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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국가란 무엇인가

한국과 개인의 미래에 대한 보편론과 특수론

by 격암(강국진) 2024. 2. 15.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보면 비관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 자신도 한국을 비판하는 글을 쓸 때가 있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그 글을 한국의 미래가 절망적이라는 결론을 말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점은 보편론과 특수론을 구분하지 않는데에서 나오는 것이며 이것은 한국의 미래가 아니라 우리 개인의 미래를 생각할 때도 등장하는 문제이므로 우리는 이 점을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비판은 미래예측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옳은 선택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보편론이란 말 그대로 어떤 규칙이나 이론이 하나 이상의 여러 대상에서 혹은 시공간적으로 넓은 영역에서 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런 영역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보고 그 데이터안에서 찾아낸 질서가 보편론적 규칙이며 우리는 이 보편론적 규칙이 주는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주유소에서 불장난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화재가 나면 엄청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규칙이 존재하며 따라서 불장난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많은 나라가 경제적으로 번영하더라는 데이터가 있다면 우리는 대학교육과 경제발전과의 관계를 하나의 보편적 규칙으로 여기면서 대학교육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유머가 있는 남자가 미녀와 결혼하더라는 데이터가 실재로 존재한다면 미녀와 결혼하고 싶은 남자들은 유머감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토지의 소유가 소수의 사람에게 몰리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하더라는 결론이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과거 천년의 기간동안의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볼 때 도출될 수 있다면 우리는 토지의 소유가 소수의 사람에게 몰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보편론이란 대부분 확률적이지 몇몇 과학이론처럼 완전히 결정론적이지는 않으며 종종 원인과 결과의 관계도 불확실하다. 망치로 우리의 맨발을 세게 때리면 그 발은 상처입을 것이다. 이것은 언제나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발이 물리적으로 상처입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일반론은 이렇지 않다. 그것은 종종 근거없는 미신에 가까울 때도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통계상 그렇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은 가난해 진다는 것은 꽤 정확한 법칙같아 보이지만 빌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마크 쥬커버그도 전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학을 자퇴해야 부자가 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보편론을 만들고 그걸 기억하고 참조해야 한다. 그런데 뒤집어 말하면 보편론만 가지고는 아무 것도 되지 않으며 우리가 원하는 성공을 만드는 방법은 모든 실패할 확률을 깨고 보편론을 특수론으로 이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에서 말한 빌게이츠같은 사람이 대학을 중퇴하고도 부자가 된 이유를 우리는 대개 안다. 혹은 안다고 믿는다. 대학을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빌게이츠만 있었을리가 없으며 그런 사람들이 모두 빌게이츠처럼 성공했을리가 없다. 우리가 그런 데이터를 가져오면 우리는 다시 대학을 중퇴하고 사업을 하는 것을 바보짓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 드문 경제적 성공을 했기 때문에 참으로 자주 한국은 여기까지가 끝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해방 직후에는 이 가난한 나라가 성공할 리가 없다고 했고, 20세기에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같은 대통령들이 이 나라에 정상적 민주주의가 자리잡을 리가 없다는 믿음을 강화해 주었다. 독재자가 권력을 연장하려고 하고, 군인이 구데타로 권력을 잡는 나라에 법치가 어디있고 민주주의가 어디있겠는가. 30년전만 해도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히트하고 BTS같은 가수가 노래만 발표했다하면 빌보드 1등을 하는 미래는 절대로 오리라 믿어지지 않았고 현대차나 삼성이 세계적 기업이 되어 일본이나 미국이나 독일같은 선진국의 기업을 압도하거나 그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가리라고는 상상되지 못했다.

 

우리가 이러한 과거를 돌아보면 언제나 보편론과 특수론이 충돌하는 사건을 발견하게 된다. 즉 비관적인 사람들은 한국을 어떤 보편적인 계산속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한국 정도의 나라는 이러 저러해서 더이상 발전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계산이 틀리면 언제나 우리는 아주 쉽게 '왜 우리가 그렇게 운이 좋았나.'라던가 '한국은 이점에서 원래 다른 나라와 달랐다.'라는 식의 설명을 찾아낸다. 즉 그것이 운이건 한국의 전통적 특징이건 한국에는 특수한 면이 있어서 그 보편적 계산이 틀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계속 되는데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보편론을 미래 예측이라고 믿고,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를 깨닫지 못한다. 그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보편론은 미래 예측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에 대한 참고 사항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들여다 봐야 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그냥 평균이 보여주는 보통 사람이라거나 보통 국가라고만 여긴다면 미래에 희망이라고는 없는게 당연하다. 사실 전지구적인 평균으로 보자면 한국인은 이미 매우 평균보다 더 잘살고 있다. 불과 70년전에는 전세계 꼴지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전세계 최고에 가깝다. 이건 우리가 그냥 평균이었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왜 우리의 미래는 보편론과 다른가, 왜 보편론은 어떤 의미에서 가치가 없는가? 그것은 우리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자면 이 세상에 아무도 똑같은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나정도 외모에 나정도 수입에 나정도 학벌이면 결혼할 확률이 50%도 안된다는 보편론따위는 헛소리다. 그 모든 말들 뒤에는 모든 사람들이 같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도 서로 같지 않은데 평균을 내는 것은 생쥐와 코끼리는 모두 동물이며 두 마리의 평균 몸무게는 3톤쯤 된다는 하나 마나한 결론이다. 이것은 특히 오늘날 더욱 그런데 세상이 복잡해 짐에 따라 평균이라는 게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이고 이론적으로 말할 때 우리가 가진 것은 보편론 뿐이다. 우리는 오직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서만 말할 수 있으며 이것이 잘 통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계산과 이론이 물리학 계산처럼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오히려 맞는 이론이 하나도 없다고 믿는 쪽이 더 진실에 가깝다. 우리는 이론을 되도록 배격하고 단순하게 살려고 해야 한다. 우리의 꾀는 우리를 속인다. 우리의 이론은 틀리기 쉽기 때문이다.

 

 

기타리스트가 되면 대부분은 실패한다는 것이 보편론적인 답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보편론에 따라 기타리스트 되기를 포기하는 일을 계속 하는 사람은 어떤 일도 시도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가치가 있는 어떤 일도 시도하는 사람은 전부 성공하는 일은 없고 대부분 시도한 사람의 다수가 실패한다는 것이 보편론이기 때문이다. 선로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므로 하지말아야 한다는 것은 일반론적으로 옳다. 하지만 모두가 일반론만 따진다면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기를 발견해야 한다. 자기가 왜 특별한지를 찾아내야 한다.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지를 찾아야 한다. 자기를 자꾸 수없이 똑같은 것들중의 하나로 보는 보편론에 매몰되지 말고 특수한 선택을 하고, 특수한 미래가 펼쳐질 이유를 발견해 내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전세계의 여성중의 가장 아름다운 여성인데 '모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대부분 실패한다.'는 보편론을 듣고서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울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인하질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 비관론을 펼치는 사람들은 다 나름의 논리를 가지겠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들은 대부분 한국의 역사를 우습게 보는 공통점이 있다. 즉 한국은 과거에도 별볼일이 없었고, 자랑할 것도 없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자면 천하게 태어났으니 천하게 죽으리라는 식의 예측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긍정론을 펼치는 사람들은 한국이 결코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글자를 쓰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사실 하나만 봐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한국인들만큼 기록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가 없어서 조선왕조실록이나 족보같은 것을 우리만 이렇게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한국의 문화적 깊이는 남다르다.

 

하지만 나는 이렇기 때문에 한국의 미래가 무조건 밝다는 것은 증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말했듯이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가 특별하다면 그건 같은 상황에서 남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다. 그걸 해낼 수 없다면 우리는 보편론적으로 망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계속 우리는 남다른 선택을 해왔고 덕분에 한국은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왜 이제와서 우리는 남들과 같다고 믿어야 할 것인가?

 

이 우주에는 지구말고도 생명이 있는 곳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우주는 우리가 아는 한 대부분의 곳에 생명이 없다. 이런 게 보편론이다. 즉 우리가 살아있으며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가 확률적으로 기적적이다. 우리는 보편론의 의미가 뭔지를 기억하고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뭘 원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보편론만을 믿는 사람은 스스로를 아무 특별한 개성이 없는 존재로 스스로 만든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보편론의 결과에 따라 망할 뿐이다. 바깥에 비가 온다는 지적은 우산을 쓰자는 주장인 것이지 우리가 비를 맞게 되는 것은 필연이므로 우리는 망했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이 가난한 집에 태어나 공부도 못하고 외모도 별로라면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예언이 아니다. 그저 그런 점을 기억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뜻일 뿐이다. 당신은 특별해서 누구보다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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