의 시를 쓰고 소설을 써라. 자기만의 집 인테리어를 하고 자기만의 밭과 정원을 가꾸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옷을 입어라. 자신의 맛집 리스트를 만들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라. 이것저것 잔뜩해서 평균적인 사람이 되지 말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가지라. 물론 그렇게 하면 당신이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지금 모든 국민이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글쓰는 작가가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각자 자신의 것을 생산하고 실패하고 그것을 수정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만든 것이 써져 있는 교과서만 외우지 말고 말이다.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기업가를 교육해 내자는 발상의 문제점은 애초에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만든 것이지 누가 교육해 낸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런 생각이 오히려 그런 인재들을 죽이고 도태시킨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에 있다. 내가 말한 걸 교육이라고 말한다면 그걸 표준화해서 졸업장을 주거나 점수를 매길 수가 있겠는가? 이래서 인공지능 패러다임과 지금의 교육은 본질적으로 충돌한다고 하는 것이다. 

 

AI 시대가 온다는 것의 두번째 측면은 그렇게 각자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AI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는 것이다. AI는 지금 한달 한달이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사용하기가 점점 더 쉬워지고 있고 기능이 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AI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문제를 명확히 인지했다면 그 문제를 AI로 풀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모르면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아마 이미 그렇지 않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AI에게 물어보면 AI가 답해 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우리의 프로젝트나 사업을 성공시키는데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인구중에서 티비를 만드는 사람이나 프로그래머가 몇명이나 되는지 생각해 보라. 마찬가지로 미래에 AI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아주 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운전하는 사람이듯 대부분의 사람에게 AI는 그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용할 도구다. 그런 도구가 있다는 것만 염두에 두면 된다. 물론 여러분이 멋진 AI를 직접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아주 좋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일이며 그것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다. 티비를 만드는 사람보다 티비에 방송될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월급이 훨씬 높다는 점도 기억해 둘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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